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호의 경기둘레길 탐방 철책 너머 평화로
경기둘레길 1코스

마을이 대망(이무기)처럼 바다를 향해 굽이져 있다고 해서
‘대명곶’이라 부른 대명항.
총 60개 코스, 865km로 이어진 경기둘레길 1코스의 시작점이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경기둘레길 1코스로 들어서면 바로 철책과 마주한다. 분단의 현실을 체감하는 순간이지만, 철책 너머 강화해협의 풍광은 아주 평화롭고 고즈넉하다.

분단의 현실 앞에 서다 수산 시장과 즐비한 횟집을 지나 김포함상공원 끝자락으로 향하면 평화누리길 조형물과 경기둘레길 1코스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은 대명항~문수산성 코스로, 김포·고양·파주·연천으로 이어지는 평화누리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스탬프를 찍고 길을 걸어가면 바로 철책과 마주한다. 분단의 현실을 체감하는 순간이지만, 철책 너머 강화해협의 풍광은 아주 평화롭고 고즈넉 하다.
해안 철책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군 초소,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벽화를 만나게 된다. 잠시 멈춰 인증샷을 찍으며 평화의 소중함에 대해 되새겨볼 수 있는 장소다. 덕포진까지 이어진 구간은 평지로 수월하지만, 자전거도로로도 이용하니 걸을 때 주위를 잘 살펴야 한다.
1시간여 걸으면 덕포진이다. 이곳은 조선 시대 수군이 주둔하던 진영으로, 서울로 통하는 바닷길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사적 제292호로 지정된 곳으로 병인양요·신미양요 등 조선 말기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외세 침략에 맞서 꿋꿋하게 대항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지킨 현장이다. 덕포진에 서서 강화해협을 바라보고 있으면 치열했을 당시의 모습이 떠올라 숙연해진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으로, 복원한 포대와 덕포진의 역사를 기록한 전시관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억새와 철새를 보며 한가로이 걷는 길덕포진을 지나면 외딴섬 부래도가 눈에 들어온다. 이 조그마한 섬은 염하강을 타고 한강에 떠내려왔다는 전설에서 유래해 부래도(浮來島)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실제로 강물을 따라 어디론가 흘러 내려갈 것 같은 모습이다. 산길을 내려와 덕포를 지나면 다시 철책길이 이어지며 수문삼거리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이정표에 철책길은 개인 사유지라 들어갈 수 없으니 신안리 마을길로 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돌아가는 길이지만 구불구불 이어진 한적한 시골 마을의 풍경이 정겹다.


덕포 출렁다리를 건너면 쇄암리 전망대까지 오르막이다. 1코스에서 가장 힘든 구간으로, 숨이 차면 전망대 쉼터에서 잠시 쉴 수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 억새밭이 길게 이어지며 주변에는 철새들이 떼지어 놀고 있다. 강 생태계를 구경하며 한가로이 걷다 보면 1코스의 중간인 쇄암리전망대 쉼터가 나온다.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오두막과 화장실이 있어 짧은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제격이다. 대명항에서 이곳까지는 1시간 40여 분 걸린다.

작가들이 제작한 평화누리길 벽화 쉼터를 지나면 쇄암리전망대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3-1번 버스가 월곶면사무소와 대명항을 운행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정류장을 지나면 평화누리길의 풍경을 재해석한 벽화 거리가 나온다. 다양한 색의 그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홍정애 외 10여명의 작가가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원모루마을을 지나면 원모루나루다. ‘높은 언덕’이라는 의미가 담긴 원모루나루는 조선 시대 말까지 주로 새우를 잡아 팔던 작은 포구였는데, 강화가 번성하면서 나루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엔 일본이 물자를 수탈해가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해병대훈련장을 지나 김포CC 끝자락에 닿으면 평화정류장이 나온다. 정류장에는 6·15공동성명 등 한반도 평화의 기록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포내리습지관찰원을 지나면 저 멀리 강화대교와 1코스의 종점인 문수산성이 보인다. 철책과 봄 농사 준비가 한창인 시골 풍경을 마주하며 40여 분 걸으니 종점인 문수산성에 도착한다. 문수산성은 조선 숙종 때 바다로 들어오는 외적을 방어하고 강화도를 지키기 위해 세운 성으로 병인양요 때 소실된 부분을 복원했다. 성곽에 오르면 강화대교 너머로 북한 땅과 인천 앞바다가 보인다. 해 질 무렵에 가면 이국적인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