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인 추정호 씨의 행복한 출퇴근길
희귀 난치성 유전 질환인 윌슨병을 앓고
있는 추정호 씨는 기회소득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전동 스쿠터와 보조 기구를 사용해야 이동이 가능하지만
25년 만에 되찾은 ‘일터로 이동하는 즐거움’에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글. 이정은 사진. 홍하얀
“장애를 입은 후 작년까지 직업이 없다시피 했고, 사회 활동도 필요한 것만 소소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기회소득을 만나면서 꾸준히 운동하다 보니 외출에 자신감이 생겼고, 덕분에 일자리도 얻어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안양시지회에서 장애인 복지 일자리 사무 보조 일을 하고 있는 추정호 씨는 전동 스쿠터에 의지해야 이동이 가능하지만 출퇴근길이 즐겁기만 하다. 게다가 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왔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하기까지 하다고.
추정호 씨는 혈기 왕성한 20대에 희귀 난치성 유전 질환인 윌슨병이 발병했다. 훤칠한 외모에 운동도 잘하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던 ‘엄친아’였기에 더욱 상실감이 컸다. 윌슨병은 구리 대사 이상으로 간, 뇌, 각막, 신장, 적혈구에 구리가 비정상적으로 쌓여 생기는 보통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으로, 늦게 발병하는 경우 신경학적 이상이 주된 증상이다. 추정호 씨는 두통과 심한 떨림, 언어장애도 왔다.
그러다 1998년 뇌진탕으로 쓰러져 죽음의 문턱까지 가기도 했다. 어지럽고 허리가 꺾이는 듯하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시간도 반년 가까이 지나 있었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반신불수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고 말도 하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영구장애’ 판정을 내리고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고 손을 놓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국립재활병원과 평촌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을 옮겨 다니며 재활 치료를 시작했다.
“재활 치료실에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운동을 하고, 병원 안팎을 헤집고 다니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지독하게 운동하는 환자, 호전 속도가 매우 빠른 환자로 유명했죠. 혼자서는 돌아눕지도 못했는데, 보조 기구를 이용해 한두 발짝씩 걷고, 어눌하지만 말도 하게 되면서 의지가 불탔던 것 같아요.”
가족은 그가 살아가는 이유, 기회소득은 활력소
건강을 회복하면서 사랑도 찾아왔다. 그의 투혼을 지켜보던 아내가 청혼을 했고,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11개월 뒤 금쪽같은 딸도 태어났다. 다행히 딸은 유전병을 물려받지 않았고, 공부도 잘해 명문 대학에 다니고 있다.
장애인이 된 지 25년. 이동하려면 목발과 전동 스쿠터에 의존해야 하고 말도 어눌하지만, 그는 지금껏 잘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기회소득으로 또 한 번 감사한 생활을 하고 있다. 비록 사무 보조지만 장애 후 처음으로 일자리도 얻었고, 매일 출퇴근하면서 ‘이동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운동량을 정해놓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건강이 한결 좋아졌다. 적은 소득이지만 가족끼리 영화도 보고, 동창들과 부부 동반으로 부산 여행도 다녀왔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부모님과 생활을 책임지는 씩씩하고 멋진 아내, 아빠를 제일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딸까지, 추정호 씨에게 가족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이자 힘이다. 그리고 이제는 기회소득이 그 힘에 활기 한 스푼을 더하고 있다.
with 경기

장애인 기회소득이란?

2023년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한 정책으로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매주 2회, 1시간 이상 가치 활동 참여 인증 시 월 5만 원을 지급해왔다. 하반기 중 지급금을 월 10만 원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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