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의
아름다운 변신

세상에 그냥 버려지는 것은 없다.
쓸모없는 폐허도 숨을 불어넣으면
얼마든지 멋지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복합 문화 공간·미술관
·박물관 등으로 변신한 폐공장,
쓰레기 소각장, 채석장의 화려한 부활.
공간의 변신은 무한하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담배 공장에서 복합 문화 공간으로,
111CM
정조대왕이 화성을 축조하면서 백성을 위해 조성한 농경 시설인 대유평(大有坪)은
훗날 활발한 산업화와 함께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1960년대 후반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담배를 생산하는 연초제조창을 만들어 시나브로, 88, 라일락, 한라산, THIS 등의 담배를
이곳에서 제조한 것. 이후 2003년 가동을 중지하면서 20년 가까이 방치된 공장의 건물을 일부
보존해 복합 문화 공간 ‘111CM’을 만들었다. 111CM은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111번지와
커뮤니티(community)의 C·M을 조합해 만든 이름으로, ‘모두 하나가 되는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뜻이 담겼다.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가 수시로 열린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성로 195 / 031-269-3760







폐채석장에 피어난 예술,
포천아트밸리
‘포천아트밸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생산을
종료하면서 주변 환경이 파괴된 채 방치해온
폐채석장을 국내 최초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이곳의 핫 플레이스는 천주호.
짙은 옥빛의 호수는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화강암 직벽을 이용한 미디어 파사드 영상과 소리 울림 현상을
이용해 선보이는 독특한 공연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아트밸리로 234 / 1668-1035







폐광의 기적, 광명동굴 1912년 일제가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개발한 황금광산인 ‘광명동굴(구 시흥광산)’은
1972년 폐광된 후 40여 년간 새우젓 창고로 사용됐다. 이후 2011년 광명시가 매입해
역사·문화·관광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동굴 예술의전당’에서는 3D 홀로그램 영상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가 펼쳐지고, 금은을 채굴하던 ‘황금길’은 진짜 황금 동굴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동굴 지하 세계’에서는 영화 <반지의 제왕>
제작사가 만든 거대한 신비의 용을, ‘와인 터널’에서는 전국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 광명시 가학로85번길 142 / 070-4277-8902







쓰레기 소각장의 판타스틱한 변신,
부천아트벙커B39
39m 높이의 내부 벙커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부천아트벙커B39’는 강렬한 비주얼과
실험적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 예술 공간이다. 1995년 가동한 이래 2010년까지
하루 평균 200톤의 쓰레기를 소각하던 쓰레기 소각장을 개조한 듯 안 한 듯
리모델링해 소각장의 매력을 최대한 살린 것이 특징. 가령 쓰레기를 태우던 소각로가
있던 자리는 벽면 일부를 철거하고 채광창을 내어 갤러리로 만들었지만, 유해가스를
내보내던 유인 송풍실과 소각장 및 시설 설비를 통제하던 중앙제어실은 그대로 두고
유리창 너머로 관람하도록 한 것이다. 더러운 곳의 판타스틱한 재탄생을 엿볼 수 있다.

경기도 부천시 삼작로 53 / 032-321-3901







건축계 거장과의 만남,
김중업건축박물관
김중업은 프랑스 대사관, 삼일빌딩, 평화의 문 등을 설계하며 우리나라 건축계에
크나큰 업적을 남긴 1세대 건축가다. 서구 건축 기술에 우리의 전통 건축과 예술을
접목해 예술로서의 건축관을 정착시키려 노력한 그의 생애와 건축관을 보여주는 곳이
‘김중업건축박물관’이다. 2014년 구 유유산업 안양 공장의 연구동을 리모델링해
태어난 김중업건축박물관은 1959년에 김중업이 직접 설계한 건물이라 더욱 뜻깊다.
특히 공장 건물에 조각 작품을 접목하는 등 독특한 형태를 띠어 건축학적으로도
중요한 자료다. 안양박물관, 특별전시관, 교육관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다른 건물들도
제각기 달라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건축의 특징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103번길 4 /
031-687-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