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물자, 문화를 잇던 길 평해길 물끝길

조선 시대 한양과 강원도를 연결하던 관동대로.
옛사람들은 양평에서 걸음을 멈추고 배편으로 북한강을 건넜다.
평해길 제5길은 물길과 뭍길(육로)이 이어지며 사람과 물자, 문화를 잇던 길이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평해길은
구리에서 양평을 잇는 경기옛길로, ‘관동대로’라고도 불린다. 관동 지방인 강원도와 한양을 연결하던 옛길이기 때문이다. 한강 수변과 산, 들판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길로, 총 10개 코스가 있다.

Info

코스 정보 신원역 - 국수역 - 아신역 - 양평역
소요 시간 4시간 30분
거리 14.2km
난이도

경기옛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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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는 산이 감싸고 앞으로는 남한강을 품은 아담한 경의중앙선 신원역.
물끝길의 시작점으로 역 광장 건너편에 평해길 물끝길 안내판이 있다. 이 길의 또 다른 이름은 양근나루길이다. 양근(楊根)이라는 지명은 버드나무 뿌리에서 유래한 말로, 풀이하면 버드나무가 많은 나루터라고 할 수 있다. 양근나루는 서울 마포나 뚝섬에서 싣고 온 새우젓을 양근나루에 내려 육로를 통해 강원도 홍천이나 횡성까지 마차로 실어 갔다는 기록이 있다. 신원역을 나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곧바로 남한강 풍광이 펼쳐진다. 국수역까지는 4km로, 자전거 국토 종주길을 따라 걷는데 인도가 없어 자전거를 주의해야 한다. 강변길을 벗어나면 노랗게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메타세쿼이아길이 이어진다. 한 폭의 가을 풍경화 속을 걷는 기분이다. 옛 중앙선 철로인 도곡터널을 지나면 커다란 2개의 섬이 눈에 들어온다. 거북섬과 대하섬이다. 두 섬 모두 개인 소유로,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다. 거북섬은 섬 안에 있는 농장이 거북농장이라 편의상 부르는 이름이지만, 대하섬은 공식 명칭이다. 강에 있는 큰 섬이란 뜻으로, 유명 배우였던 문희가 소유했다가 최근 다른 사람에게 매각됐다고 한다. 남한강에 떠있는 이 아름다운 섬이 개인 정원이 아닌, 대중의 정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옛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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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역에서 아신역까지는 양평의 시골길과 산길을 주로 걷는 구간이다. 복포리를 지나면 원복터널과 기곡터널이 나온다. 그중 기곡터널은 길이가 570m로, 물끝길 구간에서 만나는 3개의 터널 중 가장 길다. 기곡터널을 나오면 아신갤러리가 반긴다. 기차를 이용해 만든 아트 갤러리로, 작품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아신역을 지나 덕구실육교를 건너면 다시 남한강 변이다. 강 너머로 양평읍내와 양근대교가 보인다. 강가에서 놀고 있는 새들의 풍경이 한가롭고 평화롭다. 들꽃수목원을 지나자 멀리 성당 건물이 보인다. 천주교 신자의 순례지 양근성지다. 양근성지는 한국 교회 최초로 신앙 공동체가 형성되고, 전국으로 천주교 신앙이 퍼져나간 순교 성지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신자 이승훈 베드로는 베이징에서 세례를 받은 후 양근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천주교는 양근을 기점으로 충청도와 전라도로 전파됐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천주교 박해 당시 이곳에서 수많은 순교자가 나왔다.

경기옛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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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성지를 지나면 양평생활문화센터와 오빈리 물안개공원으로 이어진다. 예전에 오빈리에서 양평읍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개를 하나 넘어야 했는데, 이 고개가 있는 산을 고산(孤山)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북쪽 사면을 깎아 인공 폭포와 물안개공원을 조성했다. 물안개공원 앞에는 가수 김종환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무명 시절 그가 이곳 강가에 앉아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고 ‘사랑을 위하여’라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노래비 앞 안내판의 버튼을 누르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시내 길을 따라 20여 분 걸으면 양근대교가 나온다. 이곳에서 다리 밑으로 내려가 양근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천변에는 양근나루를 상징하는 나룻배를 비롯해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심심하지 않다. 양평물맑은시장 앞에서 천변 위로 올라오니 물끝길의 종점 양평역이다. 조선 시대 사람과 물자, 문화를 연결해주던 양평 사람들의 오랜 삶이 담긴 물끝길. 이제는 정겨운 시골길과 나무 향 가득한 숲길, 도랑 옆 물소리, 남한강의 아름다운 풍광에 발맞춰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청정 자연의 설렘이 있는 치유의 길이다.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Tip

시작점 찾아가기
경의중앙선 신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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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사진 촬영 명소
물안개공원
물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날이 많아 물안개공원이라고 이름 붙은 공원. 인공 폭포가 조성돼 있고 황명걸 시비 동상, 가수 김종환 노래비가 있다. 기와가 있는 돌담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고 남한강과 이어져 양강섬까지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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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신갤러리
기차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기차 안에 전시와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특히 갤러리 오른쪽 옛 철로에 등나무 터널 길을 조성했다. 운치 있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사진 촬영 명소로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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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물끝길 탐방에는 <나의 경기도> 독자들이 참여해 허영호 대장과 함께 걸었다.
독자들은 남한강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 속을 걸으며 힐링은 물론, 뜻깊은 추억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