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길은
경기옛길 삼남길은 ‘삼남대로’의 옛 노선을 연구한 뒤 그 원형을 최대한 따르면서 고속도로 등으로 단절된 구간, 도보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간 등 대체로를 개척해 조성한 역사·문화 탐방로입니다. 평택에서 시작해 오산, 화성, 수원, 의왕, 안양을 거쳐 과천으로 이어지는 약 100km에 이르는 길입니다.

Info

코스 정보 남태령 표석 – 온온사 – 과천향교 – 가자우물 – 인덕원터
거리 9.7km
소요 시간 2시간 30분
난이도 중

여우고개가 남태령이 된 이유는? 4호선 남태령역을 나와 남태령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남태령 옛길 표석이 나온다. 문헌에 따르면 이 고개는 여우가 많아 여수고개 또는 여우고개로 불렸는데, 18세기 말 정조가 남태령으로 명명했다. 정조가 선친 사도세자의 능(현륭원)으로 가는 길에 이 고개의 이름을 묻자, 과천현 이방 변 씨가 엉겁결에 “남태령(南泰嶺)”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요망한 동물의 고개 이름을 감히 댈 수 없어 서울 남쪽에서 첫 번째 큰 고개라 ‘남태령’이라고 아뢰었다”고 설명했고, 정조는 이를 가상히 여겨 ‘남태령’으로 이름 지었다. 한양관문길은 정조의 이야기를 품은 남태령에서 출발한다.
계곡과 숲길을 따라 걷다 과천성당과 용마골을 지나면 온온사를 만난다. 이 구간은 관악산 둘레길, 이순신길 등 비슷한 색의 여러 가지 리본이 달려 있어, 경기옛길 리본을 잘 살피면서 가야 한다. 온온사는 정조가 현륭원 가는 길에 머물렀던 객사로, 정조는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몸이 편안하다”며 친필로 쓴 ‘온온사(穩穩舍)’라는 사호(舍號)를 내렸다고 한다. 수령 600년 넘은 은행나무, 정조의 기록 등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곳곳에 정조의 향기가 가득 온온사 근처에는 조선 태조 때 설립한 과천향교가 있다. 관악산 입구에 있어 계곡을 따라 걷는 길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정부과천청사를 지나면 가자우물에 도착한다. 이곳 역시 정조와 인연이 깊다. 정조가 현릉원으로 가던 중 이곳에서 심한 갈증을 느끼자 한 신하가 근처의 우물물을 떠다 바쳤다. 정조는 이 물을 마신 뒤 물맛이 매우 좋아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가자(加資)우물이란 임금이 가자(정품 이상 품계)를 내린 우물이라는 의미다. 마을 사람들은 예로부터 물맛이 좋고 차다고 해 ‘찬우물’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지금은 아쉽게 우물 터만 남아 정조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에서 인덕원터 구간은 도심 대로를 걷는다. 또한 길을 잃기 쉬운 구간이므로 경기옛길 리본과 표지판을 잘 보고 걸어야 한다. 인덕원역을 지나 식당과 상가 골목으로 들어서면 인덕원터 표지석이 나온다. 인덕원은 경기도 의왕시, 안양시, 과천시의 분기점으로 교통망이 이리저리 사방으로 통한다. 인덕원이라는 지명의 유래도 흥미롭다. 조선 시대 환관들이 이곳에 모여 살면서 동네 주민들에게 덕을 베풀어 ‘인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환관이란 궁중에서 임금을 보좌하던 내시를 일컫는다. 이로 인해 인덕원은 내시 마을로 불리기도 했다. 또 이 마을에는 조선 중기까지 원(院, 조선 시대 공무 여행자들의 숙박 시설로 일반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가겟집과 함께 장거리 여행자에게는 필수적인 편의 시설이다)이 설치돼 여행자의 숙소로 이용됐다. 환관들의 ‘인덕’과 여행자의 숙소 ‘원’을 합쳐 ‘인덕원’이 된 셈이다. 인덕원터에서 스탬프를 찍는 것으로 한양관문길 걷기는 끝난다. 남태령에서 인덕원까지 이어지는 삼남길 1길 한양관문길은 정조의 능행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지는 탐방로다.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