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로 세상과 소통하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지현
김지현 씨는 ‘현실판 우영우’다.
바이올린을 켜는 동안 장애는 사라지고 음악만 남는다.
아름다운 선율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지현 씨에게
예술인 기회소득은 때마침 찾아와준 선물이었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자폐를 연구한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는 “일탈적이고 비정상적인 모든 것이 반드시 열등한 것은 아니다. 자폐아들은 새로운 사고방식과 경험으로 훗날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도 있다”며 자폐의 긍정적인 면을 주장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우영우가 100% 허구 인물은 아닌 것.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발달장애인이 많다. 발달장애인 클래식 연주단 ‘비바챔버앙상블’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현 씨도 그중 한 명이다. “지현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일반 학교를 다닐 정도로 대인관계, 학습 능력이 우수합니다. 암기력도 좋아서 초·중학교 때는 늘 상위권이었어요. 고등학교 공부는 좀 버거워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한경국립대학교(평택캠퍼스)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지요. 하지만 의사소통이 중요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더군요.”지현 씨의 어머니 최정숙 씨는 “사회복지보다는 고등학교 때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배운 바이올린에 더 흥미를 느끼고 스펀지처럼 흡수해 다시 백석예술대학교 클래식음악학부에 들어갔다”며 바이올리니스트의 길을 걷게 된 동기를 밝혔다.
예술인 기회소득으로 ‘2023 경기도장애인음악제’ 참여
비록 좋아하고 잘하는 음악을 하지만 지현 씨에게 음악인으로서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비장애인보다 레슨을 받기도, 공연을 하기도 수월하지 않은 것이 현실. 하지만 지현 씨는 특유의 집중력과 꾸준한 연습으로 현실의 벽을 하나씩 넘고 있다.
“주변에서 많은 분이 응원하고 도와주세요. 작년에 받은 예술인 기회소득도 그중 하나예요. 덕분에 꼭 참가하고 싶었던 ‘2023 경기도장애인음악제’ 무대에 오를 수 있었거든요.”
경기아트센터가 주관한 ‘2023 경기도장애인음악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음악으로 소통하며 장애 예술인의 한계와 장벽을 없애고 장애 예술의 가치를 알리는 대규모 공연으로, 상하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 장량의 지휘 아래 성남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꼭 참여하고 싶었고 참가 제의도 받았지만 레슨이며 준비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민하던 차에 예술인 기회소득을 받게 되어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성남시향 악장 옆에서 제1바이올린을 끝까지 멋지게 연주해낸 지현 씨는 장량 지휘자와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그때 느낀 기쁨과 희열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예술인 기회소득이 있었기에 도전할 기회가 생겼고, 도전으로 음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경기도에는 음악을 하는 장애인이 많습니다. 도립 장애인 오케스트라가 생겨서 더 많은 장애 음악인이 경기도민과 음악으로 소통하면서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장애, 비장애 구분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지치고 힘든 사람들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힘과 용기를 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김지현 씨. 그에게 음악은 세상과 소통하는 한 줄기 빛이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등대와도 같은 존재다.
with 경기

예술인 기회소득이란?

예술 활동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예술활동증명유효자 중 개인소득이 중위소득 120% 수준 이하인 예술인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info

김지현 씨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인 클래식 연주단 비바챔버앙상블 소속 바이올리니스트로 ‘2023 경기도장애인음악제’에 제1바이올린 연주자로 참여하는 등 활발히 음악 활동을 하며 장애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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