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성활동 구술영상

민주희

안성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기후강사팀장

RE100 탄소중립 경기도민 추진단장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나부터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환경'과 ‘교육’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실천하며 이끄는 여성. 15년간 안성에서 기후환경 강사이자 활동가로 일해온 민주희를 만난다.

구술 내용 요약

쓰레기매립장에서의 유년시절, 기후강사 양성교육,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 개발, 경기도 탄소중립도민추진단,
녹색기후상 수상, 공익활동

키워드

기후위기, 기후환경 교육, 안성, 지속가능발전, RE100, SDGs, 환경 캠페인

난지도와 기후 강좌, 삶의 경로를 가른 지점들

우리는 종종 어린 시절의 경험이 현재의 우리를 만든다고 말한다. 기후환경 강사이자 활동가 민주희의 이야기는 그 말이 얼마나 진실인지를 보여주는 예시다. 1978년, 한 특별한 동네에서 그의 삶은 시작되었다. 지금은 월드컵경기장과 수많은 미디어 기업이 자리 잡은 서울 상암동이지만, 그때는 서울의 쓰레기가 모이는 난지도가 있던 곳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혐오 시설이었을지 모르지만, 어린 민주희에게 그곳은 삶의 터전이자 놀이터였다.

“상암동에 난지도라는 곳이 있습니다. ‘쓰레기 산’이라고 불리던 그 매립장이 태어나는 그즈음 저도 태어났죠. 외부 사람들은 굉장히 더럽다고 얘기했지만 굉장히 많은 페트병들 사이에서 친구들과 수영을 하기도 하고, 저희한테는 굉장히 재미난 놀이터였던 기억(이 있어요.) 운명이라면 운명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상암동에 거주하셨던 대다수의 분들이 쓰레기와 관련되어 있는 재생사업이라든가 펠릿을 생산하는 곳이라든가 (자원 활용) 업종에서 지금도 굉장히 열심히 일하시고 계시고 시댁 가족들도 관련한 사업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 독립할 때까지 상암동에서 거의 거주했습니다.”

인생의 전환점은 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상암동을 떠나 경기도 안성시에서 커피 바리스타로 활동하던 민주희에게 그 순간은 2008년, 안성의 한 아파트 게시판에서 찾아왔다. 그는 당시 커피와 기후의 관계, 특히 한국에서 커피를 재배할 수 없는 기후적인 요인을 알고 싶어 ‘제1기 기후 강사 양성과정’ 모집 공고에 지원했다. 40명의 수강생과 함께 시작한 교육에서,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강사의 첫 강의는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그의 삶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15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40명의 1기 수강생 중 유일하게 현장에서 활동하며 안성의 대표적인 기후환경 활동가가 되었다.

“안성에 제가 15년 전에 내려왔고 그때 당시에 안성에서 ‘기후강사 양성과정’ 이렇게 해서 사람을 뽑는다는 게시물을 봤어요. 그래서 1회차부터 마지막 회차까지의 교육 강의를 들으면서 대기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굉장한 충격으로 왔어요, 저한테는. 기후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저 스스로가 좀 움직여야 된다는 생각이 만들어져서 그때부터 이제 활동하기 시작했죠.”

수줍은 많던 소녀, 기후위기 교육 강사로 서다

어린 시절 내성적이었던 소녀는 이제 수백 명의 학생들 앞에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강사가 되었다. 그러나 첫 강의는 누구에게나 떨리는 순간. 민주희에게도 그 시작은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첫 강의를 앞두고 그는 3일 전부터 80분 수업의 모든 대본을 손으로 써 내려갔다. 그때의 기억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만 해도 '기후'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안성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기후환경 수업은 교육과정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고,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기후강사 민주희입니다’, 이것부터 시작해서 ‘감사합니다’까지 80분 수업의 모든 멘트들을 손으로 다 써서 내레이션 읊듯이 읽었던. 15년 전에 기후 강의를 하러 가면 담임 선생님들조차도 ‘기후가 뭔데요?’, ‘그냥 날씨 아니에요?’ 뭐 이렇게 얘기하는 게 거의 대다수였거든요. 근데 지금은 학교 자체에서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한, 환경에 대한 그런 인식들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어요. (아이들은) 문제의식이 전달이 됐을 때 그 흡수력이 굉장히 높거든요. 아이들 스스로, 아이들이 이 기후변화가 문제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될지가 최종적인 목표고 ‘나는 어떻게 할 거예요’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굉장히 큰 수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민주희는 기후환경 교육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기후환경의 이슈와 밀접하게 연결된 유엔[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중요성을 알아차렸다.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한 부분은 안성에서는 조금 더디 시작하긴 했어요. 하지만 ‘파리 국제 협정’(을 체결)하면서 SDGs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을 때, 제가 같이 활동하는 분들에게 이 SDGs에 대한 부분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교육을 진행을 해야 될 거라고 이야기 나눴던 기억이 있어요.”

