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옛길은 충청도로 이어지는 경기옛길 영남길의 마지막 구간으로
농촌의 들길을 따라 걷는다. 농촌의 고즈넉한 겨울 풍경이 펼쳐진
옛 마을에 얽힌 설화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 전재호
영남길은
조선 시대 6개 대로 중 하나로, 수도 한양에서 부산 동래를 잇는 영남대로를 복원한 길이다. 성남, 용인, 안성, 이천을 이으며 총 10구간으로 조성했다
Info
코스 정보
일죽면 금산리 – 율면 산양리 – 부래미마을(석산리) – 어재연 장군 생가
거리 9.9km
소요 시간 3시간 30분
난이도 중
영남길 따라 안성에서 이천으로
‘금산(金山) 상산전, 하산전’. 마을 입구에 있는 머릿돌에 새겨진 이름이다. 마을의 유래를 보니 조선 철종 때 윤석정이라는 인물과 얽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윤석정은 한양에서 과거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이곳 하산전(下山田)마을에 이르러 바위(한양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런데 한 노인이 그에게 이곳 큰 바위 터에 집을 짓고 살면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윤석정은 그 자리에 집을 지었고 그 후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과거 보러 오가는 사람들이 쉬는 자리라며 마을 사람들에게 ‘한양바위’라 불리던 큰 바위는 아쉽게도 소실됐다. 경기옛길 10코스는 하산전(안성시 일죽면) 마을 입구에서 발한다. 이 마을은 예로부터 청정 지역으로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옻이 올랐을 때 들어가 씻으면 금세 낫는다는 옻샘도 있었다. 지금도 개울가에는 1급수에서만 사는 가재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산전마을을 지나면 드넓은 들녘이 이어진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겨울 풍경을 감상하며 20여 분 걸으면 이천시 율면 표지판이 나온다. 율면이라는 지명은 밤골에서 유래했는데, 이곳에는 고부 갈등을 해결한 ‘밤밥’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밤골에 고부 갈등이 심했던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살았는데, 하루는 며느리가 무당을 찾아가 시어머니를 없앨 방도를 물었다. 그러자 무당은 며느리에게 어머니 밥상에 매일 밤을 삶아 넣은 밥을 올리면 곧 죽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며느리는 무당의 말대로 매일 밤밥을 올렸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어머니는 건강과 혈색이 점점 좋아졌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정성에 감동했다. 이후 고부 갈등이 사라지고 집안이 화목해졌다고 한다. 무당의 지혜로운 처방이었던 셈이다.
고즈넉한 겨울 풍경 감상하며 마을 설화를 읽는 길 산양1리, 산양2리를 지나 석원천 산양교를 건너면 이번에는 돌다리가 있던 석교촌 이야기가 나온다. 석교촌에는 안씨들이 모여 살았는데, 어느 날 안씨 남자가 젊은 아내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몇 달 후 젊은 아내는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장사로 성장했다. 어느 날 아들은 어머니가 밤중에 몰래 외출하는 것을 알게 됐다. 청상과부로 살던 어머니가 개울 건너 마을에 사는 외간 남자와 눈이 맞은 것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 아들은 어머니가 얼음장 같은 개울을 맨발로 건너는 것을 보았다. 아들은 산 위에서 큰 돌을 가져와 다리를 놓았고, 사람들은 이 다리를 ‘안 장사 다리’라고 불렀다. 이후 이 마을을 ‘석교촌’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효심 지극한 안 장사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20여 분 걸으면 석산리 부래미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은 이천의 정보화 마을로 조성된 후 성공적으로 안착해 지금은 다양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다. 골목마다 그려진 벽화도 친근함을 더한다. 석산리, 칠성사 입구를 지나면 산성1리 경기도와 충청도의 경계 지점인 돌원마을이 나온다.
마을에 큰 행사가 있을 때 먼저 술을 올려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다는 ‘부정 타는 느티나무’를 지나면 허름하고 낡은 초가집이 나타난다. 외세의 침입에 맞서 용감하게 싸운 어재연 장군 생가다. 어재연 장군은 병인양요 때 선봉장으로 광성진을 수비했고, 신미양요 때 미국 로저스 제독이 지휘하는 군함과 광성진에서 전투를 벌이던 중 전사했다. 생가 바로 앞에 영남길 10길 스탬프함이 있다. 성남에서 이천까지 이어지는 경기옛길 영남길의 종착점이다.
Tip
시작점 찾아가기
버스 일죽터미널 - 금산리(3, 3-9, 3-11)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tip사진 촬영 명소
쌍충연
돌원마을 입구에 쌍충연이 있다. 어재연 장군과 동생 어재순의 호국 의지와 충성심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연못이다. 2개의 연못 중 위 연못은 충장연(忠壯淵), 아래 연못은 이의
연(吏義淵)이다.
어재연 장군 생가
1800년대 초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앞에 넓은 마당을 두고 사랑채와 안채·광채를 ‘ㅁ’자형으로 배치한 구조가 특징이다. 집들이 전체적으로 여유 있게 배치돼 있으며, 변형 없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