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의 이야기 속으로 망우왕숙길

평해길 제1길, 망우왕숙길.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와 인연이 깊은 코스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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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옛길

평해길
구리에서 양평을 잇는 경기옛길로, ‘관동대로’라고 도 불린다.
관동 지방인 강원도와 한양을 연결하던 옛길이기 때문이다.
한강 수변과 산, 들판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길로,
총 10개 코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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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에서 관동으로 가는 시작점 서울시 중랑구와 경기도 구리시 경계에 위치한 망우리고개. 이 고개의 이름에는 태조 이성계의 전설이 담겼다. 이성계는 조선의 기초를 닦은 후 무학대사에게 자신의 묏자리를 알아 봐달라고 요청했다. 무학대사는 양주 검암산(儉岩山) 기슭 즉 지금의 건원릉 자리를 추천했고, 이성계는 직접 이곳을 둘러보고 돌아가던 중 이 고개에 이르러 자기가 묻힐 터를 굽어 보며 “이제야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겠노라”고 말했다. 이후 ‘근심을 잊는 고개’라는 뜻에서 ‘망우(忘憂)고개’로 불렸다고 한다.
망우리고개를 넘으면 가장 먼저 만나는 마을이 경기옛길 평해길 망우왕숙길의 시작점, 딸기원이다. 이 마을은 원래 ‘응골’이었지만 마을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버스 정류장이 설치 되었고, 정류장 이름을 지어야 했다. 당시 정류장 근처에 딸기를 재배하던 농가에서 꽂아놓은 ‘딸기원’이라는 푯말이 있었는데, 이를 본 버스 안내양들이 “딸기원 내리실 분 안 계세요?”라고 외치면서 마을 이름이 ‘딸기원’이 됐다. 망우왕숙길 시작부터 흥미로운 이야기의 연속이다.

유관순, 한용운 등 근현대사 주역과 마주하다 딸기원을 지나 망우리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망우역사 문화공원이 나온다. 우리 근현대사 주역들과 마주하는 곳이다.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시인 한용운,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민족주의 사학자 문일평 등 많은 독립운동가와 시인, 예술가가 이곳에 잠들어 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잠시 들러 추모의 시간을 가져볼 것을 추천한다.
공원 산책로를 내려오면 아차산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구리시청 방향으로 가면 이문안호수공원으로 이어진다. 예전 이문안저수지 혹은 안골저수지로 부르던 저수지를 공원으로 조성해 지금은 구리 시민의 대표적 휴식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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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하천길 구리 전통시장과 돌다리공원, 구리광장을 지나면 왕숙천이 나온다. 포천에서 발원해 남양주와 구리를 지나 한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으로, 이 하천의 이름에도 이성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성계가 함흥에서 돌아오는 길에 남양주시 진접읍에 머물며 여덟밤을 유숙했는데, 이 때문에 마을 이름이 팔야리(八夜里)가 됐다. 또 이 지역을 흐르는 하천을 ‘왕이 유숙한 하천’이라 해서 왕숙천(王宿川)으로 부른다. 예로부터 이 지역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입지가 좋아 동구릉과 광릉 외에도 조선왕조와 연관된 능묘가 많아 가히 조선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하천이라고 할 수 있다. 왕숙천 1교를 지나면 토평교가 나온다. 고구려 유물이 많이 발굴된 곳으로 구리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토평교의 상징탑을 고구려 무사가 썼던 투구 모양으로 건립했다. 한눈에 봐도 고구려인의 기백이 느껴지는 조형물이다. 왕숙천에 살림 차린 왜가리, 백로, 민물가마우지 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20여분 걸으면 망우왕숙길의 종점이자 미음나루길의 시작점인 합수머리세월교에 도착한다. 망우왕숙길은 짧은 코스지만, 도심의 숲과 하천을 따라 펼쳐진 역사 이야기는 오래도록 기억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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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Tip

시작점 찾아가기
대중교통
경의중앙선 구리역 2번
출 구 정류장 - 딸기원 (중문) 하차(166, 166-1, 65, 30번 버스)
가족 코스
왕숙천 구간 자전거길과 산책로를 따로 조성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중간중간 쉴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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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사진 촬영 명소
망우역사문화공원
다양한 인문학을 주제로 아름다운 숲길을 조성해 사색하며 걷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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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숙천 징검다리
시민 공원으로 조성한 왕숙천에는 하천을 가로지르는 징검 다리가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