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뿌리면 더 위험해요! 식용유로 인한 화재 예방과 대처법

2025. 02

최근 5년간 경기도 내 주거시설 화재 10,880건 중 식용유와 음식물에 관련된 화재는
2,149건으로 주거시설 화재의 약 19.6%를 차지하고 인명피해는 총 118명, 이 중 8명이 사망했다.
잠깐 한눈파는 순간 발생하기 쉬운 식용유 관련 화재.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홍순범 소방장이 식용유로 인한 화재의 예방과 대처법을 알려준다.

글. 편집실
사진. 최이현

조리 시 한눈팔기, 물 뿌리기 No!

식용유는 일상생활에서 구하기 쉽고 많이 사용되는 식재료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지만, 그만큼 자주 화재 발생의 요인이 되곤 한다. 음식물 조리 중 기름 솥에 불을 켜 둔 채로 잠시 잠깐 한눈을 팔다가 잊어버리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식용유 또한 기름으로서 불이 나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휘발유, 시너 등과 비슷한 유류 화재의 특성을 띤다. 만약 식용유에 불이 붙었을 때 물을 뿌리게 되면, 기름 속으로 들어간 물이 순식간에 수증기가 되면서 몸집이 1,700배가량 불어난다. 예를 들어 작은 기름 냄비에 불이 붙었을 때, 종이컵 하나 분량의 물을 넣게 되면 물이 종이컵 1,700개 크기의 수증기로 순식간에 불어나면서 식용유를 주변으로 밀어내게 되고, 결국 집 전체로 불이 번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식용유로 인한 화재 발생 시 물을 뿌리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관심 또 관심!’

식용유에 불이 붙기 직전에는 마치 물이 끓을 때의 수증기와 비슷한 하얀 연기가 발생하는데, 이는 과열되어 기화된 식용유로서 하얀 연기(유증기)에 불이 붙으면 식용유 화재가 된다. 가장 좋은 것은 하얀 연기만 발생하는 단계에서 즉시 가스레인지나 하이라이트의 불을 끄고 기름 솥의 뚜껑을 덮어 둔 채로 1시간 이상 식히는 것이다.
식용유 화재는 대부분 ‘이 식용유를 데우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 다른 곳에서 잠깐만 다른 일을 하고 있어야지’ 또는, ‘데워질 동안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야지’처럼 잠시 눈을 뗀 사이에 발생한다. 불이 일면 식용유가 다 타기 전까지 꺼지지 않으며, 주방 상부 후드와 덕트 등으로 불길이 유입되어 건물 전체로 확산, 초대형 화재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식용유는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잠시라도 관심을 주지 않으면 아주아주 위험해질 수 있는 물질이라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홍순범 소방장을 소개합니다!

현재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화재조사팀에서 화재조사 업무를 맡고 있다. 2020년 4월 김포소방서에서 화재조사 업무를 시작하여 부천소방서를 거쳐 현재 소방재난본부까지 4년 9개월째 화재조사 업무를 수행 중이다. 홍소방장은 “크고 작은 화재 현장 어디든 출동하고, 힘이 닿는 한 끝까지 화재의 원인을 밝히고 기록하여 억울한 시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정신으로 일한다”라고 말했다. 현재는 경기대학교 대학원 소방방재공학과에 진학하여 더욱 전문적으로 소방과 화재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연구·정진하고 있다.

조리 중 식용유에 의한 화재가 발생했다면?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K급 소화기를 사용하여 불을 끄고, 가스레인지를 끄도록 한다.

만약 K급 소화기가 없다면 불붙은 기름 솥의 뚜껑을 완전히 덮고, 즉시 가스레인지나 하이라이트의 전원을 끈 다음, 침착하게 119에 신고한다.

*K급 소화기란? K는 주방을 뜻하는 Kitchen으로, 일반 소화기보다 주방 식용유 화재에 효과가 있다고 검증된 소화기다. 종이에 불이 붙었을 때와 기름에 불이 붙었을 때 등 상황별로 불을 끄는 방법이 다르듯, 화재마다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A, B, C, D, K급으로 화재를 세분하여 보다 불을 더 잘 끌수 있는 소화약제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이 번지기 시작했다면 집 밖으로 대피하고, 반드시 문을 닫아 산소를 차단해야 한다.


K급 소화기 대신 사용 가능한 요리 재료

※ 단, 화재 초기에만 시도 가능
  • 양배추 양배추 잎사귀는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섬유질과 세포 속에 갇혀 있어서 기름에 직접 닿지 않기 때문에 물을 부은 것처럼 불이 커지지 않는다. 다만, 양배추 자체에 물기가 없어야 한다.
  • 마요네즈 성분이 식용유보다 가벼워 불이 붙은 식용유의 표면을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원리로 불을 끌 수있다. 화재 극초기에만 적용 가능하며 화재가 거세진 이후에는 마요네즈의 기름 성분이 오히려 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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