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던 시절, 사람들은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때 눈길을 끈 TV 프로그램이 tvN의 <신박한정리>였다. 안 쓰는 물건이 잔뜩
적재돼 있어 발 디딜 틈이 없던 집을 새롭게 탈바꿈시켰고, 단순한 정리와 정돈을 넘어
공간에 행복을 더하는 노하우를 전달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 중심에 공간크리에이터 이지영 대표가 있었다.
글. 편집실 사진. 최이현
공간크리에이터로 커리어를 ‘정리’하다
공간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공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이지영 대표는 스스로를 ‘정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불혹을 앞두고 오랫동안 하던 일을 정리하고 공간크리에이터로 진로를 변경한 것 또한 커리어 정리의 일환이었다.
“30대 후반이 되며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게 ‘정리’였죠. 미술을 하신
아버지 덕에 미감을 갖고 있었고 어려서부터 학급 미화를 도맡을 정도로 한정된 공간에 딱 들어맞도록 배치하는 걸 잘했거든요.”
2017년, 대구에서 정리 서비스와 교육을 제공하는 회사 ㈜새삶을 창업한 이지영 대표는 2년 뒤인 2019년부터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회사에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지만
콘텐츠를 활용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간과 정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노하우를 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지영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공간’이란 무엇일까?
“저는 집이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싶은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바깥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열심히 활동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너무 수고했어’ 하고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공간이요. 그러려면 집이 단정해야 하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으면 더 좋겠죠. 이것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정리’예요.”
이지영
공간크리에이터로 tvN <신박한정리>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주식회사 ‘㈜새삶’의 대표인 동시에 유튜브 ‘정리왕’ 채널과 강연을 통해 실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정리 노하우와 공간활용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있다. tvN <신박한정리> 시즌 1, 2에 모두 출연하였으며, 미운우리새끼, 아침마당 및 다수의 라디오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돈도 아끼고 환경도 지키는 ‘정리의 선순환’
정리를 하다 보면 필요 없는 것을 버리고 비워내는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선순환이 일어난다. 이런 점에서 정리를 잘하는 것은
‘경기RE100’을 실천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미래 세대에 기후위기 극복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공공·기업·도민이 손잡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달성,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것이 경기RE100 전략이다.
“사실 정리를 하면 쓰레기가 정말 많이 나와요. 1.5톤짜리 트럭
두 대를 불러서 쓰레기를 가득 실어 버릴 때도 많아요. 이러한 것만 보아도 정리는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데 있어 가장 실질적이고도 일상적인 방법이죠. 경기 RE100이나 기후행동 기회소득처럼
경기도에서 직접 나서 탄소중립 실천에 적극적으로 도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러한 활동에 정리도 한몫할 수 있겠고요. 쓸데없는 물건을 사지 않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제대로 관찰해야 하고요.”
이것은 정리의 방식과도 궤를 같이한다. 정리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다. 나의 취향을 잘 알고 우선순위의 꼭대기에서부터 물건을 구입하면 버릴 일도 없다. 때로는 정리 과정에서
내 취향에 대해 알게 되기도 한다.
“제가 어느 날 유튜브에 ‘안 입는 옷을 정리해서 그 옷의 공통점을 찾아봐라’라는 콘텐츠를 업로드했어요. 구독자 한 분이 댓글을
달았는데, 공통점이 ‘여행지에서 산 옷’이라는 거예요. 화려한 원피스, 코끼리바지, 큰 밀짚모자 이렇게 평소에 활용하기 어려운 아이템을 잔뜩 사 온 거죠. 어찌 보면 외국에서 쓰레기를 사서 우리나라에 가져와서 버리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여행 가면 잘 먹고 잘 놀고만 온대요. 이렇게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소비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 거죠.”
어떤 옷은 구입한 뒤 낡아서 해질 때까지 입지만 어떤 옷은 한 번 입고 옷장 구석에 넣어두고 10년 뒤에 발견하기도 한다. 내 취향을 잘 알아서 자주 입을 옷만 구입하는 것. 이렇게 하면 돈도 아끼고 환경도 지킬 수 있다. 이것이 이지영 대표가 정의하는 ‘정리의 선순환’이다.
경기 RE100이나 기후행동 기회소득처럼
경기도에서 직접 나서 탄소중립 실천에 적극적으로
도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리왕의 소비 1원칙 ‘충동구매를 멈출 것’
집 안을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버려지는 물건이 발생한다.
