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사진관 오동나무 아래에서
처음 만났죠
| 천지희·백재기·백은서·백서진 가족 |

과묵하지만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경상도 남편과 적극적인 강원도 부인이
대구 오동나무 아래에서 맺은 인연을 경기도에서 꽃피우고 있다.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화목한 천지희·백재기·백은서·백서진 가족을 만났다.

글. 정명곤 사진. 김진형(스튜디오 여행)


‘오징어땅콩’을 사오는 순수함에 반했어요 천지희, 백재기 부부의 첫 데이트는 야심한 11시 대구의 마을 오동나무 아래에서였다. 그들의 나이 23살, 21살 때였다.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얼굴도 모른 채 공중전화박스로 일주일 동안 전화 통화만 하다가 동네 오동나무 앞에서 만나자고 했죠. 캔 맥주와 오징어, 땅콩을 사 온다고 했는데, 과자 ‘오징어땅콩’을 사온 것이에요. 그 엉뚱하고 순수한데 반했죠.” 남편 백재기 씨는 아내 천지희 씨를 처음 만난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연애 8년 끝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묻자 아내의 순수한 매력을 꼽았다. 누가 먼저 프러포즈를 했냐는 질문에 분위기가 묘해진다. “대답을 왜 빨리 안 해 먼저 했잖아.” 아내 천지희 씨가 웃으며 말한다. 확실한 건 공식적인 프러포즈는 백재기 씨가 했다는 것. “가게를 빌려 프러포즈를 했어요. 꽃을 준비하고 강타의 ‘프러포즈’를 불렀죠.”



싸우지 않는 비결이오? 신기하게도 이 부부는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고 했다. 싸울 일이 없다고 했다. 은서와 서진 두 자녀가 증인이다. “한 번도 못 봤어요. 엄마랑 아빠랑 안 싸우는데 살짝 웃으면서 싸우는 거 같기도 하고. 엄마가 아빠를 혼내는 거 같기도 하고”라는 서진이의 말에 다들 까르르 웃는다. 백재기 씨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싸우지 않는 비결인 것 같다고 말한다.


“경기도에서
가족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검사가 꿈인 은서는 고등학교 1학년이고 기숙학교에 다닌다. 8살 차이가 나는 동생과 사이가 좋다. 아빠와 엄마가 사이가 좋은데 동생과 사이가 좋은 게 당연한 것 같다. 촬영과 인터뷰 내내 재잘대던 서진은 디자이너인 아빠를 닮아서인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저희 둘은 촬영 분위기가 좋았는데 엄마는 어색해 했어요.” 은서 말에 따르면 촬영 분위기는 즐겁고 좋았다는 평이다. 평소에 아빠가 사진이나 영상을 많이 찍어 앨범으로 간직하는데, 이렇게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것은 은서 어릴 때 이후 처음이라는 후문.

이젠 제2의 고향 경기도에서 살렵니다 “저는 고향이 대구고, 아내는 강원도인데 고향을 떠나 이곳으로 올라왔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아는 사람도 한 명도 없었거든요. 어떻게 취직을 하고 자리를 잡을지 막막했어요.”
남편 백재기 씨는 대구에서 경기도로 올라온 이후 향수병에 걸려 한참을 힘들어했다. 그래서 가족 간의 사랑이 더욱 돈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곧 크리스마스인데 집에서 가족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게임도 준비했어요. 이젠 경기도가 저의 제2의 고향이에요. 경기도에서 가족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 가족들이 ‘꿈꾸는 사진관’에서 보낸 시간을 훗날 추억하며 다시 한번 서로의 등을 다독이기를 희망한다.

스튜디오 여행 1월, <나의 경기도>와 함께한 전문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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