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예와 견훤, 미륵의 신화를 품은 죽주산성길

일본으로 향하던 조선통신사가 걷던,
궁예와 견훤이
건국의 꿈을 키우며 걸었을
경기옛길 영남길 제8길.
죽주산성길은 고려 문화의 향기를
담은 문화 생태길이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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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옛길

영남길은
조선 시대 6개 대로 중 하나로, 수도 한양에서 부산 동래를 잇는 영남대로를 복원한 길이다. 성남, 용인, 안성, 이천을 이으며 총 10구간으로 조성했다.

Info

코스 정보 백암면 석천리 - 황새울마을 - 비봉산 - 죽주산성 - 매산리 석불입상 - 봉업사 당간지주 - 죽산면 소재지
소요 시간 4시간 30분
거리 13km
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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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의 군사로도 길을 막을 수 있는 곳”. 조선 시대 명재상 서애 유성룡이 죽주산성을 두고 한 말이다. 죽주산성은 자연이 빚은 요새로, 한 번도 적에게 점령당한 적이 없다.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이 성에 진을 치고 세력을 키웠으며, 고려 시대 몽골의 대군도 함락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1636년 병자 호란 때는 청군에 대항하는 조선군의 주둔지로 사용됐다. 혹자는 죽주산성을 ‘3명의 병사로 10만 명의 적을 물리쳤다’는 페루의 마추픽추와 비교한다. 영남길 제8길 죽주산성길은 이 천혜의 요새를 지나며 역사의 흔적을 감상하는 구간이다. 순대로 유명한 용인시 백암면 석촌리, ‘황새가 울타리를 친다’고 해서 이름 붙은 황새울마을에서 출발한다. 이곳부터 비봉산 입구까지 1시간 30분 정도 아기자기한 마을 길을 따라 경기도의 시골 풍경이 정겹게 펼쳐진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평지로, 비봉산에 오르기 전 몸 풀기 좋은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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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대군도 뚫지 못한 난공불락의 요새,
죽주산성
지롱암 표지석을 따라 비봉정사를 지나면 비봉산 등산로로 이어진다. 이곳부터는 옛 역사의 흔적과 마주하며 걷는 문화생태 로드다. 비봉산 정상을 향해 걷는 길로, 갈림길이 많고 경기옛길 표식이 없는 구간도 있으니 휴대폰으로 경기옛길 앱을 켜고 걸을 것을 추천한다. 좁은 오르막길과 계단 구간이라 힘은 들지만, 여름옷으로 갈아입은 숲과 그 숲에 살림 차린 동식물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죽산 시내 풍경도 일품이다.
비봉산 정상에서 다시 죽주산성 구간은 내리막으로 보폭을 좁혀 걷는 것이 좋다. 40여 분 걸으면 난공불락의 요새 죽주 산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려 시대 성곽으로 둘레 1,688m, 높이 2.5m의 토석성인데, 현재 석축만 남아 있다. 죽주산성과 관련한 전설(홀어머니 밑에 자라던 오누이가 힘겨루기로 쌓은 산성이라는 내용)을 기록한 표지판도 꼭 읽어볼 것. 현재 성곽 길이 조성돼 있는데, 숲과 성곽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길이다. 특히 북포루에서 바라본 풍경은 압권이다. 포루(화포를 쏠 수 있도록 만든 시설) 옆에는 큰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처럼 죽주산성을 지키는 듯 보인다. 성곽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몽골군을 물리친 송문주 장군의 기록을 볼 수 있다. 적은 병사였지만, 몽골군 공격 전법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 방어하고 격퇴하자, 백성들은 그를 신명(神明, 하늘과 땅의 신령)이라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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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 신성한 땅, 죽산에서 미륵을 만나다 죽주산성 스탬프함을 지나면 과거 죽산으로 불리던 안성시 죽산면 매산리 미륵당 마을이 나온다. 미륵이 많기로 유명한 안성은 예로부터 미륵의 고장이라 불렸다. 현재 16구가 발견 됐는데, 대부분 죽산면에 있다. 궁예가 한때 이곳에 머물며 건국의 꿈을 키운 것도 어쩌면 우연은 아닐 터. 훗날 스스로 미륵을 자처했던 그지만, 초심은 이곳에서 백성을 구원할 미륵의 출현을 바라지 않았을까? 매산리 구간에서는 매산리 석불입상과 미륵당 오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두려움을 없애고 소원을 들어주는 태평 미륵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시골길을 따라 20여 분 걸으면 봉업사지가 나온다. 봉업사는 고려 태조 왕건의 초상화를 모시던 절이다. 고려 시대 경기도 3대 사찰이었지만,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보물 제435호 오층석탑과 경기도유형문화재 제78호 봉업사지 삼층석탑, 제89호 안성 죽산리 당간지주 등 이곳에서 고려 문화의 향기를 진하게 느껴보길 바란다. 이곳에서 15분쯤 걸으면 죽주산성길의 종점, 죽산면 소재지다.
죽산을 떠나기 전 경기옛길 영남길 제8코스 완주 기념, 인증 스탬프를 찍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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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Tip

시작점 찾아가기
대중교통 안성 버스터미널- 백암면 황새울마 을 (35번,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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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사진 촬영 명소
죽주산성 북포로
죽주(竹州)는 죽산(竹山)의 옛 이름으로 통일신라 시대 때 처음 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고려 시대에 크게 중수 했다. 보존 상태가 좋은 데다 사방이 뷰포인트지만, 특히 북 포로에서 바라본 풍경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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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산리 석불입상
높이 3.9m의 보살상으로 머리에는 보관(寶冠)이 높이 솟아 있는데, 고려 초기 보살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얼 굴 은 넓 적 하 고 눈·코·입 은 비 례 가 맞 지 않 아 독 특 한 인 상 을 주는데, 당시 시대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