이지영 대표는 ‘꽤 쓸만하지만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은 기증하는 것을 권한다.
“버리려고 하니 새것이거나 상태가 너무 좋아서 망설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거예요. 그런 물품이 많다면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 물품 기부를 추천해요. 여기서는 기증한 물건의 분류, 가격표 붙이기, 진열 등을 장애근로인들이 도맡아서 처리하더라고요.
그렇게 굿윌스토어 매장에서 판매가 되고 그 수익으로 장애근로인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거죠.”
그렇다면 깨끗하게 집을 정리한 후, 우리는 어떤 물건을 구입해야 할까? 이지영 대표는 ‘무엇을 살까’보다는 ‘무엇을 사지 말아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가치소비가 대세잖아요. 외적인 요소가 아니라 신념이나
가치를 지키는 소비가 중요해요.”
이지영 대표가 전하는 ‘피해야 할 소비’. 먼저 1+1과 핫딜을 피해야 한다. 싸다고 물건을 자꾸 사면 다 소비하지도 못하고 보관할 공간도 부족하게 된다. 소비할 수 있을 만큼만 구입해야 나의 공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분소비도 하지 말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분이 나쁘거나 울적할 때 소비를 한다. 그런데 그 물건을 보면 좋지 않은 기분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차라리 기분이 안 좋을 땐 청소나 정리를 해보는 걸 권한다.
“저는 머리가 복잡할 때 정리를 해요. 약간 명상 효과가 있거든요. 정리를 하다가 새로운 통찰을 얻기도 해요. 얼마 전에 제가 책
정리 방법을 바꿨어요. 원래는 완독하고 나면 뒷면을 보이게 꽂아두었거든요. 다시 보고 싶은 책은 표지가 보이게 꽂아두고요. 그런데 지난해부터 책을 에세이, 자기계발 등 장르별로 분류해봤어요.
그랬더니 자기계발 서적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런데 원래 저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2025년 목표를 ‘소설을 많이 읽어서 창의력 키우기’로 정했어요.”
정리는 꼭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간, 커리어, 인간관계 등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나를 관찰하며 장점과 단점을 알아내고, 일과 물건의 중요도를 정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분류하는 것. 이것이 이지영 대표가 정의하는 ‘정리’다. 그래서 정리를 잘하면 나의 공간과 시간, 커리어, 관계가 모두 나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그래서 이지영 대표는 모두가 정리를 잘하는 세상을 꿈꾼다.
“정리를 업으로 삼아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정리를
어려워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왜 그렇게 정리가 어려울까?’
생각해 보니 정리에 대해 가르쳐주는 곳이 없더라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생활습관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쉽고 재밌게 정리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나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인생의 1막이었던 유아교육을 정리하고 공간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으로 인생 2막에 도전했던 이지영 대표. 이제는 유아교육과 정리라는 아이템을 결합해 새로운 인생 3막을 꿈꾸고 있다.
Tip.
전국에서 옷장 정리 제일 잘하는 꿀팁!
1
가구 배치를 통해 공간을 활용하자
옷의 양이 많지도 않은데 어수선해 보인다면 가구 배치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행거 아래쪽 공간을 재활용한다든지, 소품 박스들을 서랍형으로 관리한다든지 등의 방법을 통해 버려지는 공간을 활용하자.
2
이것만은 사지 마라! ‘압축팩’
이불, 철 지난 옷 보관에 압축팩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묵혀둔 채 2년 이상 방치하고 있다면 그냥 비우는 것이 답이다. 압축해 놓은 옷은 찾기도 힘들뿐더러 옷감도 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3
옷은 걸어두는 것이 좋다
옷을 가족별로 분류하여 배치하고 그 안에서 또 계절별로 분류한다. 속옷, 양말 등 작은 옷가지도 마찬가지다. 또한, 밝은 옷을 앞쪽에, 짙은 색은 가장 안쪽에 걸어두는 것이 공간을 더욱 넓어 보이게 하는 방법이다.
4
액세서리와 소품도 정리가 필요하다
귀걸이, 반지 등 액세서리는 투명한 수납함을 활용해 보관하고 머플러, 가방, 모자는 걸어두면 형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고 한눈에 보여 찾아 사용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