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주는 미학은 새로운 곳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진다.
독특한 공간이 주는 특별함은 이국적인 곳으로의 여행이 주는 정서적
만족감과도 그 결을 같이 한다.
여기에 카페와 책이
더해진다면 낯선 곳에서 찾은 익숙한 정서가 금세 공간에 대한 몰입감을 높인다. 목공 스튜디오와 북카페로 운영 중인 수연목서가 바로 그러한 곳이다.
글. 편집실
사진. 김성재
수연목서는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여주 중심가에서 꽤 떨어진 한적한 산북면에 있는 이곳은 두 개의 건물이 연결된 곳으로 한 곳은 목공스튜디오, 또 한 건물은 카페를 겸한 독립서점으로 운영된다. 너른 통창과 원목의 테이블, 건축과 도시를 주제로 한 도서들 그리고 사진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흑백의 사진 작품과 한쪽에 책방을 운영하는 주인장의 남다른 감성이 느껴진다. 대단히 현대적인 감성의 건물이지만 분위기는 시각과 후각, 미각을 자극하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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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붉은색이 선사하는 또 다른 시각
나무 木, 책 書. 최수연 주인장의 이름 뒤에 두 한자의 음이 더해져 탄생한 수연목서는 목공스튜디오와 북카페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본래 이 건물은 사진을 찍거나 나무를 다루는 작업자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단정하고도 오묘한 붉은색을 띠는 건물에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수많은 문의 끝에 결국 일반인들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지금의 수연목서로 재탄생되었다.
수연목서는 총 2개의 건물이 2층에 놓인 구름다리를 통해 이어진 형태를 띠고 있다. 한 건물은 사진과 건축에 관련된 책이 진열되어 있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합쳐진 북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노출 콘크리트로 이어진 내벽은 대나무 줄기 화석으로 만들어졌으며, 공간마다 엄선한 조명들이 은은한 색으로 각자의 자리에 놓인 진열품을 빛내주고 있다. 책장에 진열된 200여 개의 책은 사진을 전공한 주인장과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가 직접 큐레이션한 서적으로 한 권 한 권마다 그 의미가 남다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는 다양한 크기의 액자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사진들 또한 주인장의 작품이다. 액자 외에도 구형 코닥 필름 카메라, 인화기, 타블로이드판 인쇄기 등 다양한 기계들이 진열되어 있다.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자연스러운 조화를 자랑하는 내부는 주인장의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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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木, 책 書. 최수연 주인장의
이름 뒤에 두 한자의 음이
더해져 탄생한
수연목서는
목공스튜디오와 북카페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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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무가 어우러진 멋스러운 공간
북카페 2층으로 올라가면 1층 카페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건너편 건물인 목공 스튜디오 건물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도 건널 수 있다. 목공스튜디오 건물 2층은 현재 갤러리로의 변신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계단을 타고 내려와 목공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공간을 모두 지배한 날 것의 나무 냄새가 가득하다. 이곳에서 수연목서의 테이블과 의자, 책장 대부분이 탄생했다.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은 수연목서의 수상 경위는 ‘담담하면서 명쾌한 건물’이다. 붉은 벽돌색으로만 표현되는 단조로운 건축물 안에서 무엇의 용도인지를 명쾌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통유리로 창을 낸 모습을 실로 담담하면서 명쾌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사진을 찍거나 목공을 하는 작업 외에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계속해서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수연목서에는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일상과는 또 다른 특별한 순간을 만끽했으면 하는 주인장의 작은 바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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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수연목서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 주어로 58
지도 바로보기
수~금요일 10:30~18:00, 토요일 10:30~20:00, 일요일 10:30~19:00
※ 매주 월·화 정기 휴무
☏ 031-885-5958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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