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의 이야기꽃이 핀
의주길 임진나루길

2024. 06

조선 시대 한양에서 임진강을 건너 의주로 가던 의주길 임진나루길.
임진왜란 때 선조의 피란길이자 조선의
위대한 사상가 율곡 이이의 이야기꽃이 핀 길이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의주길
조선 시대 한양에서 의주를 연결하는 대(對)중국 교통로였다.
한국과 중국의 사신단이 오가던 길로,
역사적 고증을 거쳐 고양에서 파주까지 48km 구간을 조성했다.
Info
코스 정보
선유삼거리 → 화석정 → 임진리 → 장산1리 마을회관 → 임진강역 → 임진각
소요 시간
4시간
거리
13.8km
난이도
농촌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율곡촌 밤골마을이 나온다.
곳곳에 핀 조선의 사상가 율곡의 이야기꽃
의주길 제5길 ‘임진나루길’. 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임진강을 따라 의주로 가던 길이다. 선조가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란을 가던 길로,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의 무대가 된 역사의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단된 이후 조선 시대 때처럼 임진강을 건너 의주까지 갈 수 없으니 의주길 남쪽 구간의 마지막 코스다.
임진나루길은 파주시 문산읍 선유삼거리에서 출발한다. 화석정까지는 파주 들녘을 따라 걷는다. 모내기 준비에 한창인 농촌 풍경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율곡촌 밤골마을이 나온다. 마을 앞 표지판에 적힌 ‘나도밤나무’ 이야기가 흥미롭다. 율곡 선생의 선대가 대대로 살아온 이 마을에 유난히 밤나무가 많은 것과 관련해 전해지는 일화가 있다.
화석정에서는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북한의 송악산과 천마산도 보인다.
임진각은 남북 분단의 현실을 상징하는 장소로 평화를 기원하는 시설이 많다.
율곡 선생이 어릴 때, 하루는 스님이 찾아와 마당에서 노는 어린 율곡을 보며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관상이니 아이를 살리려면 뒷산에 밤나무 1,000그루를 심으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고 한다.
율곡의 아버지는 뒷산에 밤나무 1,000그루를 심고 잘 가꿨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스님이 다시 찾아와 뒷산의 밤나무를 세더니 한 그루가 모자란다며 호통친 후 갑자기 호랑이로 변신해 아이를 잡아먹으려 했다.
그때 어디선가 “나도 밤나무요, 나도 밤나무”라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를 듣고 달려가보니 그곳에는 작고 비리비리한 밤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호랑이는 그 밤나무를 보자 도망을 갔다. 밤나무가 모두 1,000그루였기 때문이다.
율곡의 이야기는 화석정까지 이어진다. 화석정은 율곡의 선조가 지은 정자로, 율곡이 유년 시절과 여생을 보낸 곳이다. 관직에서 물러난 율곡은 이 정자에서 제자들과 함께 시를 짓고, 명상을 하며, 학문을 논했다고 한다.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북한의 송악산과 천마산도 보인다.
분단을 넘어 통일을 염원하는 길
화석정을 지나면 임진나루터 구간으로 평화누리길, 경기둘레길과 연결된다. 임진강 뱃사공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마을로, 풍경이 유난히 아름다운 구간이다. 임진강의 풍광을 더 감상하고 싶다면 장산전망대에 오를 것을 추천한다.
장산리, 마정리 구간은 임진강을 벗어나 숲길이 이어진다. 파주 농촌 마을을 잇는 길로 초록의 싱그러움과 길 곳곳에 핀 들꽃이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중간중간 보이는 참호와 군사 시설물이 이곳이 접경지대임을, 임진각이 멀지 않음을 알려준다.
마정리를 지나자 통일로와 연결되고 ‘1번 국도의 끝 통일로’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1번 국도는 전남 목포에서 평북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종단 국도로 일제강점기에 건설됐다.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의 실크로드이자 근대화의 산실로 자리매김해왔으며, 은평구 구파발에서 파주시 임진각에 이르는 구간을 ‘통일로’라고 부른다.
통일로를 가로지르면 임진강역이다. 역을 지나 임진강낚시터를 보면서 마정교를 지나면 이 길의 종점이자 의주길 남쪽 구간의 끝 임진각이 나온다. 남북 분단의 현실을 상징하는 장소로 망향탑, 자유의 다리, 독개다리 전망대, 민통선을 관람할 수 있는 케이블카 등 이를 기념하는 시설이 많다. 매년 평화누리공원에서는 분단을 넘어 평화로 이어지는 바람을 담은 DMZ 페스티벌이 열린다. 임진각 앞에 서서 하루빨리 남과 북을 가로막는 철책이 사라지고 임진강을 건너 신의주까지 의주대로 원형을 걷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Tip

사진 촬영 명소

화석정
율곡의 5대 조부인 이명신이 조선 세종 때 지은 정자. 한국전쟁 때 불타 없어졌지만, 1966년 파주의 유림들이 성금을 모아 다시 지었다. 굽이치며 흐르는 임진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쉼터다.
임진강
독개다리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파괴된 교각을 활용해 길이 105m, 폭 5m로 전쟁 전 철교 형태를 재현해 지었다. 과거·현재·미래 구간으로 구성된 다리를 걸으며 전쟁의 상흔과 평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관광형 인도교다.
Info

시작점 찾아가기
문산역–선유삼거리(독서삼거리)
버스 92번, 95번, 11번(약 2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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