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의 자존감 높이는
셀프 홍보 비법

해외에 한국을 홍보하고 잘못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진심인 서경덕 교수.
세계에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리며 한국 홍보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SNS를 통해 더 빠르고 활발하게 한국 홍보 활동을 펄치고 있는
서경덕 교수에게 자존감 높이는 셀프 홍보 비법을 들어보았다.

글. 이선민 사진. 전재호






얼마 전 설을 앞두고 설 명칭에 관한 논란이 뜨거웠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아시아권 최대 명절인 설을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표현하는 데 문제를 제기하면서였다. 국제기구 UN에서도 계묘년 설 기념 우표에 ‘중국 음력(Chinese Lunar Calendar)’이라는 표현을 썼다. 서 교수는 SNS를 통해 “음력 설은 한국,베트남,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이 쇠는 명절이기 때문에 ‘Lmar New Year’로 바꾸는 것이 맞다”며 “아시아권의 보편적 문화가 중국만의 문화인 양 전 세계에 소개되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설 표기 외에도 인터넷 쇼핑몰의 한복 표기 문제,안중근 의사 일대기를 그린 영화〈영응에 대한 일본인의 잘못된 평가,월드컵 경기의 욱일기 응원 등에 대해 즉각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서 교수의 이러한 발언이 매번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살아온 이력 때문이다. 대학시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그는 자신을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오해하는 일을 자주 겪으며 한국 홍보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 후 2005년〈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게재하며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사비를 탈탈 털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광고를 실었는데,그때 여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서 교수는 아이디어 넘치는 광고 등을 통해 동해와 한글 등 대한민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데 주력해왔고, 현재는 SNS를 활용한 홍보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홍보의 핵심은 타이밍과 경청 “홍보에서 가장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에요. 예를 들어 얼마 전 영화〈영응〉이 개봉했을 때 일본에서〈영응〉에 관한 제보가 많이 왔어요. 트위터에서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는 말이 계속돌고 있다고요. 그래서 이 부분을 누군가는 지적해야겠다 싶어서 제가 글을 올린 거예요. 그랬더니 많은 언론에 실리고 화제가 됐죠. 이게 바로 타이밍이에요. 만약 제가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온 다음에 그 글을 올렸다면 과연 그만큼 효과가 있었을까요?”
서 교수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장 애용하는 것은 바로 신문이다. 퇴근길에 신문을 몇 부 사들고 가서 저녁에 반신욕을 하며 본다. 모바일로 뉴스를 접할 때는 자신의 관심 분야만 보지만, 신문을 넘기다 보면 관심 없는 분야까지 훑어보게 된다고. 아이디어는 오히려 그런 곳에서 자주 발견하는 편이라고 고백한다.
“젊은 층의 경우 읽고 싶은 기사만 클릭하다 보니 자꾸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 같아 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지인들이 올린 것만 보게 되거든요. 홍보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관심 없는 분야라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다각도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 교수는 홍보에서 타이밍만큼 중요한 것이 경청이라고 강조했다. 홀로 모든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찾고, 읽고, 듣는 경청의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간 차원의 국가 홍보는 갈수록 위력 더 커질 것 그가 처음〈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실은 것은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주장하는데 대한분노 때문이었다. 당시 우리 정부가 소극적 외교를 펼치는 것을 보며 민간차원에서 독도를 지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뉴욕타임스〉에 광고를 의뢰했을 때 그곳 사람들이 한국 정부 차원에서 온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만큼 개인이 국가를 홍보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낯선 일이었다. 하지만 그 후 그의 활약상을 보고 민간 차원에서 국가를 홍보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29년 동안 대한민국 홍보 전문가로 활약해온 서 교수가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하는 것도 자신과 같은후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갈수록 정부의 힘은 약해지고 민간의 힘은 강해질 거예요. 국가가 나서서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외치면 분쟁의 여지가 있지만,민간이 나서면 그런 문제가 없거든요. 또 민간이 나서면 참신한 아이디어가 넘쳐납니다. 요즘은 독도를 홍보하는 데 광고 같은 것보다 굿즈를 이용해요. 그러다 보면 일상에서 독도에 대한 관심이 퍼져가거든요. 재작년부터 ‘독도마켓’을 시작한 이유예요. 독도 관련 굿즈업체가 영세해서 이들의 판매를 돕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고 라이브 방송도 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서 교수는 요즘 젊은 층은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므로 #Korea, #Dokdo를 계속 남기자는 제안도 했다. 이런 공유 활동이 활발 해져 세계로 퍼지게 되면 아무리 일본이 독도 소유권을 주장해 봐야 세계인에게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때문에 일본의 도발을 무력화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요즘처럼 K-컬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을 때 OTT(Over The Top의 약자로, 넷플릭스 · 유튜브 등이 해당한다)를 통해 우리가 찍은 독도 콘텐츠를 선보이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도시 브랜드 시대에 경기도민의 역할이 더 크다 교수는 이젠 국가가 아닌 ‘도시 브랜드 시대’라며, 대한민국 최대 인구 지자체인 경기도가 할 일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경기도민의 역할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세계인이 경기도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도민이 먼저 경기도의 문화와 역사를 국내외에 알리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경기도는 도민이 활약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을 만들어 마음껏 능력을 펼치도록 하는 것이죠. 이렇게 조화를 이뤄나갈 때 경기도의 위상도 높아질 겁니다.”
서 교수는 경기도가 도민과 함께하는 자체 브랜드를 키워나갈 때 소상공인도 살아날 길이 생긴다고 말한다. K-컬처로 세계인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요즘, 경기도와 도민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면 해외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이고, 그것이 바로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가는 요즘, 경기도의 매력을 한껏 발산해 해외 관광객이 더 많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하고, 소상공인과 도민 모두 활력을 얻다 보면 경기도의 미래가 어찌 될지 상상해보라고 강조하는 서경덕 교수. 글 하나로 스타가 탄생하는 세상이라며, 홍보 잘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콘텐츠 시대에 힘을 갖는 방법이라는 그의 조언이 경기도 전역에서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