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눌러쓴
부모님 전 상서
환갑을 맞은 큰딸 이진숙 씨가 부모님 영정 사진을 찍으며 사랑의 편지를 보냈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편지에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가득하다.
글. 이정은 사진. 리안(ryan) 스튜디오
엄마, 아버지…. 연필을 들긴 했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어색하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해서 애꿎은 연필만 깎고 또 깎습니다. 부모님께 편지라는 걸 써보는 게 50년 전,
초등학교 이후 인가 봐요. 참 무심한 딸이죠? 결혼 후에도 늘 가까이 살아서 그럴까요? 제 나이 먹는 것만 알았지 엄마, 아버지 연세 드시는 건 몰랐네요. 저에게는 늘
든든하고 풍성한 나무였기에 언제나처럼 그 모습 그대로 제 곁에 계실 거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요즘 부쩍 쇠약해지신 모습에 퍼뜩 정신이 듭니다. 코로나19로 주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는 걸 보면서 ‘나도 이제 이별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되었나’ 싶어 마음이 무거워요.
엄마, 아버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애쓰면서 살아오셨는지 이 딸과 두 아들은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러니 더 오랫동안 저희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세요. 늘 그래왔고,
지금도 그런 것 처럼요. 감사’의 반대말이 ‘당연’이래요. 늘 곁에 계셔서, 그게 당연해서 감사함을 잊고 있었네요.
두 분 자식으로 태어나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영원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