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푸른 용이 노닐던 안성 경기둘레길 42코스

서운산을 따라 남사당패와 포도의 역사를 만나는 길로,
숲을 통해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코스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안성 남사당패를 품은 청룡사안성시 서운면 청룡리. 서운(瑞雲)은 ‘상서로운 구름’, 청룡(靑龍)은 ‘푸른 용’을 뜻한다. 마을 이름에서부터 길운이 느껴지는 이곳에 경기둘레길 42코스의 출발점, 청룡사가 있다. 이름의 뜻처럼 청룡사 입구에서 바라본 서운산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룡사는 1265년 고려 원종 때 명본국사(明本國師)가 창건한 절로, 당시 대장암(大藏庵)이라 불렸다. 이후 1364년 공민왕 때 나옹화상이 중창하고 이름을 ‘청룡사’로 바꿨다. 전설에 따르면, 푸른 용이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하늘을 오르내리는 것을 본 나옹 스님이 청룡사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주변 자연경관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안성의 문화유산인 남사당패를 보살핀 절로 유명하다. 남사당패는 남자들로 구성된 유랑 예인 집단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활동하고 겨울에는 청룡사에서 지냈다고 한다. 근처에 안성 남사당패를 상징하는 바우덕이사당이 있다. 바우덕이는 남사당패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여자 ‘꼭두쇠(남사당패 우두머리)’로, 안성 남사당패를 최고 인기 집단으로 만든 전설적 인물.
여유가 있다면 잠시 들러 바우덕이의 삶을 엿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아름다운 풍광 청룡사 대웅전을 돌아 나와 걷다 보면 서운산 등산로가 나온다. 겨울옷으로 갈아입기 전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단풍을 감상하며 1시간 정도 걸으면 서운정과 흙으로 쌓은 산성인 서운산성 터를 볼 수 있다. 마음이 정화되는 숲의 기운을 받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 좋은 장소다. 서운정 옆에 있는 안성시 향토 유적인 석조여래입상을 감상하는 것도 놓치지 말 것. 이 불상은 높이 187cm의 입상으로, 고려 시대 전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운정에서 탕흉대까지는 중간중간 급경사가 있어 보폭을 줄이고 쉬엄 쉬엄 걷는 것이 좋다. 하지만 힘든 순간도 잠시, 탕흉대에 오르면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왜 이곳을 탕흉대(盪胸臺,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장소)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다. 탕흉대를 지나면 내리막길이다. 길이 좁고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0분 쯤 더 걸으면 서운산과 작별하고, 안성 포도박물관에 도착한다. 안성은 우리나라 최초의 포도 재배지다. 1901년 프랑스 선교사 콩베르 신부가 구포동성당 내에 포도나무 묘목을 심은 이래 1925년 신도들이 본격적으로 대량 재배를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 포도 재배의 효시. 포도박물관에 들르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서운면사무소까지는 마을 구간으로, 110년 역사를 이어온 안성 포도밭과 가을걷이를 마치고 내년 농사를 준비 중인 농촌의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42코스의 종점이자 43코스의 시작점을 알리는 스탬프 함은 서운면사무소 버스 정류장 앞에 있다.





청룡사 대웅전 국가가 지정한 보물로, 외관이 독특하다. 휘고 뒤틀린 나무를 껍질만 벗겨내고 그대로 기둥으로 삼았다. 동종도 놓치지 말 것. 18세기 승려이자 장인인 사인 스님 작품이다.




청룡호수 아담한 계곡형 저수지로 수질이 깨끗하고 주변 경관이 수려하다. 수상스키, 모터보트 등 수상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탕흉대 아담한 계곡형 저수지로 수질이 깨끗하고 주변 경관이 수려하다. 수상스키, 모터보트 등 수상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tip가족 코스
청룡사 ~ 좌성사 청룡사에서 좌성사 구간은 숲길이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 명소로 유명하다. 경사가 거의 없어 가족들의 산책 코스로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