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대부의 금강산 유람길 경이로운 ‘한탄’길

조선 시대 금강산 유람에 나선 사대부들이 걷던, 경기옛길 제8길.
한탄강지질공원길은 용암이 빚어낸 예술품, 한탄강 주상절리를 마주 보며 걷는 경이로운 길이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경기옛길


경기옛길

경흥길은
조선 시대 6개 대로 중 하나로, 수도 한양에서 두만강 하구 함경도 경흥 지방을 잇는 경흥대로를 복원한 경기옛길이다. 총 8구간으로 이뤄졌으며, 의정부시와 포천시를 잇는다.

Info

코스 정보 한탄강지질공원 ⇨ 멍우리협곡 입구 ⇨ 부소천교 ⇨
금강산김화표지석(경기도 경계)
소요 시간 3시간
거리 11.1km
난이도

경기옛길



“조선 시대에 금강산 유람은 모든 사대부의 꿈이었습니다.” 역사지리학 전문가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말이다. 문헌에 따르면 조선 시대 사대부의 버킷 리스트 영순위는 산수 유람, 그중에서도 금강산 유람은 그들의 로망이었다. 금강산 유람에 나선 선비들이 걷던 길이 바로 한탄강을 지나는 경흥길이다. 한탄(漢灘), 한수 ‘한’ 자를 쓰지만 어원은 순우리 말로 크다는 뜻이고, ‘탄’은 여울을 의미한다. 풀이하면 ‘큰 여울’이라는 뜻이다. ‘큰 여울의 강’ 한탄강은 수십 만 년 전 용암이 빚은 주상절리 협곡으로 풍경도 압권이지만, 2015년 국가지질공원, 2021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록될 만큼 지질학적 가치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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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고 섬세한 자연 조각품을 감상하며 걷는 길

경기옛길 경흥길 제8길은 세계가 인정한 한탄강의 진면목을 감상하는 코스로, 한탄강지질공원에서 출발한다. 공원 안내소 옆 스탬프함을 지나면 한탄강 팔경 중 하나인 비둘기낭폭포(천연기념물 제537호)가 반긴다.
폭포 뒤 동굴에서 수백 마리의 백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서식했다고 해서 둥지의 한자어 ‘낭’을 붙여 ‘비둘기낭’이라 일컫는다. 약 27만 년 전 용암이 분출해 형성된 현무암 주상절리 협곡의 폭포로, 기묘한 경관이 아름다워 <추노>, <선덕 여왕> 등 많은 드라마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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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주상절리의 예고편, 비둘기낭을 지나면 한탄강 하늘경기옛길 탐방 다리가 보인다. 한탄강 협곡에 설치한 길이 200m의 출렁다리로, 한탄강을 조망하기 좋은 장소다. 다만, 다리를 건너면 경흥길에서 벗어나 한탄강주상절리길 4코스와 이어지니 주의해야 한다.
공원을 벗어나면 멍우리협곡으로 들어선다. 멍우리라는 이름은 “술을 먹고 가지 마라, 넘어지면 멍이 진다”는 말에서 유래 했다고 한다. 지금은 길을 잘 조성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한탄강 물소리를 벗 삼아 굽이굽이 숲길을 걷는 구간으로, 중간에 험난한 덱길을 지나면 멍우리협곡 전망대가 나온다. 깊은 산을 휘감아 굽이치는 한탄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잠시 쉬어가기 좋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 출발점에서 4km 정도 지나면 화적연과 부소천 갈림길이 나오는데, 경흥길 제8길은 부소천 방향으로 가야 한다. 부소천까지는 계속 산길이지만, 한탄강 주상절리를 마주 보며 걸을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 벼룻교를 지나 부소천교에 이르니 멍우리협곡의 경치가 절정에 이른다. 부소천 전망대에서 산정호수와 이어진 부소천, 한탄강이 만나 빚어낸 절경을 보고 있자니 자연의 신비로움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멍우리협곡,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부소천 광장을 지나면 넓은 농경지가 펼쳐진다. 지그재그로 된 논길과 마을길을 1시간 정도 걸으니 멀리 “안녕히 가십시오, 경기도 포천시입니다”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인다. 경기도 경계에 종점 금강산 김화표지석이 있다. 완주 인증 스탬프를 찍으며 금강산 76km, 김화 16km 표지석에 쓰인 지역을 지나 함경북도 경흥까지 경흥대로를 완주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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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Tip

시작점 찾아가기
자가용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415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 ⇨ 운천시외버스터미널 ⇨ 한탄강지질공원·비둘기낭폭포(53번)

가족 코스
부소천길 부소천 광장에서 벼룻교까지는 산책하듯 가볍게 걷기 좋다. 한탄강 협곡을 감상하며 걷기 좋은 평지 구간으로, 왕복 1시간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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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사진 촬영 명소
한탄강 하늘다리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지상 50m 높이에서 바라본 한탄강 비경이 일품이다.
길이 200m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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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우리협곡 전망대
깊은 산을 휘감아 굽이치는 한탄강 전경을 한눈에 담기 좋다.
강기슭을 따라 펼쳐진 주상절리의 웅장함도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