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과 메밀 면의 맛있는 조화
용인 고기리막국수
2개월 전 경기도 유튜브 채널에서 도민들이 동네 맛집을
댓글로 올리는 ‘경기미식’ 쇼츠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그중에 용인의 ‘고기리막국수’가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추천할 만한 집이었기 때문이다.
글. 박찬일 사진. 전재호
음식 맛에 감동하고 고객 대하는 태도에 단골 되는 집
“고기리막국수. 고기와 막국수의 절묘한 조화가 진짜 맛있는 집이에요.”
이벤트에 한 도민이 올린 댓글이다. 고기리는 용인의 깊은 안쪽, 개발되지 않은 마을이다. 차가 없어 어떻게 가야 할지 검색해보니 신분당선-경강선-GTX-마을버스로 이어지는 노선이었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전형적인 경기도 개발 지구와 농촌, 산을 지나 오래 달렸다. 공기가 다를 정도였다. 멋진 개천이 흘렀고, 그 옆으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강의 범람을 막고 길도 넓히는 공사인 듯했다. 그렇게 달려서야 식당에 도착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기가 1시간. 이미 손님 수십 명이 대기실을 채우고 있었다. 이 동네 사는 같이 온 사진가는 3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고 말한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유수창·김윤정 부부가 맞아준다. 10년 넘게 이 가게를 열고 지키고 한결같이 국수를 삶는 사람이다. 남편은 주방을 지휘하고 아내는 홀을 지킨다. 이 집의 미덕은 음식 맛도 맛이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하루에 1,000명 넘는 손님이 몰려오고, 방송을 찍으러 왔던 만화가 허영만 씨가 촬영 당일 먹은 막국수 맛에 감동해 그날 저녁 다시 찾았다는, 한 번이라도 맛본 손님은 다음에 또 방문해 대기하면서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는다는 전설적인 집인데도 늘 한결같이 따스하게 손님을 맞는다. 어떻게 하면 손님이 감동을 느끼고 대접을 제대로 받았다고 느낄까 고민하는 집이다. 그런 오랜 경험을 책으로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이 책은 많은 식당과 기업의 교재가 되고, 저자인 김윤정 씨는 여러 곳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손님을 가족처럼. 이런 말을 넘어 감동하고 다시 방문하게 하는 게 목표였어요. 최고 음식과 최선의 서비스 너머 그 이상의 무엇이 있지 않을까. 지금도 그걸 찾는 과정에 있어요.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는 그 과정을 쓴 얘기예요.”
연신 손님이 밀려드는 식당 한쪽에서 부부가 나란히 앉았다. 유수창 씨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벌겋게 달아올랐고 투박하다. 한때 그는 좋은 회사를 다니던 엘리트였다. 부부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려고 압구정동에 술집을 연 것이 오늘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동네의 쇠퇴와 운영 능력의 한계에 부딪혀 술집을 접었다. 그리고 오랜 고민과 고생 끝에 막국수의 세계에 들어섰다.
주방을 먼저 취재했다. 10명 가까운 직원이 바쁘게 일하는데,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다. 홀도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깔끔한 주방이라니. 이 집은 갓 갈아 반죽한 메밀로 면을 뽑는다. 유수창 씨가 익숙한 솜씨로 뽑은 면을 헹구고 사리를 짓는다. 번개 같은 속도와 절도가 있는 동작이다. 유 씨는 사장인데도 이 주방의 최고 기술자로, 항상 현장에서 선두로 일한다. 김 씨도 마찬가지다. 식당의 모든 것을 가장 잘하는 부부가 바로 사장이고 최고 기술자다. 이상적인 식당인 것이다. 유 씨는 면을 하도 많이 뽑고 사리 짓고 물기를 짜내 그릇에 담느라 손목에 병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것을 숙명으로 여기며 일을 멈추지 않는다.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고기리막국수의 메뉴는 단출하다.
여러 종류의 막국수와 수육이 전부다. 집중의 원칙을 지킨다.
막국수 하나를 최고로 만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집에서 독자 개발한 들기름막국수가 나왔다.
간간하고도 단순한 양념,
구운 김가루와 들기름이 전부다.
구수하고 심심하면서 쫄깃한 면의 힘
고기리막국수의 메뉴는 단출하다. 여러 종류의 막국수와 수육이 전부다. 집중의 원칙을 지킨다. 막국수 하나를 최고로 만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집에서 독자 개발한 들기름막국수가 나왔다. 간간하고도 단순한 양념, 구운 김가루와 들기름이 전부다. 면의 탄력과 맛이 그 힘을 돋운다. 연신 입에 넣기 바빠서 양이 금세 줄어버린 줄도 몰랐다. 남은 양념이 아까워 김치로 닦아 먹었다. 물막국수는 면 맛에 좀 더 빠져들 수 있다. 앙념이 없기 때문이다. 구수하고 심심하며 쫄깃한 메밀 면의 고갱이가 입에서 꿈틀거리듯 살아 있다. 어허! 그저 감탄이 나올 뿐이다.
하루 평균 1,000명 넘는 손님이 이 집을 찾는다. 상상이 안 되는 숫자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가게치고는 그리 크지도 않다. 하루 종일 손님이 대기하는 식당이라니.
“진심으로 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만들어둔 반죽을 버릴 정도로 손님이 없었지요.(웃음) 광고를 한 적도 없으니 이 동네에 막국숫집이 있는지 누가 알았겠어요. 그저 손님 한두 분이 우연히 들렀다가 입소문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지금도 모든 손님이 일부러 귀한 시간 내어 이곳까지 찾아주신다는 것만으로도 감격하고 감사합니다. 그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늘 스스로 다짐해요.”
김 씨가 쓴 책에는 이런 부제가 달려 있다. ‘한 번 오면 단골이 되는 고기리막국수의 비결’. 사실 비결은 없다. 음식 맛있고 주인 친절한 것, 그것 이상의 비결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을 지키기란 너무도 어렵다. 단순하지만 지키기 힘든 것. 그 태도가 지금의 고기리막국수를 만들지 않았을까.
몇 가지 더. 36개월 미만 아기는 청하면 막국수를 무료로 준다. 아이 길러본 부모의 마음이라고 한다. 아기 먹이자고 한 그릇 더 시키기는 양이 너무 많고, 안 시키자니 주인 눈치 보이는 게 일반적인 일. 그래서 아예 아기는 무료로 주자고 결심했다. 부부는 수익의 상당수를 기부한다. 직원들에게도 최선의 복지를 제공하려고 한다. 부부의 눈빛을 보면, 그동안 살아온 내력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박찬일
누군가는 ‘글 쓰는 셰프’라고 하지만 본인은 ‘주방장’이라는 말을 가장 아낀다.
오래된 식당을 찾아다니며 주인장들의 생생한 증언과 장사 철학을 글로
써서 사회·문화적으로 노포의 가치를 알리는 데 일조했다.
저서로는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이 있고 <수요미식회> 등 주요 방송에 출연했다.
용인 고기리막국수
주소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이종무로 157
문의 0507-133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