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사람들의 문화 아지트
우리 동네 독립서점 ‘원미동 용서점’

2025. 04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된 소설 <원미동 사람들>. 작가 양귀자가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이라는 삶의 공간을 무대로 소시민들의 삶을 압축해서 보여준 연작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1980년대, 그렇다면 현재의 원미동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동네 사람들의 문화 아지트, 용서점이 있다.

글. 백미희
사진. 이대원

<원미동 사람들>의 그 골목에서 만나는 책방

‘이런 곳에 책방이 있을까?’ 생각이 드는 지하 1층의 공간. 서점 문을 열면 40~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방문자를 반긴다. 나무 냄새가 가득한 넓은 실내에는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책장에는 중고 책과 새 책이 빼곡하다. 책방 한편에는 그림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원미동 용서점은 단순히 책을 취급하는 서점을 넘어서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용서점이 원미동에 자리 잡은 것은 4년 전이지만 사실 시작은 2018년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에서였다. 역곡동 용서점은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근처 재래시장에 왔다가 목이 마르면 들르기도 했고, 때로는 음악을 듣거나 책방지기와 수다를 떨기 위해 용서점을 방문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점의 기능이 확대되었다. 생활용품을 만드는 주민을 만나서 소품샵의 역할이 추가되었고, 음악을 하는 주민 덕분에 인디밴드 공연장이 되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책방지기 박용희 씨는 용서점을 단순한 책방이 아닌 ‘이웃들이 문화를 누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33㎡(약 10평)이라는 공간적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부천시 내의 넓은 공간을 찾아다녔고 그렇게 현재 원미동 용서점의 공간과 만나게 되었다. 양귀자 작가의 <원미동 사람들>을 인생 책으로 손꼽는 책방지기에게는 운명 같은 만남이었다.


이웃과 함께 누리는 문화공간

지하 40여 평 남짓한 공간에는 잘 진열된 책이 가득하다. 문학과 예술에서부터 실용 서적까지 장르가 다양하다. ‘아주 유명하지는 않지만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 예전부터 출판업계와 서점에 몸담아온 책방지기가 서적을 선별하는 기준이다. 벽과 맞닿은 서가에는 책을 읽을 편안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중간중간 마련된 콘센트에서 방문객을 위한 책방지기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진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책방지기와 차 한 잔을 함께 하며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도 좋다.
넓은 중앙공간은 공연장으로 활용 가능하다. 중앙의 낮은 책장을 밀면 책을 읽는 공간이 관객석으로 바뀐다. 서가 아래 앉을 수 있는 공간이 2단으로 마련되어 생각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실제로 책방지기는 재즈공연과 작가와의 만남 등 몇 가지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벽 한편에는 글쓰기 모임 ‘써용’과 마감러들을 위한 모임 ‘주간 불꺼용’, ‘우리말 시쓰기’ 모임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대부분의 모임은 서점을 찾는 고객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는데, 시간과 취향을 방이라는 별도의 공간에서 이뤄진다. ‘써용’은 코로나19 이전 역곡동에서 시작한 모임이었는데, 한 때는 인원이 100명 까지 늘어나 8명씩 분할해서 모임을 진행했다. 시쓰기 모임은 30년 이상 우리말 지킴이로 지내며 한국말사전을 새로 쓰고 있는 최종규 작가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용서점은 동네책방에 관심이 많은 최종규 작가와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지난 2월 원미동 용서점의 첫 번째 전시도 최종규 작가의 전국 책방 사진 전시였다. 지금은 우지연 그림작가의 작품이 전시공간을 채우고 있다. 빈티지 그릇이나 귀여운 소품도 만나볼 수 있는데, 용서점을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에 의해 이곳에 오게 되었다. 이처럼 용서점의 공간에는 그동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립서점이 평균적으로 젊은 여성고객의 비율이 높은 데 비해 용서점을 찾는 고객들은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동네에 거주하는 주민 연령대가 높기 때문이다. 원미동 주민들은 동네를 오가다 용서점에 들러 자리를 잡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서점시기와 대화를 나누거나 차를 마시며 작업을 하기도 한다. 책방지기는 용서점이 단순히 책을 사러 오는 곳이 아니라 이곳에서 좋은 시간을 누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전시, 공연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원미동 용서점이 유명해져서 멀리서 찾아오는 책방이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에요. 다만 우리 동네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지역의 동네책방으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이곳이 주민들에게 ‘좋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책을 읽으면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전시나 음악감상 등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이러한 책방지기의 바람대로 용서점이 앞으로 책과 독서를 넘어 다양한 문화를 교류하고 향유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Info.

원미동 용서점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로 136번길 24 지하 1층 B02호
지도 바로보기
화~토요일 11:00~20:00
※ 매주 일·월 정기 휴무


Tip.

원미동 용서점 책방지기
박용희 씨의 추천도서 3선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 쓰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을 무대로 1980년대 소시민들의 삶을 그려낸 연작소설집으로 용서점이 원미동에 자리 잡는 데에도 영향을 준 소설
사람을 안다는 것

데이비드 브룩스 | 웅진지식하우스

인간의 본질과 관계에서 대해 탐구하며, 물질적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에서 정신적 기쁨에 대해 고찰하게 해주는 책
뉘앙스

성동혁 | 수오서재

어린 시절 다섯 번의 대수술을 받고, 소아 난치병 환자로 병동에서 긴 시간을 보낸 성동혁 시인이 들려주는 삶과 사람 이야기

Tip.

책 읽는 평화광장 ‘경기야외도서관 북큐레이션’ 운영


빈백, 캠핑의자, 인디언텐트 등이 마련된 경기평화광장에서 큐레이션된 책을 읽으며 문화예술공연, 도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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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 4. 18.(금)~6. 15.(일)/9주
· 하반기: 9. 5.(금)~10. 26.(일)/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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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 5. 31.(토)
· 하반기 : 10. 25.(토)
문화예술공연
(매주 토일, 14:30~17:00)
버스킹, 마술쇼, 독서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
· 상반기 : 4. 19.~6. 14.(매주 토일)
· 하반기 : 9. 6.~10. 26.(매주 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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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일, 18:30~21:00)
광장에서 누구나! 야외 잔디밭영화제 개봉
8. 16.~9. 7.(4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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