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하’하는 2025년이 되시길! <트렌드 코리아> 공저자
한다혜 박사

2025. 02

2008년 처음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소비자 행동과 시장 변화를 연구하여 매년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해왔다. 작년에도 어김없이 <트렌드 코리아 2025>가 출간되며 독자들에게 요즘 트렌드와 사회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 공저자인 한다혜 박사를 만나 올해 사회의 흐름을 듣고, 우리에게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사진. 이대원
대응이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감각과 직관을 총 동원해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책이 있다.
바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가 주축이 되어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고 새로운 사회 흐름을 제시하는 책으로 약 18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그해를 대표하는 10대 키워드를 선정하고, 특별한 의미가 담긴 열 글자의 표제어를 함께 제시한다. 올해의 표제어는 ‘Snake Sense’.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이한 만큼, ‘뱀처럼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2025’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여러분은 ‘뱀’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뱀은 일반적으로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현명한 존재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뱀은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로, 매우 발달한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지요. 지금 우리에게도 이러한 뱀의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시기인 듯합니다. 대응이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감각과 직관을 총동원해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희가 올해 제시한 10개의 키워드가 뱀처럼 예민한 감각을 일깨워 주는 아이템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고요.”
많은 전문가가 2025년은 우리 사회에서 뚜렷한 성장을 이루기보다는, 현재의 불황 심리가 계속해서 답답하게 이어지며 장기적인 소비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전망 가운데 소비자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기 때문에 그들 ‘현재’의 ‘소소한’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큰 행복이 아닌 무탈한 하루, 원대한 성장보다는 오늘의 작은 성취감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회 흐름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한다혜

서울대학교 소비자학 박사로, 현재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섹터 연구위원이자,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활동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소비트렌드 분석 및 전망’, ‘트렌드, 미래, IT트렌드, 미래사회’ 등 다양한 분야로 특강 강연을 진행하며 삼성, SK, LG 등 다수의 기업과 소비트렌드 기반의 전략 발굴 연구를 수행했다. 주요 저서로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등이 있다.

당신이 좋은 치약을 사는 이유
2010년 중반에 등장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강력한 키워드인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의미로 말 그대로 정말 작은 것에서 느끼는 행복을 의미한다. 출근 후 도시락을 먹고, 선선한 날씨에 산책하다 만난 귀여운 강아지를 만났을 때, 좋아하는 빵집에서 갓 나온 빵을 먹었을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소확행’이 SNS와 소비시장에 등장하면서 ‘#소확행’으로 바뀌고, 점차 그 의미가 상업화되는 경향이 포착됐다. 소확행을 자랑하는 행위가 늘어나고, ‘약간 비싼 작은 사치품’의 의미로 변질되면서 많은 이들이 소확행에 대한 피로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한 박사는 이러한 흐름이 ‘아보하’ 트렌드 키워드의 배경이 된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특별한 행복보다, 나 자신만을 위한 평범한 일상이 더 소중하다는 움직임이 나타났어요. 여기서 ‘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뜻의 ‘아보하’ 키워드가 나오게 됩니다. 나아가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미래지향적인 가치관에서 현재지향적인 가치관으로 변화하는 경향이 나타나죠. 그래서 현재의 일상에 집중하는 태도가 반영돼 아주 보통의 일상적인 하루를 가치 있게 여기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뜨개와 필사 같은 남에게 보여주는 취미가 아닌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취미 활동이, 달리기와 등산 같은 일상적인 운동이, 무탈하게 보낸 오늘 하루에 감사함을 느끼며 감사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아보하’는 좋은 치약을 구매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좋을것 같아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양치질로 마무리하는데 그때 좋은 치약을 쓰면서 느끼는 만족감에 가치를 더 두는 거죠. 실제로 고품질의 기능성 치약의 매출이 증가하기도 했고요.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사적인 즐거움이죠.”

우리가 ‘성공’을 대하는 새로운 방정식
한 박사는 사람들의 성공에 대한 인식도 점점 변화되고 있음을 언급했다. 과거 자기계발 도서를 보면 목표를 크게 세우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경향이 강했다. 서가에는 ‘부동산으로 100억 벌기’, ‘주식으로 은퇴하기’ 등 원대한 목표를 추구하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고, ‘성공’, ‘부자’, ‘빨리’와 같은 키워드들이 공통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에는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생겼다고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 소개된 10대 키워드 중 ‘원포인트업’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도달할 수 있는 한 가지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집중함으로써 ‘나다움’을 잃지 않는 자기계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의미해요. 원대한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목표들이 더 중시되는 것이지요. 또한 모두가 함께 달려가는 획일적인 성공의 모습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나다운 성공을 추구하려는 경향도 강해졌어요. 한 마디로 도달 가능성과 자기 지향성을 중시하는 것이 성공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죠.”
한 박사는 “‘아보하’ 트렌드를 포착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상에 대한 감사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2025년에는 행복과 감사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살아보고 싶다고 말한다. 성장, 성공, 행복은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지금까지 늘 중시되어 온 가치다.
시대마다 그 가치의 정의는 달라지지만, 돈과 성취욕, 목적 위주의 삶을 ‘성공’이라 정의하던 현대 사회가 조금씩 피로감을 호소하며 외적인 성과보다는 내면의 평화와 자기 만족을 ‘성공’으로 여기는 흐름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것이 ‘아보하’식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이라고 한 박사는 말한다.
원대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목표들이 더 중시되는
것이지요. 도달 가능성과 자기
지향성을 중시하는 것이 성공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트렌드를 읽고, 삶의 방식을 찾는 여정
매년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 늘 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한 박사. 8년째 <트렌드 코리아> 집필에 함께하면서 변화된 소비 트렌드, 그 내면의 기저에는 사람들의 ‘변하지 않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회에 소속되고 싶은 욕망과 동시에 남들과 차별화하고 싶은 마음, 정체성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성장하고 싶은 욕구 등 매년 변하는 트렌드 속에 우리 사회에 변하지 않는 마음들이 있더라고요. 이 변하지 않는 마음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변화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구별해내는 일이 저에게 있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하지 않는 가치를 이루기 위해 변화하는 사회. 한 박사가 말하는 변하지 않는 마음에는 개인과 공동체의 적절한 균형이 핵심이다. 함께하면서 다수를 따르지 않고 개인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변하지 않는 마음과 욕구는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트렌드’라는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에 관해 연구하고, 변화와 흐름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 우리 사회에 포착되는 흐름을 정리하는 해설집 같은 거죠. 사람은 살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주변 또는 자신의 변화를 느낄 거예요. 가끔 이러한 주변의 변화를 정리해서 이해해 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트렌드 코리아>를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경기도민, 독자분들 모두 자신 안에 있는 욕구를 더욱 건강하게 실현하는, ‘아보하’하시는 2025년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성장, 고물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들과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고, 해가 저물어 갈 때 멋진 풍경에 감탄하며 소중한 일상에 감동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나의 행복은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1순위로 좇아야 하는지 고민하며 2025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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