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 _ Vol.170

경흥길은
조선 시대 6개 대로 중 하나로, 수도 한양에서 두만강 하구
함경도 경흥 지방을 잇는 경흥대로를 복원한 경기옛길이다.
총 8구간으로 이뤄졌으며, 의정부시와 포천시를 잇는다.

Info

코스 정보 포천시외버스터미널 - 청성역사공원 - 반월산성 - 신북면행정복지센터
소요 시간 4시간 10분
거리 10.4km
난이도 중

반월산성길의 시작은 포천시외버스터미널이다. 이곳에서 반월산성으로 가는 길을 바라보면 청성산(靑城山)이 눈에 들어 온다. 청성산은 높이 285m의 낮은 산이지만 포천의 진산으로, 반월산성은 청성산 능선을 따라 축조했다. 성의 형상이 반달 모양이라 반월산성이라 부른다. 출발 전 반월산성길 안내판에서 포천의 흥미로운 역사를 들여다보자.
지금의 포천은 조선 태조 때 생긴 이름이다. 포천(抱川), 즉 ‘물을 품은 고을’이란 의미처럼 이곳은 예로부터 물이 좋아 양조 문화가 발달했고, 덕분에 요즘 사람들도 즐겨 마시는 맛 좋은 포천 막걸리를 빚을 수 있었다.
포천으로 불리기 전 이 지역은 삼국시대 백제와 고구려 영토 일 때는 마홀(馬忽), 신라 영토일 때는 견성(堅城)·청성(靑城)으로 불렸다. 청성산은 포천의 옛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녀상, 항일 의병장 최익현을 만나다 시작점에서 포천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고 길을 나서면 곧장 한내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우회전해 10분 정도 걸으면 청성역사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청성산 입구로, 포천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이 집약된 공원이다. 공원으로 들어서면 평화의 소녀상이 ‘후손에게 역사의 아픔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포천에서 나고 자란 위대한 학자이자 항일 의병장 면암 최익현 동상이 우리 민족의 기개를 보여준다. 최익현은 조선 후기 대표적 성리학자로, 위정척사(衛正斥邪) 운동의 근간을 마련 했다. 위정이란 바른 것 즉 성리학과 성리학적 질서를 수호하자는 것이고, 척사란 사악한 것 즉 성리학 외 모든 종교와 사상을 배척하자는 것이다. 조선과 대한제국의 독립을 위한 하나의 입장이자 방편이었다.

반월산성의 흥망성쇠를 감상하며 걷다 반월산성에서 가장 높은 장대지에 오르자 포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왜 이곳에 산성을 축조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반월산성은 삼국시대 전략적 요충지였다. 백제가 고구려의 남진을 막기 위해 축조했고, 고구려 장수왕이 한강 유역을 점령하면서 고구려의 성이 된다. 이후 신라가 점령하며 북진의 전략적 요새로 활용됐다. 삼국시대 때는 치열한 전투장이었지만, 고려 때 폐성된다. 또 조선 시대에는 광해군의 명으로 개축했지만,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물러나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성곽길 곳곳에서 반월산성의 흔적을 살피며 걷다 보면 성의 흥망성쇠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장대지 주변에 애기당지(제사 시설)도 있다. 이곳에서 제사나 무속 행사가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반월산성에서 포천향교 구간은 시원한 숲길이다. 다만 내리막길로 보폭을 줄여 걷는 것이 좋다. 포천향교 옆에는 고려 전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구읍리 석불입상이 있다. 불상 앞에 2단 석축이 있고, 주변에는 기와와 토기 조각이 흩어져 있어 옛 절터라는 걸 알 수 있다.
약수터를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청성산 둘레길과 작별하고 종점인 신북면행정복지센터로 간다. 이 구간에서는 포천의 한적한 시골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포천~세종 고속도로 하부도로 이어질 때는 차량을 주의해야 한다. 포천 옛 신북대교 삼거리에서 길을 건너 20분 정도 걸으면 신북면 행정복지센터에 도착한다. 반월산성길은 청성산을 따라 포천의 역사를 걷는 길이다.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