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의 실록을 옮기던 길
봉화길 덕풍천길

2024. 02

조선 시대 한양에서 경북 봉화를 잇던 경기옛길 봉화길.
지난해 11월 11일 개통한 곳으로, 조선왕조의 기록이 옮겨지던 길이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봉화길은
경기도는 하남, 광주, 여주, 이천,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한양에서 경북 봉화를 잇는 봉화로의 옛 노선을 연구 고증하고, 그 원형 노선을 바탕으로 봉화길을 조성했다.

Info

코스 정보 하남검단산역-당정뜰-하남시청-광주향교-남한산성 북문-남한산성 로터리
거리 13km
소요 시간 4시간 20분
난이도

경기옛길6

한양에서 봉화 태백사 사고(史庫)까지 ‘경기도 봉화길’. 5호선 하남검단산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 은방울공원에 봉화길 제1길 덕풍천길 안내판이 있다. 지난해 개통한 봉화길의 의미와 전 구간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적혀 있다. 봉화길은 조선 시대 김정호가 편찬한 <대동지지(大東地志)>에서 구획한, 한양과 지방을 연결한 10대로 중 봉화로(奉化路)를 역사적 고증을 거쳐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조성한 길이다. 당시 봉화로는 한양에서 광주, 이천, 충주를 지나 태백산사고(太白山史庫)가 있던 경상북도 봉화 지방을 연결했다. 안내판 바로 옆에 있는 한옥 모양 스탬프함이 봉화길의 의미를 더한다. 바로 경북 봉화에 있던 조선왕조 태백산 사고(史庫)의 모형이다. 사고는 역사 기록을 보관하는 곳으로, 선조는 임진왜란 이후 춘추관, 태백산, 묘향산, 강화 마니산, 오대산 다섯 곳에 사고를 짓고 <조선왕조실록>과 왕실 족보인 ‘선원보(璿源譜)’를 보관했다. 조선왕조의 역사가 옮겨지는 출발점에서 파란만장했던 조선의 역사를 상기하며 남한산성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사계절 새들을 품은 당정뜰의 넉넉한 품 은방울공원을 지나 5분 정도 직진하면 산곡천 변으로 들어선다. 천변을 따라 10여 분 걸으면 팔당대교 아래 한강 변으로 이어지고 하남의 앞마당 당정뜰이 나온다. 당정뜰은 한강 중류의 배후습지로 사계절 내내 새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겨울에는 고니와 오리가 터줏대감이 되고 참수리, 흰꼬리수리가 수시로 날아온다. 주변에서는 새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진가도 자주 볼 수 있다. 당정뜰을 지나면 한강을 벗어나 덕풍천길로 이어지고 고골사거리에서 광주향교를 만난다. ‘고골’은 고읍(古邑)에서 유래한 말로, 광주목 읍치(邑治, 고을을 다스리는 곳)를 남한산성으로 옮기기 전 이곳에 읍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광주향교는 교육 공간은 물론, 학생들의 기숙사를 갖춘 큰 규모의 향교다.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의 역사를 읽어보니 태조 5년 이곳 에 향교를 짓고 식재했다고 한다.

경기옛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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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다 광주향교를 지나면 상사창동이 나온다. 조선 시대 이곳에 세미(稅米)를 보관하는 창고가 있어 붙은 지명이다. 이곳부터 남한산성 북문(전승문) 구간은 병자호란 현장이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10만 대군이 진을 치고 인조의 항복을 강요한 곳이다. 고요하고 한적한 산길이지만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고, 곳곳에 눈이 쌓여 있으니 주의해서 걸어야 한다. 오르막이 끝날 때쯤 남한산성 북문이 그 위용을 뽐낸다. 동서남북에 문이 4개 있는데, 북문은 병자호란 당시 성문을 열고 나가 기습 공격을 감행했던 문이다. 이를 ‘법화골 전투’라고 하는데, 병자호란 당시 최대 규모이자 그야말로 참패한 전투였다. 정조 3년 성곽을 개보수하면서 성문을 개축하고 북문을 싸움에 패하지 않고 모두 승리한다는 뜻에서 ‘전승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때의 치욕적인 패전을 잊지 말자는 의미일 것이다.
성문을 지나면 남한산성 역사 테마길과 연결된다. 2코스 국왕의 길을 따라가면 덕풍천길의 종점 남한산성 로터리가 나온다. 뒤돌아 남한산성을 바라보며 돌아온 길을 상기해본다. 아마도 이 길을 따라 병자호란의 기록을 담은 <조선왕조실록>도 태백산 사고로 옮겨졌을 것이다.

Tip

시작점 찾아가기
지하철 5호선 하남검단산역 2번 출구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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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사진 촬영 명소
당정뜰
무성한 갈대 사이로 철새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풍경이 평화롭다. 날아오르는 새들의 날갯짓을 카메라에 담기 좋고, 한강 너머로 팔당대교와 남양주 예봉산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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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향교
경기 지역에서 평지에 세운 유일한 향교. 동재와 서재, 동무와 서무를 모두 갖춘 큰 규모의 향교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문화해설사의 해설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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