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소득 덕분에 예술인으로
당당히 인정받았어요”
배우 겸 연출가 김봄희

김봄희 ‘문화잇수다’ 대표는 탈북인이다. 온갖 편견을 이겨내고 어려운 연극계에서
열정 하나로 꿋꿋하게 버틴 그녀에게 예술인 기회소득은 어떤 의미일까?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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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기회소득은 제도로부터 인정받는 거잖아요. 150만원이지만 저에게는 150억 원의 가치가 있습니다.” 예술인 기회소득 수혜자인 극단 ‘문화잇수다’ 김봄희 대표는 “연극을 하면서 수입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하나의 직업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며 “예술인으로 인정해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김봄희 대표는 탈북인이다. 열여섯 살이 되던 2006년에 탈북해 중국, 태국을 거쳐 2008년 한국에 왔다. 학창 시절 북한에서 연기·춤·노래로 ‘체제 선전 활동’을 했던 터라 남한에 와서도 무대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동국대학교 연극학과를 7년 만에 졸업했습니다. 입학도, 졸업도 순탄치 않았어요. 그런데 설상가상 주변에서 다들 어렵게 한국에 와서 왜 힘든 연극을 하려 하느냐고 말리더군요.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지지를 받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니 그 길을 걷는 내내 참 외로웠습니다. 그래도 이 무대 저 무대 가리지않고 열심히 뛰어다녔어요. 이 분야에 탈북인이 많지 않아요. 어쩌면 그래서 더 포기하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정한 일용직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예술인 기회소득을 받으면서 예술인으로 인정받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한 것 같아 자신감도 생겼다.

DMZ 일원에서 평화를 모색하고 꿈꿔보는 공연 기획 김봄희 대표는 배우로 활동하다가 ‘문화와 문화를 잇다’라는 의미를 담은 ‘문화잇수다’를 창단했다. <환영의 선물>부터 세 번째 작품 <벤 다이어그램>까지 공통 주제 의식은 ‘연결’.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게 ‘다수가 공유하는 문화를 함께 누리지 못하는 소수로서의 단절’이었다는 김 대표는 다름을 인정하고 이어나가면 다채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연극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 9월 20일~24일 공연한 <유모차를 끌던 사람>은 저출생 시대에 임신과 출산, 육아를 대하는 사회의 얼굴을 통렬하게 비판한 블랙코미디였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자신이 겪었던 불편과 소외, 고립을 극에 고스란히 담아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김 대표는 평화와 통일에도 관심이 많다. 경기도 평화통일공모사업 일환으로 아동극을 하기도 했고, 지금 기획 중인 가족 뮤지컬 <영리한 너구리 동동>이라는 작품을 DMZ 일원에서 상설 공연으로 무대에 올리고 싶다. 이곳을 찾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며 평화에 대해 모색하고 꿈꿔보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 것이다. 엄마로서, 예술가로서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 목표라는 김봄희 대표. 연극 버스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의 열정이 경기도 곳곳에서 꽃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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