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사부곡이 흐르는 삼남길 제3길
모락산길

조선 시대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이 걷던,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며 행차하던
경기옛길 모락산길. 봄날,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사색하며 걷기 좋은 코스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경기옛길은?
조선 시대에는 한양과 지방을 연결하는 교통로가 있었는데, 경기도를 지나는 주요 6개 도로망은 의주로ㆍ경흥로ㆍ평해로ㆍ영남로ㆍ삼남로ㆍ강화로 였다. 조선 시대 실학자 신경준이 집필한 역사지리서 <도로고(道路考)>에는 이 육대로(六大路)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를 토대로 새롭게 조성한 길이 바로 ‘경기옛길’이다.

Info

코스 정보 백운호수 입구 ⇨ 임영대군 묘역 ⇨ 오매기마을 ⇨ 사근행궁터(고천동주민센터) ⇨ 골사그내 ⇨ 지지대비
소요 시간 3시간 40분
거리 13.6km, 사근행궁터 미경유 시 10.1km
난이도




생태 탐방로, 대형 쇼핑몰, 맛집, 라이브 카페…. 모락산길은 일상에 잠시 멈춤의 시간이 필요할 때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의왕의 대표적 힐링 장소 백운호수에서 출발한다. 주차장에서 계단을 오르면 바로 모락산길 안내판이 나온다.
삼남대로는 조선 시대 6대 대로 중 충청·전라·경상 삼남 지방으로 이어지던 1,000리 길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정도전과 정약용이 각각 나주와 강진으로 유배를 가던, 이순신이 전라좌수영으로 부임해 지나가던,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지금의 융릉)으로 가기 위해 자주 행차하던 길이기도 하다. 이 중 삼남길은 과천에서 시작해 안양·의왕·수원·화성·오산·평택으로 이어지는 약 100km 구간으로, 제3길 모락산길은 의왕을 지나는 코스다.

옛 마을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다! 안내판을 뒤로하고 봄기운 완연한 푸른빛 호수를 감상하며 백운호수 덱 길을 2~3분 정도 걷다 보면 임영대군 묘역 방향 표지판이 나온다. 이곳부터 모락산 둘레길 구간으로 들어선다. 모락산은 세종의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이 단종을 폐위한 세조를 피해 장님으로 가장해 숨어 살면서 한양을 그리워 하던 산이라 해서 모락산(慕洛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모락산 초입에 이 전설의 주인공 임영대군 묘역이 있다. 묘역을 지나면 능안마을 구간으로, 마을의 끝자락에서 산길로 이어진다. 산을 넘으면 ‘삼남길의 으뜸 풍경’이라는 오매기마을이 나온다. 조선 시대에는 오막동·오마동으로 불렸는데, ‘오매기’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유래가 전해 내려온다. 하나는 문화 류씨를 비롯해 진씨·노씨·마씨·문씨 등 5개 성씨가 각각 막을 지었고, 이것이 전부 5막이라 오매기라 불렀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 마을의 산세가 다섯 마리 말이 각기 기수를 태우고 달리는 형상이라 해서 오마동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역사 탐방로답게 마을 이름 유래도 흥미로운데, 무엇보다 옛 마을의 고즈넉한 정서를 만끽할 수 있어 마음이 포근해지는 구간이다.
한적한 시골길은 홍치골길을 따라 걷다 보면 모락 산길 노선 분기점이 나온다. 이곳에서 사근행궁터를 경유할 것인지, 곧장 골사그내 방향으로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1시간 정도 돌아가야 하는 길이지만, 되도록이면 사근행궁터에 들러보자. 옛 의왕의 중심이던 사근행궁은 현륭원(사도세자의 묘)으로 행차하던 정조가 잠시 쉬어가던 행궁으로, 지금은 그 터만 남아 있다. 이곳에도 스탬프함이 놓여 있다.
의왕시청을 지나 대로를 따라 걸으니 골사그내다. 이곳에서 종착지인 지지대비로 가는 길은 버스 정류장 옆 마을 안쪽 길이다. 자비정사를 지나면 오르막인 산길로 이어지고, 산 정상에 오를즈음 갈림길에서 수원둘레길과 연결된다. 삼남길 표지판을 따라 조금만 내려오면 지지대비에 도착한다. 지지대비는 정조의 지극한 효성을 추모하기 위해 1807년 세운 비다. 문헌에 따르면, 정조는 현륭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이 고개만 넘어서면 멀리서나마 무덤을 볼 수 없어 항상 이곳에서 행차를 멈추었다고 한다. 무덤을 뒤돌아보며 떠나기를 아쉬워해 이곳에 이르면 왕의 행차가 느려졌다고 해서 한자의 느릴 지(遲) 두 글자를 붙여 지지대(遲遲臺)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지지대비에 서서 현륭원 쪽을 바라보니 그 옛날 정조의 애끓는 사부곡이 봄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싶다.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Info

시작점 찾아가기
자가용 기도 의왕시 백운로 526 백운호수 공영 주차장
대중교통 인덕원역 2번 출구(의왕 마을버스 05·06번) ⇨ 백운호수 GG콜택시 1688-9999

가족 코스
백운호수 둘레길 백운산과 청계산으로 둘러싸인 수려한 풍광을 감상하며 호수 전체를 한 바퀴도는 생태 탐방로(덱 길)가 조성돼 있다. 주변에 맛집과 대형 쇼핑몰, 카페 등이 있어 쉬엄쉬엄 걷기 좋은 산책로다.





tip사진 촬영 명소
백운호수 다리
백운호수 생태 탐방로 초입에 있는 아치형 다리. 푸른 하늘과 호수를 배경 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트 나무
오매기마을 안내판 옆에 사랑을 기원하는 하트 나무가 있다.
이름처럼 나무 속 움푹 파인 모양이 하트처럼 보인다.
가족, 연인과 함께 사랑을 기원하는 특별한 사진을 남겨보자.


독자 초대 이벤트
등반의 전설,
허영호와 함께 걸어요
허영호의 경기옛길 탐방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세계 산악계의 레전드 허영호 대장과 함께 걷고 싶은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 습니다.
일시 4월 1~2주 중
장소 평해길 제4길 두물머리나루길 (남양주 구간)
신청 기간 3월 20일까지
선정 방법 신청자 중 10명을 선정해 별도로 연락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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