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시(詩)간 가을이다



가을이다
글. 박정덕

단풍이 들어야 가을일까
이슬이 맺혀야 가을일까
아침저녁 찬 기운은 곁에 있는데
그래도 가을을 느끼기엔 아직 이른 시간
기다린 세월만큼
그래도 국화 향기만 깊어지는 10월이다

봄 여름 다 보내고
기다리다 지친 가을꽃이
나 보란 듯 너스레를 떠는 산책길에
유난히 높아 보이는 파란 하늘,
입추 백로 다 지났다지만
하루 평균기온이 20도로 내려간 뒤
다시 올라오지 않는 첫날부터가
정말로 가을이란다.

쑥부쟁이 시샘하며
꽃 하나 피우겠다고
비비 꼬며 올라가는 비비추의 꽃말이
‘기다림’인 것처럼
그래서 모두들 그렇게 기다리나 보다.
그런 오늘이 우리가 기다리는
어쩌면 진정한 가을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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