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을 다니던 직장인 이보라 씨는 어떻게 캘리그래피 작가가 됐을까?
그녀에게 뜻밖에 기회를 준 건 한글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틈틈이 글자를 그림처럼
작업했고,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에 반응했다.
이보라 씨의 기회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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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형상화해 그림처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글귀를 멋진 글씨로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그림처럼 작업하면 더 공감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아이디어가 재밌다고 박수도 보내주시고요.”
이보라 작가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그림 글자를 연구하고 있다. 그냥 글씨를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작업이지만, 성과물이 나왔을 때 그만큼 보람과 자부심도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 작품이 ‘꽃’이다. 벚나무 줄기와 가지, 꽃송이로 ‘꽃’이라는 글자를 형상화했다. 그러자 꽃송이가 만개한
벚나무가 탄생했다.
이 작가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화학과 재즈학을 전공
한 후 지금은 IT 기업에 다니고 있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글씨가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몇 자 적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러던 중 친한 친구가 먼저 하늘나라로 갔고,
슬픔을 달래는 데 캘리그래피만큼 좋은 것이
없었어요.”
취미로 캘리그래피를 시작한 이보라 작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투잡러’이기도 하다.
퇴근 후와 주말에 틈틈이 작업을 하고 있으며, 전시회나 공모전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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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기회소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회’라는 두 글자가
확 와닿았어요. 예술인에게 기회는 정말 중요하죠. 창작 활동을 위해서든, 인정받기 위해서든, 혹은 스스로를 평가하기
위해서든요. 기회가 있으면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잡아야죠.”
이보라 작가는 “이번 인터뷰도 자신처럼 일하면서 예술 활동을 하는 다른 예술가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자청했다”며 “예술인 기회소득이 예술가에게 보다 많은 기회와 도움을 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예술 활동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이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는 누구보다 높은 이보라 작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K-컬처 신드롬과 함께 글씨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의 당찬 포부와 노력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따듯한 위로가 되길 기대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