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연설비서관으로 유명한 강원국 작가는 <대통령의 글쓰기>를 출간하면서
작가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먼저 말동무를 만들어보라고 권유한
강 작가에게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글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타고난 소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대통령의 글쓰기>를 집필한 후 전업 작가가 된 강원국 작가는 말을 잘하면 글로 먹고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말을 많이 하십시오. 글을 쓰기 위한 말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동무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아내가 제 말동무입니다. 배우자가 없다면 친구나 이웃도 좋고 자녀, 부모님 등등 누가 됐든 말동무를 만들어서 그 사람과 말을 많이 해보는 겁니다.”
강 작가는 “말을 잘 못하는데 어떻게 글을 씁니까?”라며 말이 먼저고, 제대로 된 말을 하게 된다면 글로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말을 해서 말동무의 반응을 보고 생각을 수정해 다시 말해보고, 근거를 보완해서 또 말을 하다 보면 글감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동무를 못 만들겠다면 먼저 유튜브를 활용해보라고 권유했다. 친구가 없다면 먼저 유튜브를 해도 볼 사람이 없을 테니 부담 없이 시작해보는 것이 좋단다. 볼 사람이 없는 유튜브라 할지라도 혼잣말과 달리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좋다.
“두 번째로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합니다. 공부하지 않고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에요. 책뿐 아니라 강의를 듣거나 자연에서 배울 수도 있어요. 사람을 만나서 직접 배워도 좋고요. 자신의 경험이 공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강 작가는 공부가 글 쓰는 데 도움이 되려면 메모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공부하고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통해 얻은 것을 메모해서 간직해야 한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메모하지 않으면 읽은 것에 그칠 뿐 나중에 글쓰기와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메모한 것을 바탕으로 꾸준히 짧은 문장이라도 매일 쓰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문장만 써도 되고 한 단락만 써도 된다.
“글을 잘 쓴다기보다 저처럼 글을 잘 못 써도 글로 먹고살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짧은 글을 꾸준히 써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글쓰기 연습도 되고 나중에 글감이 됩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1만9,000편 정도 쓴 것 같아요.”
강 작가는 생각, 느낌이나 감상, 깨달음 혹은 반성, 통찰, 알게 된 지식, 어딘가를 통해 얻은 정보, 그리고 여러 가지 기억이 글쓰기 소재가 된다고 덧붙였다.
말하기와 공부, 메모를 통해 글감을 찾다
강 작가는 짧은 글을 쓸 때 가능하면 공개적인 곳에 노출시키라고 조언했다. 일기장에 쓰는 것은 글의 힘을 키우지 못 한다고.
“남들이 보는 글을 쓸 때는 독자를 의식하게 되고,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자꾸 고치게 돼요. 일기는 본인이 쓸 수 있는 수준에서 쓰고 싶은 걸 그냥 쓰게 돼죠. 그것은 땀 안 나고 힘들지 않은 수준에서 매일 하는 운동은 효과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근육이나 지구력을 못 키우죠. 그냥 제자리걸음을 하는 거예요.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약간이라도 힘을 길러야 해요.”
자신의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강 작가. 좋은 반응도 겪어보고 호된 비난도 받으면서 소통하는 글쓰기를 배울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요즘은 페이스북,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브런치 등등 글을 연재하고 올릴 공간이 많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대중과 소통하는 글쓰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강 작가는 글을 올리기 전 글감에 대해 말동무와 대화를 나눠보고, 말동무와 말하기 위해서라도 메모를 하고, 그 메모의 내용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글쓰기를 하기 위한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말을 많이 하십시오.
글을 쓰기 위한 말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동무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아내가 제 말동무입니다.
배우자가 없다면 친구나 이웃도 좋고
자녀, 부모님 등등 누가 됐든
말동무를 만들어서 그 사람과 말을 많이
해보는 겁니다.
글을 쓰다 보니 공부가 재밌어졌다
강 작가는 평생 남의 글을 쓰는 생활을 해왔다. 대기업 CEO의 자서전을 쓰기도 했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내 글을 쓰는 것과 남의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역량이 다른데, 남의 글을 쓰기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은 청해력이라고 말한다.
“저 사람이 왜 저 말을 하는지 의도나 의미, 속내를 읽어내고 목적이나 취지를 파악해야 하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눈치가 좀 빨랐다고 할까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친척집에 살다 보니 눈치가 좀 있는 편이었어요. 상대가 얘기하는 걸 들으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남의 눈치를 보다가 이젠 자신의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하고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최근 공부에 관한 책을 낸 것도, 갈수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데 그 이유를 젊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였다. 나도 모르는 나를 찾아 떠나는 짜릿하고 달콤한 여정이 바로 ‘진짜 공부’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도 한다.
“저 역시 학창 시절 공부가 재미없고 시험이 싫었어요.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 모두 한 번에 붙지도 못 했죠. 그런데 이젠 공부하는 시간이 가장 즐거워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답게 살고, 나답기위해 필요한 공부를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공부에 취미가 없다는 사람은 아직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이가 들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공부를 찾아보세요.”
해야 할 일을 하는 건 미래에는 좋지만 현재는 좋지 않을 수 있다. 공부는 현재에도 좋고 미래에도 좋은 일이라는 것이 강 작가의 생각이다. 또 성적이 좋아야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잘 그리거나 운동을 잘하는 것도 공부를 잘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솔직히 공부에 필요한 집중력, 지능, 지구력 등은 전부 타고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타고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성적을 잘 내는 공부에만 집착해서 아이들에게 노력을 안해서 공부를 못한다고 비난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면서 시야를 넓혀나갈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천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경기도민인 강 작가는 앞으로도 공부 외에 글을 잘 쓰기 위한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써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내와 대화를 나누거나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요즘이 행복하다는 강원국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저 역시 학창 시절 공부가 재미없고
시험이 싫었어요.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 모두 한 번에 붙지도 못 했죠. 그런데 이젠 공부하는 시간이
가장 즐거워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답게 살고,
나답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공부에 취미가 없다는 사람은
아직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이가 들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공부를 찾아보세요.
강원국
저술가, 강연가. 김대중 전 대통령 연설 비서관실 행정관,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 등으로 일하며 리더들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었다.
지금은 집필, 강연, 방송 활동에 전념하며 산다. 그동안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등을 집필했다. 최근 10대를 위한 30가지 공부 이야기 <강원국의 진짜 공부>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