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가 줄리안 퀸타르트 일회용품 안 쓰는게 맞잖아
<비정상회담>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
그는 최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채식을 전파하는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한국인에게 받은 사랑을
선한 영향력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줄리안이 외친다. “안 쓰는 게 맞잖아!”
글. 이선민 사진. 전재호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가면 환경을 생각하는 복합 문화 공간 ‘노노샵’이 있다. 노노샵에서는 포장재 등 쓰레기를 최소화한 제품과 비건 관련 식품 및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포장을 원할 경우 개인이 용기를 준비해 가야 한다. 이곳의 주인장은 다름 아닌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
“제가 제로 웨이스트나 비건에 관심이 많아 비건 제품만 판매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노노샵을 열 때만 해도 비건 제품 구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비건 제품을 살 때도 꼭 성분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 불편을 덜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다행히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이제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노노샵의 인테리어도 모두 의미가 있다. 마스크나 플라스틱을 새 활용한 것으로, 소품을 사용 후 버리지 않고 계속 쓰는 것도 환경보호 활동의 일부라는 의미에서 골동품 조명을 달아놓았다. 소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은 노노샵의 분위기는 모두 줄리안의 아이디어에서 완성됐다.
“방송 덕분에 이름이 알려져 기후 위기와 관련해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의미 있는 메시지 전달로 보답하는 중이죠.”
기후 위기, 알면 알수록 할 일이 많아요
10년 전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을 통해 유명해진 그는 지금 방송인이자 기후 위기를 알리는 스피커로 활동 중이다. 유럽연합 기후행동 친선대사, 2023년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시민 부문 우수상 수상, 재한 외국인이 참여하는 발룬티어 코리아 창립 등 활동도 왕성하다.
“방송 덕분에 이름이 알려져 기후 위기와 관련해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의미 있는 메시지 전달로 보답하는 중이죠.”
줄리안은 어릴 때 부모님이 작은 마을에서 유기농 가게를 운영했고 자연을 접하며 살았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높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불편한 진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지금처럼 적극적이지는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외출할 때 전기 코드를 뽑는 정도로 생활 속 환경보호를 실천했지요.”
그 후 많은 사람과 만나면서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영상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좋은 반응을 얻어 유럽연합 기후행동 친선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기운차게 활동한 건 아니다. 우연히 참가한 패션쇼에서 엄청난 폐기물이 나온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나는 불편해도 텀블러를 챙기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배출한다면 과연 내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회의감에 빠져 ‘기후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데, 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학생이 많더라고요. 기후우울증이란 기후위기를 체감하지만 개인이 이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 보니 상실감, 분노 또는 무력감을 호소하게 되는 것을 말해요.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공부해서 무엇하나’, ‘내가 사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유해한 것 같다’는 식으로 기후우울증을 앓는 것이죠.” 줄리안은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그레타 툰베리 역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귀를 닫는 것을 보면서 ‘내가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어차피 그 사람들은 내 말을 안 들을 거잖아’라며 기후우울증을 앓다가 실천을 통해 극복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 역시 회의감이 들어도 열심히 실천하고 행동하다 보니 작은 목소리도 큰 힘을 낸다는 것을 깨달아 기후우울증을 극복했다고 고백했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개인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활동이 채식이라고 생각해요.
(중략) 매년 동물 10억 마리가 배부르게 먹는데 인간은 8억 명이 기아를 겪고 있어요.
또 가축용 사료 재배를 위한 산림 벌채도 심각한 문제가 되었고요.
채식은 이런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어요.”
기후 위기 해결의 첫걸음, 육식보다 채식
그는 3년 전부터 비건인으로 살고 있다. 코로나19 때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에서 근력을 키우기 위해 꼭 닭 가슴살을 먹지 않아도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단다. 환경을 위해 소고기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 생각했던 그에게는 충격이었다. 그 후 본격적으로 채식을 시작했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개인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활동이 채식이라고 생각해요.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식량의 연결 고리를 이해하면 명확히 알 수 있어요. 대두의 경우 75%는 가축 사료로, 6%는 인간의 식량으로 사용돼요. 매년 동물 10억 마리가 배부르게 먹는데 인간은 8억 명이 기아를 겪고 있어요. 또 가축용 사료 재배를 위한 산림 벌채도 심각한 문제가 되었고요. 채식은 이런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어요.”
그는 단백질에 대한 오해도 지적했다. 단백질은 과일이나 채소에도 들어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마치 동물성 단백질만 의미 있다는 식으로 알려진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역도를 하는 사람이나 레슬링, 보디빌딩 대회 우승자 등 채식만으로도 근육을 충분히 키운 사례가 있단다. 그는 한동안 오디오 플랫폼 ‘클럽하우스’에서 매주 채식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론적으로도 단단히 무장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비건이 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최소 한 끼는 채식을 권해요. 솔직히 요즘은 과소비가 문제거든요. 아침에 스팸, 점심 때 차돌박이, 저녁 때 바비큐 먹고 야식으로 치킨을 먹잖아요. 한 끼만이라도 고기 없는 식단을 실천해보시라고 권하는 거예요. 가장 쉬운 기후 위기 해결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그는 코지마 다노리처 감독의 다큐멘터리 <전구 음모이론(The Light Bulb Conspiracy)> (2010)이라는 작품을 추천했다. 우리가 쓰는 제품의 ‘계획적 노후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그것을 보고 정말 많이 화가 났다고 털어놓았다.
“일부러 상품 수명을 단축해 노후화하는 것을 계획적 노후화라고 하는데, 전구가 그 시작이었어요. 1920년대의 전구 수명은 2,500시간이었는데 제조사들이 담합해 1,000시간으로 줄인 거죠. 스타킹도 마찬가지예요. 계획적 노후화라는 제품 생산 시스템은 쓰레기 문제를 야기하고 결국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에 악영향을 끼쳐요. 이런 반환경 시스템을 해결해야 기후 위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경기도가 펼치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을 적극 지지하며, 이젠 단열에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쓰레기를 안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에너지의 효율화다. 또 차선이 넓으면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므로 버스 전용 도로를 활성화해 버스가 더 빠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젠가 경기도에 노노샵 2호점을 내고 싶다는 그를 하루빨리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그의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줄리안 퀸타르트

2014년 JTBC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벨기에 대표 패널로 출연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비정상회담> 출연 전부터 가수·모델·DJ로 일했으며, <비정상회담> 하차 이후 본업인 DJ와 환경 관련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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