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신 건강 멘토 윤대현 교수의
힐링 재발견

새해를 맞이한 지 석 달이 되어가는 지금, 연초에 세운 목표나 계획을 잘 실천하고 있을까?
작심삼일로 포기하고 스스로를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에게 계묘년 건강한 마음 관리법을 들어보았다.

글. 이선민 사진. 전재호

“시험을 앞두고 공부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드라마를 보느라 지키지 못했어요. 저는 왜 매일 계획만 세우고 지키지 못 할까요?”
“야근을 해서라도 오늘 안에 반드시 맡은 일을 마치겠다고 다짐했지만, 빈둥대다 결국 내일로 미룬 저 자신이 한심해요.”
이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해주는 이가 있으니, 바로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다. 그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기도 하지만, 방송이나 강연 등을 통해 많은 이에게 마음 처방을 해왔다. 윤 교수는 계획을 세우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완벽주의자가 많다고 말했다.
“많은 분이 일을 미루다 벼락치기로 해치우고 나면 결과물의 질이 떨어지고 몸은 몸대로 힘들어지는데도 왜 미루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하세요.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런 태도는 일을 엄청 잘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생겨요. 완벽주의는 강박을 유발하는데, 강박은 곧 불안입니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니까 몸이 얼어붙어서 안 움직이는 겁니다. 이 불안감을 없애야 하는데 요즘 사회가 ‘최선을 다해라’, ‘그게 최선이냐’라고 다그치니까 더 힘든 거죠. 또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못하면 이 사실이 자신을 괴롭혀 동기를 떨어뜨리고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윤 교수는 수학 문제 100개를 풀겠다는 계획에서 2~3개만 풀겠다는 식으로 목표치를 확 낮추라고 조언했다. 성공해본 경험을 쌓아야 목표 달성률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두세 문제를 목표로 정하고 푼 다음 스스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칭찬해주고 다시 목표를 상향하는 식으로 이루어나간다면 충분히 계획을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큰 계획은 무계획과도 같아서 아무 의미가 없고 삶을 흔들 정도로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큰 계획을 반복해서 세우는 사람은 헛된 희망에 젖어 실천보다 계획을 세울때의 짜릿함에 빠져 있는 상태이므로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하면 언젠가는 큰 계획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충고다. 윤 교수의 목표 실천 해결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가 일상으로 매끄럽게 돌아가는 방법과도 일맥상통한다. 무기력감과 불안감이 높아지는 시대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예전 같은 삶이 점점 가능해지는 요즘 오히려 무기력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가 늘고 있다. 윤 교수는 큰 전쟁을 치른 후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위로했다.
“지금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일종의 큰 전쟁을 치렀습니다. 전쟁이 끝났으니 당연히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요. 손흥민 선수가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뛸 때는 펄펄 날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는 녹초가 되는 것과 같아요. 그런데 경기가 끝난 후 그 누구도 손흥민 선수에게 왜 그리 힘이 빠져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없잖아요. 지금 우리가 그래요.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에너지를 쏟아 코로나19와 싸웠어요. 이제 코로나19라는 실제적 스트레스 요인이 줄었으니 그로 인한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윤 교수는 ‘요즘 왜 더 지치지?’라고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지만, 지금 더 지치는 것이 정상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쳐 있을 때는 모든 조절 능력이 떨어져 마인드 컨트롤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감정과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거리 두기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눈을 감는 것. 눈을 감고 자신에게 집중하다 보면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윤 교수는 번아웃 상태인 사람들은 무엇을 하기보다 자신을 질책하거나 비난하는 것부터 멈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시대에는 지금 힘든 게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을 토닥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라는 말과 같은데, 저는 이것을 ‘자기 추앙’이라고 표현합니다.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에 나온 말이기도 한데, 자신을 추앙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지라고 권합니다.”
윤 교수는 자신을 추앙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지면 예전으로 돌아갈 힘인 회복 탄력성을 갖게 된다고 조언했다.

자신을 추앙하라 “코로나19 때문에 지친 게 당연한데, 그럼에도 자신이 유리 멘털이라 다른 사람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2차 가해입니다.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기 추앙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추앙하는 방법은 일단 힘든 게 당연하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행동입니다.”
윤 교수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생일도 안 챙겨주고 밥도 안사주면서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면 그 사랑이 지속되겠냐고 반문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액션이 필요하듯이 자신에게도 액션이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자신을 추앙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힐링 활동일 수도 있는 액션을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윤 교수는 브레이크, 미니 브레이크를 생활 속에 도입하라고 조언했다.
“육아든, 회사 생활이든, 학업이든 몰두하던 일에서 잠깐 빠져나오는 거예요. 브레이크를 잘해야 쉼을 가질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처럼 긴 시간을 가지라는 건 아닙니다. 브레이크타임을 길게 가져도 육아나 회사 일을 잊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니 브레이크, 하루 10분, 2~3시간이라도 나만의 브레이크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윤 교수는 자신만의 미니 브레이크를 갖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세 가지를 제안했다. 과거에 했을 때 좋았던 것을 다시 해보고, 별 효과가 없으면 그다음은 하고 싶었던 것을 해 본다. 그래도 위안이 안 되면 자신과 정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것을 해보는 것이다. 의외로 맞지 않을 것 같은 일에서 자기 위안을 찾는 경우가 많으니 시도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