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를 사로잡은 전설의 청국장 부천 삼미정

옛 충무로 밥집 골목의 전설, 삼백정.
이 집이 부천으로 와 ‘삼미정’이 됐다.
맛도 정성도 변함없이 대를
이어가는 삼미정을 찾았다.

글. 박찬일 사진. 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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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오랜만에 부천에 갔다. 청국장 때문이다. 주소를 보니 원미동이다. 원미동은 많은 사람이 양귀자의 베스트셀러 <원미동 사람들>로 기억하는 동네다. 청국장집 상호는 ‘삼미정’. 이름이 예스럽다. 1960~1970년대에는 이런 이름이 많았다. “원래 할머니(고 김종균 씨)가 하실 때는 삼백정이었어요. 부천으로 옮기면서 상호를 바꿨어요.” Since 1968 삼미정의 전신 삼백정은 1968년에 문을 열었다. 올해로 만 55년이다. 삼백정은 충무로에서 가장 맛있는 밥집 중 하나였다. 그 옆에는 역시 전설적인 ‘초막집’이 있었다. 오랫동안 충무로는 출판과 인쇄, 영화 관련 골목으로 인기를 누렸고, 늘 사람들로 붐볐다. 밥집, 술집이 시쳇말로 미어터졌다.
“장사가 정말 잘되었죠. 그런데 가게에 불이 났어요. 그 후 어머니(김돈이 씨, 71)가 부천으로 가게를 옮기셨어요. 할머니가 대단했다고 해요. 요즘 말로 욕쟁이 할머니셨거든요.(웃음) 전반적으로 친절하셨는데, 이상한 사람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어요. 한번은 높은 분이 오셨는데, 비서가 줄을 안 서고 자리 좀 만들어달라고 했나 봐요. 할머니가 호통을 치셨고, 그 높은 분이 오히려 자진해서 줄을 서면서 할머니 말씀이 맞다고 했대요.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었던 거죠.”
지금의 삼미정은 충무로 삼백정의 맛은 그대로 가지고 와 부천에서 새로워졌다. 경기도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97년의 일이다. 가게는 김종균에 이어 김돈이, 김혜정(49) 대표로 이어진다. 주방은 여전히 어머니 김돈이 씨가 책임을 지고, 김혜정 대표는 관리와 홀을 맡는다. 마침 요즘은 주방에 친언니도 와 있다. 용인에도 삼미정을 열기 위해 연수 중이다.
“청국장은 콩이 제일 중요해요. 좋은 콩을 사기 위해 고생을 많이 합니다. 주로 연천에서 가져와요. 연천 콩이 정말 좋거든요. 또 아버지가 양평에서 농사를 지으시는데, 콩과 온갖 채소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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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정은 청국장과 콩비지를 전문으로 한다. 충무로에서 제일가던 음식점의 손맛이 살아 있어 찬이 좋다. 밥집은 주메뉴도 중요하지만 찬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들었는지도 핵심이다. 삼미정에는 평범한 찬이 없다. 철마다 김치도 다 담그고, 나물 반찬이 주를 이룬다. 요새 유행하는 찬이라기보다 더 오래전 손맛이고 상차림이다.
“어머니가 돈이 들더라도 건강한 반찬을 내자, 하시죠. 찾아 주는 손님들이 좋아하시기도 하고요. 건성으로 테이블을 채우는 건 어머니가 절대 못하게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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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충무로 청국장 맛 비밀은? 어머니의 착한 마음 덕에 찬 하나하나가 다 입에 맞는다. 청국장은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그윽하다. 잘 띄웠다. 청국장은 빨리 띄우는 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도 시간이 필요 하다. 너무 빨리 띄우면 빨리 삭은 맛이 난다. 삼미정 청국장은 맛이 깊고 단단하다. 3일 이상 장을 띄우는데, 온도 조절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매번 띄우는 장인데도 조금씩 달라지는 발효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 이곳은 옛날식으로 짚을 써서 띄운다. 청국장은 자연 발효 곰팡이를 쓰는 것인데, 특히 짚을 쓰면 발효가 잘된다.
“늘 고르게 맛을 내는 게 어렵습니다. 발효 장이라 그래요. 그 기술을 어머니에게 배우고 있어요. 어렸을 때 온 집 안이 청국장이었어요.(웃음) 그때는 그게 참 싫었죠. 냄새 때문에요. 그런데 이제는 반가운 냄새예요.”
삼미정의 청국장은 간이 알맞고, 콩도 잘 씹히면서 심지가 있다. 그래야 청국장이 맛있다. 2000년대 들어 인기를 끄는 향 없는 청국장이 아니다. 향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적당하다. 평생을 청국장에 바친 장인이 할머니고, 그 손맛이 어머니에게 내려온 것이니. 삼미정 청국장은 그때그때 바로 끓여 내는 방식이 아니라 새벽부터 몇 시간을 끓여야 맛이 살아나는 옛날식이다. 그 방식은 할머니 때부터 시작된 것이고, 지금도 고수한다. 원래 이 근처에 있었던 원미구청이 이전했지만 여전히 공무원들이 많이 찾는다. 원래 관청 앞에 맛집이 많은 법. 원미동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골목을 걸으니 마음이 편해진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동네다.
김혜정 대표가 권해서 콩비지도 맛봤다. 맛이 놀랍다. 콩비지는 원래 두부를 내리고 난 거친 비지를 원료로 하는 소박한 음식이다. 이 집 콩비지는 두부를 내린 것이 아니라 일종의 콩장이라고 할 수 있다. 콩 자체의 가치를 옮겨 담은 것이다. 콩이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특별한 음식이다. 명주 같은 크림 맛이 혀를 붙든다. 별미다.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그 자체의 소금 간으로 천천히 먼저 맛보길 권한다. 노포는 역시 노포다.
원래 충무로 삼백정은 밥집이자 술집이었다. 저녁에는 안줏거리도 많았다. 부천 삼미정도 저녁에는 돼지고기구이를 낸다. 제일 좋은 고기를 내는 걸 목표로 한다. ‘좋은 가격’과 ‘좋은 음식’. 삼미정의 간결한 생각이다.
가게를 둘러보는 동안 깨달은 게 있다. 가게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다. 반들반들하다. 새벽 5시면 식구들이 나와서 불을 켜고 요리를 시작하는 노포, 청국장을 오래도록 끓여서 맛을 내는 노포. 인터뷰하는 동안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취재하는 마음은 좀 달랐다. 다 장사고, 이문 보고 하는 것이라지만 먹는 장사는 그 책임이 더 무겁고, 그래서 이 가게의 노력이 가슴에 묵직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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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누군가는 ‘글 쓰는 셰프’라고 하지만 본인은 ‘주방장’이라는 말을 가장 아낀다.
오래된 식당을 찾아다니며 주인장들의 생생한 증언과 장사 철학을 글로 쓰며 사회·문화적으로 노포의 가치를 알리는 데 일조했다.
저서로는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이 있고 <수요 미식회> 등 주요 방송에 출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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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삼미정 주소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130번길 3
문의 032-651-9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