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영웅들’의 몰락을 우스꽝스럽고도 풍자적으로 표현해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해학적으로 보여준 박우성 작가. 그가 말하는 예술인 기회소득의 의미.
“예술 활동 열심히 하라고 주신 예술 활동 열심히 하라고 주신 지원금이라 온전히 작품 만드는 데 썼습니다.”
예술인 기회소득 첫 수혜자인 박우성 작가는 “부담이 돼서 평소 사용하지 못한 재료를 사는 등 작품 활동을 위해 재투자했다”며 “좋은 작품을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과 향유하는 것이 기회소득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기회소득뿐 아니라 지난 10월 21일~30일 열린 ‘기회소득 예술인 페스티벌’에서 작품을 선보일 기회도 얻었다. 예술인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기 위해 마련한 이 축제에서 작품 ‘아이언맨-Mark 43’을 전시한 것. 비록 한 작품이었지만, 관람객들은 배불뚝이 히어로에 묘한 동질감과 쾌감을 느끼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웬 배불뚝이 히어로?
“제가 슈퍼히어로를 동경하고 관심이 많아요. 영화 속에서는 천하무적이지만 현실에 찌든 중년의 히어로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봤죠.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점점 꿈과 용기를 잃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히어로를 통해 해학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현실에서는 변기 위에서밖에 힘쓸 일이 없는 ‘헐크’를 시작으로 실직자 ‘스파이더맨’, 손 망치조차 버거운 ‘토르’, 뒤룩뒤룩 살찐 ‘원더우먼’, 여자친구와 헤어져 슬픈 ‘배트맨’ 등 슈퍼히어로를 모델로 한 작품들이 그렇게 탄생했다.
해학과 풍자로 웃음을 주고 싶어요
박우성 작가는 우스꽝스러운 히어로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려고 한다. 지치고 힘들 때일수록 사람들은 활력소를 찾게 되는데, 그게 웃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바람이 통한 걸까. 작품을 보는 사람마다 “하하”, “푸하하”, “큭큭” 등 의성어를 감상평으로 남기는 것을 보면 말이다.
작업실을 얻기 위해 안양으로 온 지 10여 년,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내실을 다지며 묵묵히 견뎠다. 각종 N잡들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작품은 놓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도에서 히어로 작품들이 탄생했고, 경기도 예술인으로 인정도 받았다.
“금액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소득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니까요. 그리고 ‘내 곁에서 나를 응원하고 지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고 기운도 솟습니다.”
박우성 작가는 슈퍼히어로 이미지로 작품을 만들다 보니 자신만의 시그너처가 없어 이제부터는 좀 더 독창적인 캐릭터를 구축해보려고 한다. 작가 박우성의 재도약인 셈이다. 예술인 기회소득이 한 번 더 높이 뛸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 되어준 것처럼 말이다.
info
박우성 작가는
‘슈퍼히어로’ 시리즈를 통해 영화 속 주인공인 슈퍼히어로의 이면에 숨은 인간적 고뇌와 감정을 위트 있게 전달하는 작가다.
졸업 작품으로 출품한 ‘헐크’를 시작으로 10여 년간 다양한 모습의 히어로를 레진위에 유화물감, 카 페인트 등 으로 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