경기도 여성활동 구술영상

조은하

사회적기업 (주)보라 대표

“실패를 두려워 마세요.
실패했던 사람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자신이 설립한 기업이 자립준비청년들의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라는 여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자가 되기를 소망하는 조은하를 만난다.

구술 내용 요약

공개 입양 가족, 다육식물 농장 운영,
가드닝·플랜테리어 사업, 자립준비청년과 함께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전환

키워드

자립준비청년, 입양 가정, 성남, (예비)사회적기업, 지속가능성, 기업·경영, 가드닝·플랜테리어

공개 입양 가족을 배경으로 시작한 가드닝·플랜테리어 사업

자립준비청년들을 고용하여 진정한 자립을 돕고 있는 (예비)사회적기업 ㈜보라의 조은하.

“(자립준비청년의) 사회적 정의는 만 18세, 이제 아동보호시설을 퇴소해야 되는 친구들. 진짜 홀로서기를 해야 되는 친구들을 자립준비청년들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그 안에 자립준비청년만 있지 않고요. 한부모(가정) 청년들이라든가, 위기 청년들이라든가, 입양 청년들이라든가, 청년들이 섞여 있어요.”

조은하가 자립준비청년과 함께하는 사업가가 되는 과정에는 그의 가족사가 놓여 있다. 연년생 오빠와 함께 자란 조은하의 가정에는 공개 입양으로 맺어진 세 명의 동생이 더해졌다. 그의 가족은 1세대 공개 입양 가정이다. 하지만 조은하에게는 그저 평범한 가족일 뿐이다. 2002년, 2003년, 2005년생인 동생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있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사업가의 길. 어머니가 계약한 농장을 시작으로 조은하의 경영자 인생이 시작됐다. 다육식물로 시작한 작은 농장은 이제 온 가족이 함께하는 사업이 되었다. 어머니의 20년 다육식물 취미가 가업이 되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어머니의 제안을 따랐지만, 조은하는 점차 식물과 조응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했다.

“저희 어머니가 어느 날 농장을 계약하고 왔다는 거예요. 우리가 동생들을 키워야 되니까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약간 돈을 벌 수 있을까를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다육식물이 유행이었고, 저보고 (농장 운영을) 하래요. 그게 또 싫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10분 거리 내에 그 땅을 임대 받았었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 농장이 시작이 된 거죠. 그러니까 온 가족이 매달려 있습니다. 가족 사업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드닝 사업의 성장과 위기

입소문을 타고 성장한 사업은 2015년 판교 가드닝 스튜디오 오픈으로 이어졌다. 조은하는 공간 장식을 비롯해 수국 축제의 총괄 담당자 등 식물, 꽃과 관련된 일들을 해왔다. 그는 가드닝과 플랜테리어의 인기에 힘입어 2018년에는 가드닝 카페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가드닝·플랜테리어는) 물을 주고 가꾸는 전반적인 일들을 말해요. 그래서 그게 정원일 수도 있고 화분일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실제로 살아 있는 공기 정화 식물로 공간을 꾸민다거나 장식하는 일을 하는 거죠. 그래서 가드닝이나 플랜테리어가 지속적인 성장세이고 앞으로도 굉장히 이 조경 사업은, 조금 흥행하다 보니까(전망이 좋다 보니까) 그것을 좀 하기 원하시는 수강생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판교 가드닝 스튜디오에서 수업은 이루어졌고요. 거의 일주일에 10타임[회] 이상 할 정도로 많이 했었고. 한 40팀 정도가 실제로 창업을 하셨었고요.”

2019년, 사업 확장기에 찾아온 위기. 사업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수억 원의 채무가 생겼다. 남편의 교통사고와 본인의 건강 악화까지 겹쳤다. 2년여 동안 회사와 가정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었다. 심각한 피부병으로 밤잠을 설치면서도 매일 출근했던 시기였다.

“(사업) 규모를 2배 이상 키우다 보니까 이제 재정적인 모든 투입을 한 거죠. 남편이 이제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게 되었고, 그 기점으로 해서 굉장히 조금 여러 가지 악재들이 겹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순식간에 채무가 이제 수억 원으로 늘어나게 됐어요. 남편의 건강 이슈도 있었지만, 저의 건강 이슈도 있었고 쉬어야 되는데 쉴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회사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어려운 상황이 2019년, 2020년 계속 그렇게 갔었던 것 같아요.”

“진짜 자립이 무엇일까, 늘 생각하게 돼요.”

위기의 순간, 전환점이 찾아왔다. 한 수강생의 제안으로 사회적기업의 길을 알게 됐고, 청소년기 동생들을 키우며 품었던 고민이 만나 ㈜보라의 새로운 방향이 잡혔다.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하는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은 이렇게 시작됐다. 2020년 가장 힘든 시기에 시작된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회사 운영과 조은하 삶의 새로운 동력이 되었다.

“저희 창업반에 오신 수강생분이 (예비)사회적기업을 운영하시고 계신 대표님이셨어요. 저한테 이런 걸 해보는 게 어떻겠냐. 동생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좀 더 딥[deep]한 고민들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내가 뭔가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고. 그런 마음은 오래됐는데 이게 그냥 언젠가는 하겠지가 지금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을 했던 거죠. 그래서 가장 힘든 것과 이 새로운 일이 다 이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나고 있었잖아요. 제가 가드닝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일을 같이 해보자 이렇게 시작이 된 거죠.”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다. 청년들이 기본적인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은하는 세 명의 동생을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을 이해하고 돕는다. 출근 시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업무 진행이 더딜 때도 있다. 오랜 시간 형성된 생활패턴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조은하는 직원들에게 가족처럼 편하게 말하고, 필요할 땐 센소리도 한다. 청년들은 그의 잔소리조차 따뜻하게 받아들인다.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조은하가 마주한 가장 큰 과제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균형을 맞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정부나 기관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예비사회적기업 단계에서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그리고 비즈니스의 어떤 지속 가능성. 그리고 이게 진짜 계속 살아남아야 되는 거잖아요. 거기에 이제 자립준비청년들이 함께하고 있는 모델이다 보니까, 진짜 자립이 무엇일까를 저는 늘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조은하는 직원들이 “쳇바퀴처럼 도는 인생이 아닌, 자기 삶에 책임감을 가진 주체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보라가 청년들이 자립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조은하가 생각하는 자립이란 ㈜보라에서 배우고 성장한 자립준비청년들이 더 좋은 곳으로 떠나가는 것이다. 현재 5~10명의 청년들이 함께 일하고 있고, 관계를 맺고 있는 청년은 20~30명에 이른다. 단순한 고용을 넘어 삶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것이 ㈜보라의 목표다.
조은하는 자립준비청년들, 청년들에게 과거의 실패에 얽매이지 말자고 당부했다. 그의 조언과 당부는 단순한 위로가 아닌, 직접 겪은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조은하는 “실패해 본 사람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의 위기를 겪고 일어선 경험이 오히려 그를 더 강하게 만든 것처럼.

“시드[seed] 투자를 받았는데 심사위원 분이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제가 ‘또 실패할까 봐 두려워요’ 이렇게 말했더니, ‘조은하 대표의 그 실패했던 시간이 없었으면 나는 이 회사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거죠.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실패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소위 말해서 100명을 고용하는 회사가 될 거야, 아니면 매출 100억 원 회사가 될 거야 이런 건 없고요. 보라의 정체성(을 지키고), 자립준비청년 더 나아가서는 많은 여성들(의 힘으로) 잘 돌아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