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지역 전문가
이영성 서울대학교 교수
경기 북부 발전은 국가 성장 동력

이영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도시·지역 발전에 관한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경기 북부 발전은 경기도뿐 아니라 미래 국가 성장 발전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 교수에게 그 이유를 들었다.

글. 이선민 사진. 전재호
고도원

2021년 6월,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가 무역개발이 사회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함에 따라 한국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그런데 고유가, 고물가, 무역수지 악화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이런 어려움을 돌파할 방법은 없을까?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이영성 교수는 방법이 있다고 단언한다. 국가 균형 발전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현안을 해결할 수 있고, 첫 시작이 경기 북부 발전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것은 포항, 울산, 부산을 아우르는 남동임해공업지역이었습니다. 1968년 김신조 사건, 1974년 육영수 여사 암살 사건 등 전쟁 위협이 상존하던때 서울과 먼 곳에 공업단지를 조성해야 피해가 덜할 거라는 생각을 한 거죠. 게다가 당시 중국·러시아와는 수교를 하지않고 일본·미국과 주로 무역을 했기 때문에 남동쪽을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부산, 대구, 울산의 인구가 약 20% 빠졌어요. 설비가 노후화 되고 산업구조가 바뀐 데다 사람들이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인재가 가지도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경기 북부는 기업이 선호하는 수도권인 데다 아직 개발할 여지가 많아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입니다.”
이 교수는 특히 기존 중화학공업 시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경기 북부가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경기 북부가 최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이 교수의 말을 따라가보자.

지리적 이점 뛰어나 투자가치 풍부 경기 북부의 경쟁력은 먼저 지리적 위치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2차전지,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은 경기 남부와 충청권에 집중되어 있다. 기업에 물류 절감은 매우 중요하다. 반도체 공장에서 가까울수록 물류비용이 절감되고 산업 효율성이 높아지기에 가까운 곳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용인 등 경기 남부와 충청권에 조성된 첨단 산업단지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더 큰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멀리 호남이나 영남에 새로운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물류비용이 많이 들고 인재를 채용하기도 힘듭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가 되면서 기획과 연구 개발(R&D) 등이 중요해지니 인재 수급도 중요한 문제죠.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기업은 수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경기 북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충청 북부 지역에서부터 경기 북부 지역까지 대략 반경 200km 정도인데, 이 안에 대한민국 국가 경쟁력의 원천을 모두 담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짧은 동선 안에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본 기술과 노하우, 양산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경기 북부가 최적지라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도를 둘러싼 도로망이 갖춰져 있고, 지하철 같은 대중 교통이 잘 연계돼 있어 이동도 편리하다.
“많은 사람이 첨단산업의 북방한계선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산업 발전을 위한 옵션으로 경기 북부를 배제할 것이 아니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반도체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기에 북방한계선까지 가는 것을 꺼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 공장을 북부에 곧바로 짓자는 것이 아니라 소재나 부품, 장비를 다루는 산업단지를 조성하자는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산업 생태계를 갖춘 만큼 북부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 북부는 기업이 선호하는 수도권인 데다 개발할 여지가 많아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입니다.”
사단 부지에 기반 시설을 갖추고 첨단산업인 바이오산업, 우주 항공 등을 육성하자는 제안이다.
또 산업 부지 내에 현장과 연계한 R&D 시설을 갖추고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



RE100 시대에 적합한 최고 첨단산업 부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은 약 7GB에 달한다. 2040년에는 10GB가 필요할 전망이다. 이 교수는 원자력발전소 1개의 발전량이 1GB라며,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RE100이 세계적 흐름이기 때문에 원자력은 한계가 있다. 이 교수는 경기 북부에 재생에너지의 잠재량이 풍부하다고 주장했다.
“DMZ에서 풍력발전을 얻을 수 있고, 연천 같은 군부대가 있던 곳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지으면 RE100 문제도 해결됩니다. 만약 RE100에 대처하지 못한 상태에서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약 100조 원의 매출이 급감합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의 2%가 사라지는 건데, 현재 경제성장률이 1.3~1.4%임을 감안하면 -0.5%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국방 계획 변화에 따라 4개 사단이 하던 역할이 1개 사단으로 축소되며 사단 부지가 어마어마하게 나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더 이상 군부대 역할을 하지 않는 나머지 3개 사단 부지에 기반 시설을 갖추고 첨단산업인 바이오산업, 우주 항공 등을 육성하자는 제안이다. 또 산업부지 내에 현장과 연계한 R&D 시설을 갖추고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
“DMZ는 길이가 약 250km에 달하는데, 그곳에 300m 간격으로 풍력발전기를 세우면 어마어마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고요. 그리고 풍력 발전기 사이사이에 스마트팜을 조성하면 농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바이오산업에 필요한 천연 물질을 그곳에서 재배할 수도 있지요.”
이 교수는 산업단지 하나를 제대로 조성하는 데 최소 10년이 걸리는데, 북부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며 긴 안목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면 국가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동임해공업지역의 부가가치 생산 능력이 100만 평당 7,000억 원 정도인데, 첨단산업이 들어오는 북부는 수십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다.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0만 평당 10조~15조 원의 부가가치가 생긴다. 반도체의 경우 SK하이닉스는 100만 평당 대략 40조원, 판교 테크노밸리 같은 경우 300조 원 가까이 부가가치를 얻는다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북부에 첨단산업 단지가 조성되면 향후 남북 관계가 개선됐을때 국제적 이익 공유가 가능해진다는 예상도 내놓았다.
“중국이나 베트남이 글로벌 기업의 생산 기지로 인기 있는 이유는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조만간 이들 나라의 GDP가 2배 이상 오르게 되면 그 장점이 사라집니다. 반면 북한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10년 후에도 GDP가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북부에 조성한 첨단산업 기지에서 기술력과 소재, 부품을 제공받는다면 글로벌 기업에는 최고 투자처가 되는 거죠. 북부 개발은 국제적 이익 공유와 북한의 폭발적 성장까지 대비하는 셈입니다.”
경기 북부 개발이 북부 도민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국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이영성 교수의 청사진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DMZ에서 풍력발전을 얻을 수 있고, 연천 같은 군부대가 있던 곳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지으면 RE100 문제도 해결됩니다.”
이 교수는 북부에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면 향후 남북 관계가 개선됐을 때
국제적 이익 공유가 가능해진다는 예상도 내놓았다.



이영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도시경제, 지역경제, 도시재정, 기반 시설, 도시성장관리 등 도시계획분야 내에서 다룰 수 있는 다양하고 포괄적인 내용을 연구하고 있다. International Journal of Urban Science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시신속행정자문단 자문위원, 수도권정비실무심의위원회 위원, 서울대학 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장, 한국지역학회지 <지역연구> 편집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지역·도시정책의 이해>, <지역개발론>, <지방분권시대의 환경정책> 등 다수의 공저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