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 가득했던 길이
따뜻하고 달콤한 분위기 가득한 길로!
고양 밤리단 & 보넷길

2025. 02

일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정발산동의 밤가시마을은 예로부터 밤을 재배해서 밤나무가 가득한 곳이었다.
비록 밤나무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따뜻하고 달콤한 밤이 주는 분위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앤틱하고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와 공방, 이국적인 맛집이 가득한 밤리단길과 보넷길을 걸어 보자.

글. 편집실
사진. 박시홍·윤승현
1970년대 일산의 풍경
1991년 정발산동의 모습
주택과 낮은 상가가 모여있는 정발산동 밤가시마을 부근에 앤틱 소품 가게와 공방이 하나둘 모이면서 앤틱 거리인 보넷길이 자연 발생했다. 그다음으로는 보넷길 주변으로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카페와 이색적인 맛집이 들어서면서 밤리단길이 되었다. 감성을 충전하고 싶을 때 가는 곳으로 밤리단 & 보넷길이 알려지기 시작한 순간이다.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 아니라 주민들의 특색이 거리의 특색이 되고, 거리의 특색이 자연스럽게 가게의 특색으로 드러난 곳이어서 그런지 정겹고 따뜻한 분위기가 거리에 스며들어 있다. 또한 어느 하나도 주민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에 더욱 특별하다. 모두 한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주민들이 만들었기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지역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고급 주택과 대형 문화·상업 시설이 들어서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밤리단 & 보넷길. 동네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만든 그 길을 따라 걸어 보자.
이국적인 앤틱과 빈티지로
감성 충전, 밤리단 & 보넷길
밤가시마을로 들어서면 나지막한 주택가와 고급 빌라촌, 3층 높이의 상가 주택의 복합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고층의 빌딩과 아파트로 둘러싸인 곳들과는 달리 편안하고, 고즈넉한 스카이라인에서부터 이 동네는 남다르다는 것을알 수 있다.
“도심의 아파트를 피해 살 곳을 찾은 이들이 밤가시마을로 모여들었어요. 그림 같은 주택에서 자신만의 취향대로 모은 소품으로 집을 꾸미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앤틱 동호회 활동도 활발했죠.”
이웃끼리 알음알음 앤틱하고 빈티지한 소품을 팔고 사는 일이 생겼고, 어느새 밤가시마을에는 앤틱 소품 가게와 핸드메이드 공방이 들어섰다. 앤틱 마니아들에게는 귀한 앤틱 소품을 구하는 곳, 앤틱 풍 핸드메이드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공방들로 소소하게 입소문을 탔다. 그러다 2013년에 앤틱 플리마켓이 열리면서 주민들은 비로소 이 길에 보넷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보넷은 뒤에서부터 머리 전체를 싸듯이 가리고 얼굴과 이마만 드러낸 모자예요. 아마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쓰는 유럽풍 모자를 떠올리시면 딱 맞을 거예요. 보넷은 앤틱 소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자이기도 하거든요. 이 거리에 딱맞는 명칭이죠.”
이후에 앤틱 마니아뿐만 아니라 이색적인 데이트 장소를 찾는 연인들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보넷길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들을 따라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수제로 매일 직접 만드는 과자점이나 스페셜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는 물론, 프랑스나 일본, 멕시코, 베트남 음식점들이 보넷길과 밤가시공원 아래로 자리 잡았고, 밤가시마을에 있는 경리단길이라며 밤리단길로 불렸다. 지금은 여기에서 더 확장되어 밤가시공원 위로 풍산역까지도 밤리단길로 불리며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동네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가게들이 SNS로 유명해지는 일이 많아졌어요. 젊은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거리는 활기를 띠었죠. 그리고 이곳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더 즐겁게 동네를 돌아보실 수 있도록 주민들도 노력하고 있어요.”

