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 박문수, 시인 박두진을 만나는 길 경기둘레길 40코스

안성이 자랑하는 안성8경 중 칠장사와 금광호수를 만나는 길.
이 코스는 숲과 계곡, 호수로 이어지며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이야기 보물 창고, 칠장사와 박문수길 극락마을? 경기둘레길 40코스 앞에 자리한 마을 이름이다. 마을 이름에서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후 사바세계 (娑婆世界, 번뇌와 고통, 더러움으로 뒤덮여 있어 참고 견뎌야 하는 세계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뜻한다) 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륵불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안성이 절로 떠오른다. 인근에 있는 천년 고찰 칠장사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둘레길 40코스는 칠장사 일주문에서 출발한다. 경내로 들어가며 올려다본 칠장사는 아담하지만 오래된 목조 건축물과 석탑, 돌담이 조화를 이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문화재뿐 아니라 궁예가 19세까지 활쏘기를 하며 유년기를 보냈다는 활터 이야기와 임꺽정이 스승 병해대사가 입적하자 꺽정불을 만들어 극락전에 모셨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설화가 전해지는 사찰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이 코스에 전해 내려온다. 칠현산으로 오르는 입구인 칠장사 나한전 앞에는 대학 합격, 공무원 시험 합격 등 저마다 소원을 적은 오색 리본을 묶어둔 다리가 있는데, 바로 ‘어사 박문수 합격 다리’다. 사연인즉, 1723년 박문수는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중 칠장사 나한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었는데, 그날 밤 꿈에 나한전의 부처님이 나타나 과거 시험에 나올 시제를 알려주었다. 과거 시험에서 두 번이나 낙방했던 박문수는 그 덕에 장원급제를 할 수 있었고, 암행어사와 병조판서까지 지냈다는 이야기다.

이후 칠장사 나한전은 각종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찾아와 합격 기도를 올리는 명소가 됐다. 칠장사부터 칠현산 구간까지 ‘어사 박문수길’로 이름 지은 이유다. 이 구간은 길이 좁고 오르막이 많아 힘들지만, 시원한 계곡물소리, 다양한 새소리, 형형색색 버섯 군락 등 자연을 벗 삼아 걷기 좋다.
칠현산은 해발 516m로 높지 않지만,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칠장사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으면 공림 정상과 곰내미고개를 지나 충북 진천군과 경계를 이루는 덕성산 등산로 안내판이 나온다. 이곳에서 금광호수 방향인 옥정재로 향한다. 내리막 구간인 데다 급경사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등산용 스틱을 미리 챙길 것을 추천한다. 좁은 등산로를 따라 1시간정도 내려오면 임도가 나온다. 이곳부터는 평지로, 칠현산과 덕성산 아래에 터를 잡은 사간·석암·동막 마을 등 안성의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다. 석바위가 많아 석암, 돌막(돌멩이의 방언)이 변해 동막, 사기를 굽던 사간 등 마을 이름은 대부분 돌에서 유래했다. 주변에 쉼터가 없으니 잠시 휴식을 취하려면 마을 정자를 이용하자.

1. 해발 516m의 칠현산 정상. 길은 좁지만 계곡과 형형색색 버섯 군락 등이 있어 자연을 벗 삼아 걷기 좋은 코스다. 2, 4 금광호수에 청록파 시인 박두진을 기리는 박두진문학길을 조성했다. 3 칠장사에는 어사 박문수의 장원급제와 얽힌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박문수 합격 다리에 많은 사람이 합격을 기원하는 리본을 달았다. 5 칠현산 구간은 능선을 따라 오르는 등산로로,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금광호수에서 박두진을 만나다 사흥천을 따라 2시간 정도 걸으면 금광호수 청록뜰 주차장이 나온다. 금광호수는 45만 평 규모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호수로, 청록뜰부터 수석정까지 구간이 박두진문학길이다. 한국 현대문학사의 거장 박두진은 안성 출신 청록파 시인으로 그의 집필실도 이곳에 있었다. 중간중간 박두진을 기념하는 시 표지판과 정자가 설치돼 있다. 혜산정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금광호수의 풍경을 감상해보자. 정자에 앉아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사색하거나 시상을 떠올렸을 박두진을 생각하며 그의 시 한 편 읊어보는 것은 어떨까?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칠장사 636년 선덕여왕 5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천년 고찰.
칠장사에는 혜소국사비(보물 제 488호), 석조여래입상(보물 제983호),
대웅전(보물 제2036호), 당간(경기도 유형문화재) 등
불교문화의 보물 창고로 불릴 만큼 다양한 보물이 있다.




금광호수 혜산정 안성 출신 시인 박두진을 기리기 위해 호수 둘레에 조성한 박두진문학길 안에 있다.
금광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곳곳에 정자와 벤치 등을 마련해 호수를 감상하며 사색하거나 휴식을 취하기 좋다.

tip가족 코스
박두진문학길 금광호수를 품은 길로, 숲길과 호수 수면 위를 걷는 덱을 조성했다.
총길이 2.28km로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코스 중간중간 박두진 시인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특색 있는 공간이 자리해 지루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