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박사 장동선 교수가 알려주는 슬기로운 챗GPT
사용법

요즘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열풍이 심상치 않다. 경기도민도 이 열풍에서 열외는 아니다.
뇌 과학 박사 장동선 교수가 도민을 위해 슬기로운 챗GPT 생활법을 알려줬다.

글. 이선민 사진. 전재호
고도원

챗GPT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곳곳에서 챗GPT 관련 강연이 많이 열린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강사 중 한 명이 바로 한양대학교 장동선 교수다. 그는 tvN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에 출연해 뇌 인지과학 전문가로서 과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뇌 과학자가 챗GPT를 강연 한다?
“독일 막스 플랑크 바이오 사이버네틱스 연구소에서 사회인지신경과학을 전공했습니다. ‘인간의 뇌는 다른 인간을 어떻게 인지하는가’라는 주제였어요. 그런데 이걸 연구하는 방법론으로 당시에 이미 가상 인간과 아바타를 만드는 유니티나 머신 러닝 등 기술을 사용해 실험을 했거든요. 인간을 연구하지만 인간은 마음대로 프로그래밍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을 모델링하느라 요즘 화제를 불러 모으는 기술에 일찌감치 입문한 셈입니다. 한 20년 먼저 연구하다 보니 쉽게 풀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거죠.”
장 교수는 이런 이력을 살려 올해부터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에서 뇌 과학과 미래 기술에 대한 강의를 맡고 있다.

장동선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성장했다. 독일 콘스탄츠 대학교와 미국 러트거스 대학교 인지과학연구센터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막스 플랑크 바이오 사이버네틱스 연구소와 튀빙겐 대학교에서 인간 인지 및 행동 연구로 사회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 독일 과학교육부주관 과학 강연 대회 ‘사이언스 슬램’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고, 독일 공영 방송 NDR·ZDF 등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과 한국 tvN 프로그램〈알쓸신잡〉시즌 2에 출연해 뇌 과학 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입지를 다졌다. 현재 유튜브 채널〈장동선의 궁금한 뇌>와 한양대학교 전임 강사로 뇌와 미래 기술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방송 출연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장동선의 궁금한 뇌> 등에서 꾸준히 이야기하는 하나의 주제는 뇌와 미래 기술에 대해 ‘사람들을 궁금하게 하자’다. 미래는 우리가 어떤 기술을 이용하 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생활은 10년 전과 완전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짜 장면을 먹을 때 지금은 당연히 앱을 통해 주문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짜장면집에 직접 전화를 걸었죠. 내비게이션이 없 어 지도책과 표지판을 보면서 길을 찾았습니다. 이처럼 기술 은 우리 삶을 매우 빨리 바꿔놓습니다. 앞으로 10년 안에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궁금한 뇌를 가동해 그런 재미 와 의미를 찾기 위해 ‘궁금한뇌연구소’도 차리고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는 장 교수에게 챗GPT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챗GPT를 활용하되 사람의 손길을
잊지 말자
챗GPT에서 ‘Chat’은 채팅을 의미하며,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머리글자다. 즉 챗GPT를 통해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면, 인터넷에 있는 광범위한 지식을 활용해 질문자의 의도에 맞는 답변을 도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장 교수는 챗GPT가 인간에게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모두 미치지만, 긍정적 요소를 발전시키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면으로 빌 게이츠의 말을 인용했다. “챗GPT를 통해 사교육이 없어지고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이 아니면 인터넷에서도 찾기 어려워요. 그런데 챗GPT 같은 인공지능 모델이 발전하면 어떤 질문이든 다 대답해줄 수 있습니다. 빌 게이츠는 한마디로 모든 사람에게 조수가 생기고, 나만의 개인 선생님이 생기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얘기하죠.”
장 교수는 챗GPT가 인공지능이라 차가운 이미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며 팬데믹 때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이나 혼자 사는 지방의 어르신은 대부분 격리되어 지냈다. 각 시도의 지역 보건소에서는 그분들이 잘 계신지 확인해야 했는데 콜센터의 인력이 부족했다. 이때 활용한 것이 바로 챗GPT였다.
“네이버에서 개발한 한국어 버전의 챗GPT ‘하이퍼 클로바’가 상담 직원 역할을 대신했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하시더군요. 오히려 ‘인공지능 아가씨 좀 바꿔줘’, ‘인공지능 아가씨가 너무 친절하고 재밌다’고 하시는 거예요. 오랜 시간 상담하다 보면 지치는 인간과 달리 인공지능은 지치지 않았기 때문에 통화가 끝날 때까지 어르신들을 친절하게 대해줬어요. 어르신들에게 위로가 된거죠.”
장 교수는 챗GPT의 장점은 무궁무진하지만 자칫 모든 것을 챗GPT와 상대하다가 인간관계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미래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더더욱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호기심이 클수록 미래 기술 활용
능력이 커진다

아직은 낯선 챗GPT를 반드시 배워야 할까? 장 교수는 인터넷이 처음 등장할 때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챗GPT 역시 인터넷처럼 누구나 사용하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익혀 두는 것이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에서 챗GPT를 검색해보세요. 블로그나 오픈AI 웹사이트, 앱 등 매우 다양합니다. 그냥 사용해볼 수도 있으니 한번 해보세요.”
장 교수는 새로운 게 나오면 잘 모르기 때문에 인간의 뇌 심리는 두려움을 느끼거나 의심하는 등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생각을 떨치고 일단 도전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리고 모임을 통해 배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로 이끌어주고 가르쳐주다 보면 더 잘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독점하기보다 다 함께 사용하고 열려 있을 때 가치가 높아집니다. 인터넷도 모두가 사용하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모 두에게 유용해졌으니까요. 이런 미래 기술일수록 뒤처지는 사람 없이 모두가 잘 이용할 때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어요. 옆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서로 이끌어주면서 함께 성장해 행복한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장 교수는 기술의 진화를 전달하는 사람을 예전에는 티처(teacher)라고 했다면 이제는 커넥터(connecter)와 큐레이터(curator)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단순히 전달하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조합하고 재창조하는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젠 암기 교육이 아닌 창의성이 필요한 시대라고 주장한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챗GPT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탐험하는 자세로 임하자는 장동선 교수의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