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째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매일 아침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고도원 작가. 그의 편지를
받는 독자는 400만 명에 달한다. 최근 그는 <고도원의 정신>이라는 책을 내고 일상 속에서 초희망을
발견하고 길을 내려 노력하는 것 자체가 바로 자신의 정신임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받아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따뜻하다’, ‘지혜롭다’ 같은 것이다. 고도원 작가에게 이런 따뜻함이 어디서 나오느냐 물었을 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너무 차가운 환경에서 커서 그런 것 같다는.
“아버지가 목사였는데 따뜻하기보다 매우 엄격하셨어요. 굉장히 엄하고 훈계가 많고 저를 잘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애를 쓰셨죠.
10대에 책을 정말 많이 읽게 된 것도 아버지 영향이 컸어요. 사람은 자신에게 아쉬웠던 것을 한으로 품고
살다가 기회가 생기면 그것을 펼치게 되잖아요. 제가 그런 것
같습니다. 너무 차갑게 자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좀 따뜻해 진 것이 아닌가 해요.”
고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시대는 모두가 궁핍했기 때문에 악착같이 살려고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여유 있게 준비해서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살려고 발버둥치다 보니 기자가 되었고,
대통령 연설문을 쓰는 작가가
되었으며, ‘깊은산속옹달샘’이라는 명상의 집 주인장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다행히 자신은 작가라는 직업을 얻게 되어 고난의 시간이 근육처럼 단단해지며 글쓰기를 자산으로 삼을 수 있었단다.
“마음이라는 게 몸의 근육 같은 거예요. 근육에 자극을 주면
단단해지는 것처럼 마음도 상실감, 배신감, 외로움 같은 감정
때문에 끙끙대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면서 단단해지는 거죠. 그래서 역경을 피하는 대신 맞서 마음에 굳은살이 박이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역경을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가 명상이지요.”
고 작가는 명상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며, 일상을 잠깐 멈춰보라고 권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잠시 멈추고 커피 한잔 마시며 지금 마시는 커피가 어제 마신 것과 다르고 다음에 마실 커피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 커피를 마시고 난 후의 나도 마시기 전의 나와 다르다는 것을 자꾸 생각하는 것, 그것이 일상 속 명상이라고 설명한 고 작가는 이 행위를
‘닻을 내린다’고도 표현했다. 바쁘게 운항하던 배가 닻을 내리고 멈춰 다음 운항을 준비하듯, 우리 삶도 닻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고 작가는 조언했다.
집중이 아닌 몰입의 시간을 갖는다
많은 사람이 중심을 잡기 힘든 요즘, 고 작가에게 중심을 잡고 존중받는 어른으로 나이 들어가는 법이 있냐고 물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따뜻한 물을 두 잔 이상 마시세요. 밤새 건조해진 몸에 일단 물을 줘야 합니다. 그리고 식사할 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이 두 가지만 실천해도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고 작가는 이런 변화를 느끼면서 조금씩 자신에게 몰입하는
시간을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집중’이 아니라 ‘몰입’이다.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은 노력해야 하는 행위지만 몰입은 빠져들어 놀이처럼 된다고 설명했다.
“월급을 받아야 하니까, 실적을 올려야 하니까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서 집중하자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다 보면 지쳐버립니다. 그런데 몰입을 하면 놀이처럼 즐기게 돼서 아무리 오랜 시간 몰입해도 지치지 않습니다.”
고 작가는 몰입 시간을 24시간으로 확장하다가 잠시 멈추고
마음의 근육을 이완해야 중심을 잡고 자신을 올바르게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잠시 멈춤이 앞서 말한 명상이기도 하다.
길을 잃더라도 방향은 잃지 않는 자신만의 북극성이 필요하다
고 작가는 코로나19가 우리나라를 휩쓸면서 힐링 산업계가
붕괴되었다고 한탄했다. 그가 조성한 치유 공간 ‘깊은산속옹달샘’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는 궁핍한 시절을 이겨낼 때처럼 오히려 청소년 교육이라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으로 버텨냈다.
“시간이 많이 생긴 덕분에 묵상하고 사색하면서 청소년에게
꽂혔어요. 미래의 싹을 발견하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역할을 본격적으로 하는 게 여생의 일이라는 소명이 생겼습니다. 이걸 끝까지 해낸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인재를 키우는 물길을
잘 만들어 지속 가능하게 흘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겠다 결심했습니다.”
고 작가는 이전부터 학생들의 대화에 욕설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청소년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욕설이 섞인 청소년의 언어에서 아이들의 정신이 멍들고 있음을 느낀 것.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일말의 책임감과 소명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제가 청소년기에 읽었던 게티즈버그 연설은 링컨의 삶을 관통 하는 숱한 고난의 경험과 독서에서 잉태된 언어였습니다. 저도
그때 언젠가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같은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겠다는 꿈을 가졌고, 꿈을 꾼 지 30년이 넘어 결국 대통령 연설 담당 비서관이 되었습니다. 만약 그 꿈을 꾸지 않았다면
저는 연설 담당 비서관이 되지 못했을 겁니다. 이처럼 좋은
글은 꿈을 갖게 하고, 그 꿈은 청소년에게 더 큰 세상을 꿈꾸게 하는 힘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링컨학교를 만들고 커리큘럼도 직접 짜서 학생을 모았다. 길은 잃더라도 방향은 잃지 않도록 청소년의 가슴에 북극성을 심어준 것이다.
계속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고도원의 정신
링컨학교를 다녀간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학부모들이 아예 대안 학교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기숙형
국제 대안 학교인 ‘꿈 너머 꿈’을 깊은산속옹달샘 안에 만들고, 기존 링컨학교의 커리큘럼을 확장했다. 요즘은 한발 더
나아가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는 해외 이민자 자녀 중 인재를 찾아 국내에
정착하도록 돕는 것이다. 미국에 정착한 이스라엘 민족을 디아스포라라고 부르는 데서 착안했다. 한국에 와보고 싶어도
오지 못했던 이민자나 입양아 등 한국 청소년을 초청해 기업 견학을 하고, 한글을 배우고, 국내 청소년들과 연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구 절벽이라든지 미래 인재, 두뇌 유출 등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 프로젝트가 그 해답이 될 거라고 봅니다. 경상북도에서 이 사업에 대한 조례까지 만들어
올해 7~8월에 1호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고 작가는 경기도도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에 관심을 가져
달라며 미래의 물길을 만드는 데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그의 행보가 바로 고도원의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