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경춘선 따라 겨울 가평을 걷다 경기둘레길 21코스

춘천으로 향하는 기차가 달리던 길, 이제는 자전거도로로
사랑받는 이 코스는 옛 경춘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며 걷기 좋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남이섬, 자라섬을 찾는 여행자들로 붐비는 가평역. 경기둘레길 21코스는 가평역 광장 초입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출발한다. 역을 벗어나면 바로 달전천 둑방길이다. 달전리(達田里)는 ‘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는데서 유래한 지명으로, 서쪽의 불기산을 베개 삼아 동쪽으로 북한강을 바라보는 들판 지형이다. 마을 곳곳에서 전원주택을 볼 수 있는데, 산과 강을 품은 이 마을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면 그들이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를 알 듯싶다. 봄이면 벚꽃길 명소로 많은 사람이 찾는 달전천길은 겨울에는 인적이 드물어 산책 하듯 호젓하게 걷기 좋은 구간이다. 숲길과 마을 길을 반복하니 천년 고찰이 반긴다 냇가로 내려가면 북한강 자전거도로가 나온다. 자전거 동호인에게 사랑받는 이 구간은 옛 경춘선 폐철로 위에 만 들었다. 걷는 길과 자전거도로가 구분돼 있지만, 봄가을에는 자전거를 주의해야 한다.

달전천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길 위에 지붕이 올라 간 듯한 시설과 마주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태양광 패널이 꽤 긴 구간 설치된 것을 알 수 있다. 여름에는 뜨거운 햇빛을, 날씨가 궂을 때는 눈비를 피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길 위에 친환경 발전 시설을 만든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자전거 테마파 크 편의점을 지나면 멀리 터널이 보인다. 옛 경춘선 열차가 오가던 색현터널이다. 색이 바랜 터널 이름과 터널 벽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길이 400m로 짧지 않은 터널이지만, 조명이 설치돼 있어 어둡지 않다. 오히려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젊은 날 춘천행 기차를 타고 이 터널을 지났을 것이라고 생각 하니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진다. 터널을 지나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든다.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코스는 짧아도 여운은 길게 남아 터널을 지나면 고즈넉한 숲길이 이어지고 부엉이 · 딱정벌레 등 숲에 살고 있을 법한 동물 캐릭터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벚꽃길 자전거 쉼터가 나온다.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숲길을 지나면 다시 마을 길이다. 전원주택 단지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인도교를 지나는데 비석이 눈에 띈다.
“그리움이 하늘에 닿아 파랗게 멍든 하늘이여, 괴로움이 산천에 녹아 주름살 되버린 백두산맥이여, 눈물이 강물처럼 흘러 파도치는 동해 바다에 목 놓아 오마니를 부르다 재가 된 한 맺힌 이 산의 가슴들….”
고향에 있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어느 탈북자가 세운 ‘오마니 고향열차 유래비’에 새겨진 글이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자식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글을 보며 ‘분단’의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되길 기원해본다. 중감천교 앞에서 자전거도로와 헤어지고 나면 경기둘레길 21코스 종착지 상천역이다. 코스는 짧아도 여운은 길게 남는 구간이다.





색현터널 경기둘레길 21코스 중간쯤에 위치한, 옛 경춘선 열차가 오가던 터널. 길이 400m로, 터널을 걷는 재미가 남다르다. 터널을 빠져나오기 전 출구 쪽에서 촬영하는 것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포인트.




달전천 가평 약수봉 계곡에서 발원해 북한강에 합류하는 11.2km 하천. 경기둘레길과 북한강 자전거도로가 노선을 공유한다. 겨울 하천과 철새들이 연출하는 고즈넉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좋은 구간이다.




tip가족 코스
벚꽃길 자전거 쉼터
북한강 자전거도로에 조성한 쉼터로, 이곳에 주차하고 색현터널까지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가족이 함께 걷기 좋은 숲길로, 눈도 마음도 정화되는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