가시밭길을 꽃길로 만드는 주민들의 한 마음
밤리단 & 보넷길에 모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상인 연합회가 조직되었고, 주민자치회도 상인 연합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밤가시마을은 더욱 똘똘 뭉쳤다. 함께 공모 사업에 참여하면서 밤리단길과 보넷길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마을 축제를 함께 열거나 품앗이로 행사를 돕기도 했다.
“상인 연합회에서 축제를 열면, 주민자치회도 나서서 축제 지원에 나섰어요. 또 주민자치회에서 마을 행사를 열면 상인 연합회에서 오셔서 도와주시고요. 그러다 보니 마을 사람들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서 더 친해지더라고요.”
특히 밤리단 & 보넷길은 고양시 관광특화거리로 선정된 만큼 더욱 특색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한 마을 주민들의 노력이 이어졌다. 유독 사람이 많이 모여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 곳은 주민들이 환경 미화에 나섰고,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기도 했다. 이렇게 너나 할 것 없이 주민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들 모두가 밤가시마을에서 오래 살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리단 & 보넷길을 꽃길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가시밭 길이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이곳을 찾은 이들이 현저히 줄어든 데다가 큰 건물이 없는 동네 특성상 주차장이 없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 되었다.
“상인 연합회에서도 주차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러 번 나왔고, 주민들도 평소 도로에 주차된 차가 많아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어요. 그런데 의견 취합도 필요하고, 사업 진행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주차장을 마련하기 쉽지 않네요.”
그럼에도 주민들은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SNS로 동네 맛집을 발굴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상가에서는 소규모라도 플리마켓을 열어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어들였다. “주민 대부분이 밤가시마을에 정착해서 떠나고 싶지 않아 해요. 그래서 평생 내 동네일 이곳이 예쁘게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꾸미는 것이죠. 주민들이 모두 자긍심을 갖고 있는 것도 아마 우리 손으로 협력해서 만든 동네이기 때문일 거예요.”

낭만이 알알이 가득한
밤리단 & 보넷길로 오세요.

윤여정(주민자치회 회장)


밤가시초가

경기도 유일의 ‘ㅁ’자 형태 초가집으로, 초가집 안에 들어서면 봉당에 볕이 쏟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밤나무를 재료로 집을 지은 초가집인 점도 특징적이며, 평지처럼 완만한 구릉지에 있었으나 인근 땅을 평탄화하면서 언덕 위에 있는 초가집이 되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햇살로105번길 36-7
10:00~16:30(하절기에는 17:30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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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가시공원

스마트폰을 통해 밤리단길AR을 체험할 수 있는 공원이다. 수풀 속으로 나와 앞구르기를 하는 팬더나 징검다리에 서면 날아 드는 나비, 벤치에 앉자 펼쳐지는 날개 등을 촬영할 수 있으며 벤치나 파고라 등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쉬기에도 좋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380번길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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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가일앤틱카페

앤틱하고 빈티지한 소품이 가득한 소품 가게 겸 카페로, 미니 플리마켓을 자주 열만큼 소품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매일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준비한 디저트를 고풍스러운 분위기에서 맛볼 수 있어 마니아층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358번길 31
9:00~20:00(주말은 11:00~)
☎ 0507-1411-9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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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리샌드

수제샌드쿠키인 밤리샌드를 판매하는 곳으로, 시즌마다 약간은 메뉴가 바뀌지만 국산 보늬밤과 수제캬라멜소스,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해 맛을 내는 밤샌드 쿠키와 캬라멜샌드쿠키는 항상 판매하고 있다. 선물 상자 포장이 가능해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125
10:00~19:30(매주 월·화 정기 휴무)
☎ 0507-1406-7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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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가시버거

밤가시마을 주민이 추천해 주는 현지인 맛집으로, 밤리단길 안쪽에 있는 미국식 수제버거 가게. 햄버거번까지 직접 유기농 우리 밀을 이용해 구워내고, 두툼한 패티의 맛이 살아있다. 미국식 버거인 만큼 밀크셰이크나 맥주를 곁들여 먹는 것을 추천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372번길 46
☎ 031-813-9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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