15년의 열정이 인정받은 순간들: 녹색기후상과 RE100 추진단

15년간의 꾸준한 활동은 여러 성과로 이어졌다. 2018년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수상은 그동안의 기후환경 교육, SDGs 교육, 기후 캠프 등을 아우르는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2021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솔직 챌린지 대회’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탄소중립 교육 플랫폼으로 우수상도 받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상공간을 활용한 기후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팀을 만들어 ‘제페토’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기후 변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제 메타버스가 2019년도에 이제 전무할 때였거든요. 코로나의 그 문제점이 발현이 됐고, 가상공간 안에서의 기후환경 관련된 교육들이 좀 확장되기를 바랐었어요. 기후환경 분야에 대한 교육들이 가상공간 안에서, 특히 아이들이 활용하고 있는 게임이라든지 소셜[메타버스 플랫폼] 같은 그런 부분으로 해서 연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거를 매번 체험하거든요.. 팀을 이뤄서 ‘제페토’를 활용해서 기후 변화에 관련되어 있는 맵[map]을 구축해서 실제로 같이 그것을 가동시키고, 거기서 느꼈던 피드백을 갖고서 논문(도 썼죠.)”

새로운 도전도 시작됐다. 2023년부터 RE100 탄소중립 경기도민추진단에서 경기 남서부와 안성을 대표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는 31개 지자체를 4개 권역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으며, 약 15명의 권역 대표가 있다.

“(경기도민추진단 활동은) 작년(2023년)부터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고요. 경기도지사님께서 ‘경기 RE100’ 선포를 하시면서 좀 더 부각이 됐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조직이어서 어떠한 활동들을 할지에 대한 확장성을 되게 논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 중이긴 합니다.”

작은 실천이 만드는 변화의 힘을 믿다

활동가, 강사로 분주한 일상을 살고 있는 민주희. 바쁜 삶 속에서도 그는 기후와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잊지 않으려 매일 매일 자신을 조여 맨다. 휴지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그가 가방 속에 항상 손수건 2장을 넣고 다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여기 오른쪽에 있는 거는요, 저를 위한 거고요. 왼쪽 거는 누군가를 위한 것. 처음에 습관 들이는 게 정말 어려웠거든요. 주변에 다 넘쳐나는 것들이 휴지고. 몇 달 걸렸던 것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그 얘기를 종종 하거든요. ‘지구 온난화가 뭔지 그리고 온실 효과가 뭔지에 대해서 이 단어 하나를 이해하는 데 6개월 걸렸다.’ 근데 이건 농담이 아니거든요. 저는 경험주의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사람이에요. 돌에다가 정을 쪼아서 (이론적) 내용을 이렇게 비석을 만드는 과정(삶에 새기는 과정)을 하면서 저 스스로도 (실천하는 것에 숙달이 되었어요.)”

민주희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3년에는 팀 프로젝트로 안성 공도읍에 갤러리 시옷을 열었고, 최근 평생교육사협회 안성지회 사무국장직까지 맡게 됐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희. 그런 그에게 공익을 위해 일하는 활동가는 어떤 의미일까.

“아쉬움은 매번 느끼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화살이 돌아와서 매번 물음표를 가지고 있는 게 공익 활동가들인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활동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선한 능력들, 그리고 그 선함이 다른 사람들한테도 전해지길 바라는 것들이 있으니까. 이미 잘하고 있고,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들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