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당당하게 나를 외치다 방송 댄서 안여사

곁눈질 한 번 없이 20여 년을 춤꾼으로 살아온 안여사.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방송 백업 댄서로 입지를 굳혀왔다.
이제는 후배 양성으로 인생 2라운드를 맞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최경록

김완선 ·소방차 ·박남정·엄정화 ·보아 ·클론·박진영 ·이효리·싸이 등 댄스 가수가 가요계를 점령하던 시절, 그들 뒤에는 열정적으로 춤을 추던 백업 댄서들이 있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여사(본명 안은진)도 그중 한 사람이다.
“1997년 태사 자 백업 댄서로 데뷔한 이후 임창정, 이정현, 이승철, 듀크, 유미 등 많은 가수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20년 넘는 세월을 ‘춤판’에서 살고 있네요. 하하.”
방송 백업 댄서계의 산 증인인 안여사는 업계에서 방송 안무와 배우 이나영·김아중의 댄스 트레이너로 꽤 유명하다. 함께 춤을 추던 수많은 댄서가 세월 속으로 묻혔음에도 그녀가 아직까지 춤을 추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너무 좋아하는 일이라 그런가 봐요. 고등학생 때까지 발레를 전공했는데, 입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하고 방송 댄스 기획사에 들어갔습니다. 그 생활도 녹록치 않더군요. 성남에서 기획사가 있던 영등포까지 거리도 너무 먼 데다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 교통비도 감당이 안 됐지요. 당시만해도 댄서의 존재감의 크지 않던 시절이라 말 그대로 ‘열정 페이’였지요.”
그러나 춤을 출 수만 있다면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었다. 그렇게 2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특히 임창정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안무가로 유명한 강희성 단장은 지금까지 함께하는 스승이자 은인이다. 출산과 육아로 무대에 서지 못할 때도 늘 응원하고 격려해주었다.

수원전통문화관

예술인에게 기회는 ‘나를 인정받는 것’ 두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본격적으로 다시 춤을 추려고 했을 때, 팬데믹이 선언되었다. 설 수 있는 무대가 한 곳도 없었지만 그녀는 주저앉지 않았다. 무대에서 춤추는 대신 인재를 양성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현재 광주 시내에 전문 댄스 아카데미를 준비 중이다. 광주에는 댄스를 배우려는 아이는 많은 반면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댄서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그동안 쌓은 커리어를 십분 발휘할 예정이다. 그리고 가능성은 있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이가 있다면 재능 기부 형식으로 가르치려 한다. 자신처럼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아이가 없도록 말이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현실적인 도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안여사는 “예술인 기회소득도 감사하지만 예술 활동의 대가로 얻은 소득이 더 소중하다”며 “예술인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안여사가 7월 말에 오픈하는 댄스 학원 이름은 ‘스피릿 댄스 스튜디오’다. 환갑을 지나 칠순이 될 때까지 춤꾼으로 살겠다는 정신력을 피력했다고. 댄스 스튜디오는 살면서 처음으로 가진 목표이기도 하다. 확고한 의지와 당당함으로 나를 외쳐온 안여사의 인생 2라운드 행보가 스피릿 댄스 스튜디오에서 어떻게 울려 퍼질지 자못 기대가 된다.



Info

‘예술인 기회소득’이란?
예술 활동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중위소득 120%인 경기도 예술 활동 증명 유효자에게 연 150만 원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