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이야기 따라 걷는 그 길
경기 골목길 투어

2025. 03

골목길은 정해진 기간 내 만들어지는 조형물과는 결을 달리한다.
어제, 그제, 10년 전, 100년 전 그 누군가가 밟고 달리고 멈춰서길 반복했던 곳이자, 사라지고 나타나고 올라가고 내려가길 반복한 수없이 많은 풍경을 거쳐 현재에 이른, 시간의 적층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골목길에는 과거가 있고 우리가 내달려야 할 미래가 있다.
그 골목길에 쌓인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글. 편집실
사진. 김성재

자박자박 , 옛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

골목여행의 묘미는 한 걸음 한 걸음 길을 따라 걸으며 숨은 명소를 발견하는 데 있다. 여기에 매력적인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정조대왕이 사랑했던 조선의 거리부터 K-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인증사진 명소까지 크고 작은 골목들이 다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수원 행리단길. 웅장하고 아름다운 수원화성에 둘러싸인 이곳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팔색조 매력을 품고 있어 오랜 세월 수원의 대표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역사·문화 명소부터 SNS 인기 맛집까지 구석구석 즐길 것이 많아 발길 닿는 대로 가볍게 둘러봐도 좋다.

수원 행리단길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장안동 지도 바로보기



다양한 문화의 평화로운 공존

경기도 안산시는 외국인이 가장 많은 고장이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불편한 시선을 던지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 알량한 편견을 조금만 접어두면 한국 속 작은 세계가 보인다.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일대는 2009년 다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거리풍경도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문화음식거리도 있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각국의 전통음식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문화가 평화롭게 교차하여 마치 외국에 나와 있는 듯한 이국적인 느낌마저 든다.

안산 다문화거리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다문화길 16 지도 바로보기




향긋한 커피 한잔으로 일상에 특별함을

동편마을은 ‘변두리 마을’이다. 차로 지나다 보면 평범한 신도시의 택지지구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들어서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말이면 외지에서 온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주중에는 인근 주민들의 쉼터이자 도심 속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낭만 넘치는 곳으로 변신한다. 여느 신도시처럼 한적하던 곳. 골목 곳곳에 감성 넘치는 카페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평범하던 골목은 이제 ‘카페거리’로 불리게 됐다. 대부분 개성 강하고 형형색색의 젊은 감성을 뿜는다. 향기로운 커피와 브런치 메뉴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안양 동편마을 카페거리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동편로183번길 일원 지도 바로보기




매일 도자기를 빚는 마을

고운 흙과 맑은 물로 대표되는 이곳은 이천 예스파크의 마을 중 하나인 회랑마을의 골목길로, 공방과 공원이 조화를 이룬 국내 최대의 공예마을이다. 4가지 테마 마을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마을마다 색다른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사부작마을과 회랑마을, 가마마을과 별마을을 거닐며 커다란 도자기 조형물이나 개성적인 건물 아래서 하나뿐인 인생사진을 남겨볼 수 있다. 골목 구석구석에 숨은 공방에서 예술가와 함께 도자기를 만들어 칠하고,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공예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이천 도자예술마을 회랑길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도자예술로62번길 28-22 지도 바로보기



차곡차곡 쌓인 시간의 적층물 따라

골목길 따라 차곡차곡 쌓인 돌담, 푸릇한 기운이 조금씩 싹을 틔우는 풀과 나무들, 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한음골 돌담길은 남양주 조안면의 한음마을을 지나는 골목길이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돌담길이 정겨운 마을, 탁 트인 경관과 어우러진다. 한음 이덕형 선생이 사랑했던 풍경이기도 하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한음마을에 세워진 ‘한음골 별서터’는, 한음 이덕형 선생이 부친을 봉양하고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집의 터다. 별서터에는 한음 선생이 직접 심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남아 있는데, 남양주시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몸소 경험해 봐도 좋겠다.

남양주 한음골 돌담길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한음길4 지도 바로보기



음악 타고 시간이 흘러드는 곳

때때로 과거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때가 있다. 아스라한 기억의 끄트머리를 좇다 보면 우연히, 갑자기, 불현듯 깨달음을 얻게 되는 그런 때. 과거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음악이 흐르는 공간 속에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경춘선 시간여행거리는 가평역에서 과거로 잠시 돌아가 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구 가평역이 문을 닫은 후 10여 년 만에 다시 돌아온 무궁화호 열차는 추억을 가득 담은 전시장으로 꾸며졌고, 기차역은 음악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음악을 타고 추억이 흘러들어오는 곳. 방문객은 이내 거리의 매력에 푹 빠진다.

가평 경춘선 시간여행거리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대곡리 174-3 지도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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