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선 씨의 멋지고 당당한 아빠 되기
시각장애인 서원선 씨는 장애인 기회소득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서원선 씨가 말하는 5만 원의 가치, 그리고 행복.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많은 장애인이 그렇겠지만, 특히 시각장애인에게 외출이나 야외 활동은 선뜻 시도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집처럼 구조가 익숙한 장소가 아니면 부상을 입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내딛는 걸음걸음이 시각장애인에게는 모험과 도전의 연속이며, 마치 미니 <무한도전>을 찍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런데 서원선 씨는 그 ‘무한도전’을 매주 즐겁게 찍고 있다.
“야외 활동을 하려면 단단히 결심을 해야 하기에 아이들이 나들이를 가자고 해도 잘 들어주지 못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장애인 기회소득 덕분에 주말마다 외출하고 있습니다. 기회소득을 받으려면 활동 인증을 받아야 하니까요.”
서원선 씨는 “목표를 채우고 기회소득을 받는 만큼 더 가치 있게 쓰고 싶어 외부 활동을 더 하게 됐다”며 “장애인 기회소득 덕분에 외출이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저는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장애인의 정신 건강과 자살 예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사회 활동이 필수인데, 쉽지가 않아요. 정부나 다른 지자체에서는 대부분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기에 그걸 받기 위한 노력이나 동기부여는 없지요. 그런데 장애인 기회소득은 목표를 달성해야 하므로 외부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도 되고, 또 달성하고 나면 성취감도 생겨 의욕이 솟구칩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건 물론이고요.” 서원선 씨는 “꾸준히 실천을 유도하는 사업이라 더욱 효과가 크다”며 “보다 널리 홍보되어 다른 지역에서도 시행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두 아이와 손잡고 걷는 재미
초등학교 3학년 시연이와 1학년 시하를 둔 서원선 씨는 요즘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대형 마트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전에는 아내에게 온전히 의지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제법 안내자 역할을 해주고 있어 믿고 다닌다고. 두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을 수 있어 좋고, 기회소득으로 소소한 재미도 누릴 수 있어 더욱 좋다며 고마워했다.
매달 받는 기회소득은 주로 외출이나 아이들 물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고, 평소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 음원을 구독하기도 한다. 회사 동료들에게 점심도 쏘고, 백내장 진단을 받아 햇빛 차단 선글라스도 구입했다. 그 선글라스를 끼고 반려동물 페스티벌에 갔는데, 사회자가 연예인 같다고 해서 그 후로는 연예인 아빠가 됐다고.
기회소득을 통해 건강도 좋아지고 신체 활동도 많아졌지만, 무엇보다 가족 간 유대와 친밀감이 높아져 더욱 보람을 느낀다는 서원선 씨. 그에게 이제 외출은 ‘무한도전’이 아닌,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with 경기

장애인 기회소득이란?

2023년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한 정책으로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매주 2회, 1시간 이상 가치 활동 참여 인증 시 월 5만 원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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