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기 프로파일러 배상훈이 알려주는 위험으로부터 내 몸 지키기

최근 길거리 흉기 난동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1기 프로파일러 배상훈 박사가 흉악 범죄 증가 이유를 진단하고,
일상에서 예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글. 이선민 사진. 전재호
고도원

최근 신림역, 분당 서현역, 대전 칼부림 등 흉기 난동에 관한 뉴스가 매일 보도되면서 몸을 지켜주는 각종 호신 도구가 불티나게 팔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안전하기로 유명했던 대한민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 범죄는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숫자 자체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능적·사회성범죄가 늘어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사이버 공간이 일상화되고 모방 범죄가 가능한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이죠.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고 오프라인에서 실행하는 사회성 범죄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국내 1호로 꼽히는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흉기 난동이나 살인 예고가 급증하는 현상에 대해 각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범죄를 모방함으로써 만족과 희열을 느낀 탓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람마다 품고있는 불만을 긍정적으로 해소할 기제를 만들지 못하면 이러한 범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범죄의 양상은 저질렀던 사람이 또 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최근 발생한 신림동 흉기 난동 범인 조선이 후자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조선은 20대에 이미 20범의 전과를 기록했는데, 관리되지 않은 탓에 범죄에 또다시 노출된 셈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확한 범죄 통계가 없고 수사 기록 공개도 안됩니다. 그런 만큼 같은 유형의 사건이 발생해도 수사관이 참고할 자료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 진주에서 안인득이 방화와 흉기 난동으로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한사건이 있었어요. 당시 안인득이 조현병을 앓고 있었고, 범행도 그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죠. 이번 서현역 흉기 난동 범인 최원종도 조현병이라고 하잖아요. 만약 안인득 사건에 대한 수사 기록이 공개되었다면 수사관이 그 기록을 바탕으로 수사 방향을 더 정확하게 잡을 수 있었을 거예요.”
배 프로파일러는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열린 사회가 됐는데 그에 대비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찰의 수사 기록이 공개되어야 하고, 그 기록을 통해 공통점과 문제점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성 범죄자에 대한 출소 후 시스템이 필요하고, 범죄의 개인적·사회적 배경을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죄 피할 수 있는 치안 환경 필요 배 프로파일러는 만약 흉기 난동 같은 흉악 범죄와 맞닥뜨렸을 때 섣불리 돕겠다고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오히려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때는 소리를 질러 범인의 시선을 분산시키며 피해자가 도망치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가까운 곳에 돌이라도 있으면 그걸로 바닥을 쳐서 범인이 주춤하게 만들어야 해요, 그렇다고 돌을 던지면 안 되고요. 위험한 상황을 보게 되면 큰 소리를 내어 주위에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배 프로파일러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도시의 치안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흉기 사고 같은 경우 여러번 찔리며 사망에 이르는데, 첫 번째 공격은 피하지 못하더라도 장애물이 있는 쪽으로 몸을 피하기만 해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뉴욕 같은 곳에 왜 기마경찰이 있는지 아세요? 말을 타면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곳에 있어 눈에 잘 띕니다. 일부러 존재감을 드러내는 거죠. 범인들에게는 내가 있으니 나쁜 짓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일반 시민에게는 위험하면 나한테 도움을 청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배 프로파일러는 넓은 광장이나 붐비는 거리일수록 은폐물같은 장애물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우리나라 범죄는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숫자 자체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능적· 사회성 범죄가 늘어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사이버 공간이
일상화되고 모방 범죄가 가능한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이죠.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고 오프라인에서 실행하는
사회성 범죄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몸을 피하는 습관만으로도
범죄 피해 예방 가능
그렇다면 우리가 범죄를 피할 수 있을까? 배 프로파일러는 개인이 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당황하는 대신 침착하게 대처하면 큰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하철 등에서 누군가 나한테 접근하려 할 때 그 사람과 부딪히지 않도록 몸을 살짝 틀기만 해도 공격을 피할 수 있습니다. 보통 범행을 저지르고자 할 때는 대상자에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뒤쪽이나 옆에 낯선 사람이 가까이 붙는 것 같다 싶을 때는 무조건 피하세요. 그리고 손거울이 있다면 거울을 보는 척하면서 주변을 살피는 것도 위험을 피하는 방법이에요.”

고도원

배 프로파일러는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있는 이유도 뒤쪽을 살펴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엘리베이터에 다른 사람과 함께 탈 때 거울을 통해 그 사람의 움직임을 살피면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또 거리를 걸을 때 음악을 듣느라 이어폰을 꽂고 다니면 주변 정보가 차단되기 때문에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다. 밖에서는 가급적 이어폰 사용을 자제하고, 만약 듣고 싶다면 한쪽만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배 프로파일러는 호신용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범죄는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호신용품을 꺼낼 기회도 없어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어쩔 수 없이 밤이나 새벽에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손에 호신용품을 쥐고 다니는 것이 좋다. 일반 시민이라면 호신용품 대신 차라리 무게가 나가는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낫다는 충고다. 누군가 나를 공격하려 할 때 상대에게 가방을 내리치는 방법으로 몸을 보호할 수 있다.



경기도가 청소년 범죄 예방 교육에 나서주길

배 프로파일러는 열린 사회에 걸맞은 안전한 사회를 위해 치안 환경 변화와 함께 청소년에 대한 범죄 예방 교육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흉기 난동 사건을 접하고 온 국민이 범죄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어요. 정부가 이를 해소해야 하는데, 그게 안 돼서 트라우마가 오래갈 것 같아요. 어른도 이런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 청소년기에 범죄를 겪으면 그 트라우마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범죄에 대해 미리 알아두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합니다.”
경기도가 나서서 청소년 범죄 예방 교육에 힘써달라고 당부하는 배 프로파일러에게서 미래 세대를 범죄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지하철 등에서 누군가 나한테 접근하려 할 때 그 사람과 부딪히지
않도록 몸을 살짝 틀기만 해도 공격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거울이 있다면 거울을 보는 척하면서 주변을 살피는 것도
위험을 피하는 한 방법이에요.
거리에서는 가급적 이어폰 사용을 자제하고, 만약 듣고 싶다면
한쪽만 착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 대한민국 경찰청 1기 프로파일러. 2005년 경찰청 범죄분석 1기 범죄 심리 분석관(프로파일러)으로 채용되어 2007년 입직한 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 성북경찰서 형사과 과학수사팀 및 전산실 등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연쇄성 강력 범죄 사건 분석에 참여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국립중앙경찰학교(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일반적 수사 기법으로 해결하기 힘든 연쇄성 강력 범죄 사건과 장기 미제 사건 수사에 참여해 범죄자의 내면을 읽는 범죄 심리 분석 권위자로 방송과 팟캐스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현재는 프로파일링·범죄 심리·과학수사 교과과정 을 정비하는 작업과 프로파일링 및 범죄행동과학, 현장 분석 등에 대한 교재 번역과 교과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 편에 서서 진실을 파헤치는 데 힘을 보태고자 여러 방송 매체에서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