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일어나자 대규모 항일 의병 운동(을미의병)이 전개된다.
지평향교길은 항일 흔적과 마주하는, 을미의병의 발상지 지평을 걷는 길이다.
사진. 전재호
평해길
경기도는 구리시, 남양주시, 양평군, (재)경기문화재단과 함께 평해대로의 옛 노선을 연구해 고증하고, 그 원형을 바탕으로 평해길을 조성했습니다.
Info
코스 정보 용문역-지평역-지평면사무소-석불역
거리 10km
소요 시간 3시간 30분
난이도 하
그루고개가 그릇고개가 된 이유는?
지평향교길의 출발점은 경의중앙선 용문역이다. ‘지평’이란 지명 때문에 자칫 출발 장소를 지평역으로 착각하기 쉽다. 용문역은 인근에 관광지가 많고 용문산 등산로가 있어 여행자와 등산객이 즐겨 찾는 역이다. 용문역을 나서면 가장 먼저 용문천년시장이 반긴다. 양평의 3대 전통시장 중 하나로 오일장이 선다. 시장을 벗어나 용문을 가로지르는 흑천을 따라 걸으면 ‘그루고개’가 나온다. 이정표에 적힌 그루고개 소개 글이 흥미롭다. 그루고개 밑으로 341번 국지도가 건설돼 있는데
이 고갯길 구간 이름은 ‘그루고개길’이 아니라 ‘그릇고갯길’로 표기돼 있다. ‘그루’는 ‘그릇’을 뜻하는 경상도 방언으로, 이를 표준어로 바꾼다는 의미에서 도로 이름을 이렇게 정했을 터. 경기도 동부 지역인 이곳에서 과연 그루를 그릇의 의미로 사용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평해로의 마지막 도착지가 경북 울산이므로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있다.
또한 과거 지평현(양평은 양근과 지평이 합병해 생겼다)에는 그릇을 굽던 ‘요골’ 마을이 많았다고 한다. 이곳의 그릇 장수들이 이 고개를 지나다녀 붙은 이름일지도 모른다.
지평의병이 항일 의지를 불태우던 길교
멀리 용문산을 바라보며 겨울 들녘을 따라 20여 분 걸으니 지평향교에 도착한다. 옛 지평현의 읍치였던 양평군 지평면 지평리에 있는 향교다. 1983년 경기문화재자료 제20호로 지정된 지평향교는 조선 초에 건립됐으나 숙종 10년(1684년)에 현 위치로 옮겨졌다.
향교를 지나면 지평면사무소가 나온다. 이곳에 ‘국맥 지평의병 발상지’라는 큰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지평은 을미의병의 발상지로 1895년 을미년 일제에 의한 명성황후 시해(을미사변)와 단발령 공포로 전국적으로 의병 운동이 일어났는데, 그 시작점이 바로 지평면이었다. 지평에서 일어난 의병의 항일 의지는 독립군으로 계승돼 민족해방운동의 밑거름이 됐다. 의병의 고장답게 매년 6월 초 열리는 ‘양평의병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전야제로 ‘지평의병 출정식’이 재연되기도 한다.
또한 지평은 6·25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지였다. 중공군에게 최초로 승리를 거둔 지역이며, 이 승리는 반격의 중요한 기점이 됐다고 한다. 지평면사무소를 지나면 산길로 이어진다. 해발 200m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제법 경사져 오르기 힘들다. 정상에 오르니 멀리 빨간 벽돌집처럼 생긴 간이역이 눈에 들어온다. SNS에서 인증샷 명소로 떠오른 역으로 지평향교길의 종점, 석불역이다. 3시간 30분 정도 걸린 지평향교길, 거리는 짧지만 지평이 품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길이었다.
Tip
시작점 찾아가기
지하철 경의중앙선 용문역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tip사진 촬영 명소
석불역
MZ세대 사이에서 감성 사진 촬영 명소로 꼽힌다. 빨간 지붕이 인상적인 작은 간이역으로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명 망미리 1319-2
지평향교
조선 시대에 창건한 향교로 비교적 잘 보존돼 있고, 고즈넉한 옛 고택의 느낌을 자아낸다. 평소에 개방하지 않지만 매월 음력 초하루와 보름, 두 차례 문을 여니 이때 맞춰 방문하면 향교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지평로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