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어 나가야 할 독립운동 정신 광복회 이종찬 회장

2025. 03

이종찬 광복회장은 ‘독립운동 정신의 회복’을 강조하며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꼽았다.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서, 또 광복회장으로서 그가 말하는
독립운동 정신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글. 편집실 사진. 최이현

독립운동 정신의 회복에 주력할 것

2025 을사년은 일본과의 불평등 조약인 을사늑약이 체결된 지 120주년 되는 해이고, 광복 80년이 되는 해이며, 한일 국교가 정상화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우리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광복회장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이종찬 회장은 “올해야말로 우리가 어떻게 광복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다시금 되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광복은 결코 외세에 의해서 절로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광복은 불의에의 처절한 투쟁을 통해서 쟁취해 낸 결과물입니다. 그만큼 선열들의 희생과 애국정신을 승화해 우리 후손에게 바르게 인계할 책임을 더욱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어 그는 ‘독립운동 정신’을 다시금 회복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독립운동 정신이란 어떤 것일까.
“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3·1 독립선언서에는 ‘조선이 주권을 가진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독립’과 ‘자주’가 독립운동 정신의 뿌리라 할 수 있겠지요. 두 번째는 ‘국민주권’입니다. 당시 조선은 왕정국가였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왕정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1919년에 고종이 승하하며 절대왕정에 대한 관념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국민의 마음속에 민주공화제가 새로이 자리 잡았고, 이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 것이 두 번째 독립운동 정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세 번째는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인 투쟁을 통해 나라를 다시 찾고자 한 것입니다.”
이종찬 회장은 이러한 독립운동 정신이 조금씩 쇠퇴해 가는 지금, 이를 다시 회복해 국민과 우리 후손들에게 바르게 전하기 위해 지난해 ‘학술원’을 개원했다.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던 독립운동 관련 자료를 집체화하여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독립선열들의 업적에 부응하는 후손 미래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이를 중장기적 계획으로 이어 나가기 위해 ‘기획조정실’을 개편해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약속했다.

이종찬
제23대 광복회 회장, 우당이회영선생교육
문화재단 이사장, 제22대 국가정보원장,
제11·12·13·14대 국회의원, 육군사관학교 16기


나라 잃은 설움을 몸소 겪었던
독립유공자의 후손

독립유공자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회장은 중국 상해에서 태어나 10살까지, 즉 해방이 되기 전까지 고국 땅을 밟을 수 없었다. 그리고 중국인들 틈에서 성장하며 ‘나라 없는 노예 같은 사람’이라는 뜻의 ‘망국노’라 불렸다. 이러한 말은 그의 가슴에 욕처럼 박혔다. 그가 해방의 순간 어머니에게 가장 먼저 한 말은 ‘이제 망국노 소리 안 듣게 됐다’라는 것일 정도로 나라 잃은 설움은 어린 가슴에 깊숙이 새겨졌다. 이러한 일을 겪으며 그는 나라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늘 고찰하며 성장했다.
“제가 사관학교에 입학할 때의 일입니다. 아는 사람도 없이 광복군 출신이신 분의 추천서를 받아 지원했는데 일본 지원군 출신의 시험관이 대뜸 ‘네가 독립운동 가문의 출신이야?’라고 말하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듯 독립운동을 한 것이 일종의 결격 사유가 되는 시절도 있었지요. 일련의 일들을 통해 저는 독립운동 정신을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는 것임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다른 나라가 우리를 경시하지 못하도록 힘을 키우고, 더 나아가 세계의 모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후손들의 몫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처럼 이종찬 회장은 나라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독립운동사를 정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함부로 폄하해서는 안 되며 ‘피로 얻어진 역사’의 가치를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독립운동의 중심이 되었던
지역입니다. 앞으로도 경기도가 독립운동
정신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바로잡는 데 앞장선다면
전 국민적인 호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궁극적인 방향성을 잊지 않고
화합의 길로 나아가야

‘안정’과 ‘화합’.
이번 3·1절을 기해 광복회에서 새로이 정한 캐치프레이즈다. 안정 없이는 화합할 수 없고, 화합을 위해서는 우선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종찬 회장의 생각이다.
“이 두 개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없지요. 이를 위해서는 ‘화이부동’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지 않아도 화합을 이룰 수 있도록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궁극적인 방향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태도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고요. 다른 쪽의 의견을 경청하여 내 의견이 혹시 틀리지는 않았는지, 오류는 없는지를 스스로 검증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타협이 이뤄진다면 화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한일 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고·인내·화해’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무조건적인 인내가 아닌 ‘화해’에 가깝다. 또한, 일본 역시 이에 상응하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전(戰前) 일본’과 ‘전후(戰後) 일본’을 구분하여 생각해야 합니다. 전전 일본이 제국주의인 일본이자, 남의 나라를 침범하는 일본이요, 우리를 핍박한 일본이라면, 전후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입니다. 전전·전후 일본을 혼용한 담론들은 앞으로의 발전적인 관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한일 양국 모두 마찬가지지요. 한일 국교를 정상화하며 맺은 한일기본조약 2조는 ‘1910년 8월 22일과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라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미 무효’란 표현을 두고 한일 간 입장 차가 있어요. 우리는 병합조약이 체결될 때부터 원천 무효라고 봅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가 불법이라는 의미이지요. 반면 일본은 1945년 8월 광복 이후부터 병합조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을 강점했던 시기의 모든 것이 불법화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일본의 지식인들이 이번 3·1절을 기해 한일기본조약 2조에 힘을 실어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조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이미 무효라는 한국의 의견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광복회는 ‘일본 정부는 일본 지식인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한국과 일본 간의 이견을 다시 조정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독립은 결코 도둑처럼 찾아온 것도, 갑자기 이뤄진 것도 아닌 처절한 투쟁의 결과물입니다. 앞으로도 광복회는 독립운동 정신의 올바른 계승과 보전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독립유공자의 후손, 베테랑 정치인 그리고 광복회의 회장으로서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준다. 다양한 담론이 난무하는 시대, 그가 말하는 독립운동 정신과 화합의 길을 통해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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