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일인’ 린데만의
신나는 한국살이

대한독일인’이라 불리는 다니엘 린데만.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에게
모범생 이미지를 각인시켜준 그가 최근에는 피아니스트이자 합기도 사범으로 변신했다.
‘수원화성문화제’에서 한 코너를 맡은 다니엘 린데만을 만나 프로 N잡러의 근황을 들었다.

글. 이선민 사진. 전재호

지난 10월 8일(토) 저녁 수원 행궁 광장 쉼터 무대에서 수원화성 문화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이야기 콘서트 ‘정조실감’이 열렸다. 정조대왕과 예인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관객과 소통하는 이야기 콘서트의 첫날 무대 주제는 미술이었다. 서울사이버대학교 손미정 교수와 함께 정조대왕 시절 예인인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추사 김정희 등의 작품 해설을 듣고 그에 대한 소감을 말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 사람은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이었다.
우리에게 독다니엘이라는 별명으로 익숙한 그가 프로그램을 진행했기 때문인지 늦은 시간에도 관객들은 자리를 지키며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1시간가량의 행사가 끝난 후 다니엘 린데만을 무대 뒤에서 만났다.
“제가 준비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강연을 참 좋아해요. 오늘처럼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 강연도 배울 것이 많아서 좋아하고요. 이런 행사나 방송을 통해 한국 역사와 문화를 많이 배울 수 있어요.”
독일 본 대학에서 아시아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한 다니엘 린데만은 웬만한 한국 사람보다 한국사에 조예가 깊다. 프로그램에서 정조를 접한 적이 있다는 다니엘이 알고 있는 정조의 모습은 책을 사랑한 만큼 회식(會食)도 사랑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대신들을 모아놓고 함께 술과 음식을 즐기는 것을 몹시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만취할 때까지 아무도 집에 못 가게 하면서요. 이곳 행궁에서 가까운 시장이 있는데, 그곳에 정조가 술 마시는 동상이 있을 정도예요.”
대한독일인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는 그는 특히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가 행궁이라고 털어놓았다. 방송 촬영을 위해 행궁을 찾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알베르토 〮 럭키 등과 방문 하기도 했고, 어머니가 독일에서 잠시 다니러 오셨을 때도 행궁을 찾을 정도였다.
문화재와 역사 그리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수원화성문화제 같은 행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에게서 한국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친환경 생활, 고기 소비부터 줄여보실래요? 그가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환경 관련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고, 팔로워들에게 “시간이 없다, 급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기후 위기에 대한 고민이 깊다.
“우리 모두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해요. 정말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모두 급하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제가 위기감을 느끼는 콘텐츠를 볼 때마다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철저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생활 속에서 가급적 친환경 삶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다니엘은 정부와 기업이 먼저 나서야겠지만, 시민도 생활 속 친환경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외출할 때 사용하지 않는 전기 코드 빼기,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많이 걷기 등도 중요하지만, 고기 소비 줄이기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식주의자가 되자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지금보다 덜 소비하자는 거예요. 소나 양이 탄소를 많이 배출하기도 하지만, 이들을 키우기 위해 나무를 잘라내고 평지를 만들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떤 연구자들은 지구온난화 원인은 50% 정도가 축산업이라고 얘기하기도 해요. 저도 운동을 하느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이라도 줄여나가고 있어요.”
또한 생산과정을 잘 살펴서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옷을 고르고, 오랫동안 입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지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친환경 생활에 동참하자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저의 변신을 기대해주세요 그가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독일에서 태권도를 하면서 부터다. 그렇게 관심을 갖던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이 2008년, 그 후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독다니엘로 다가왔다. 그런 그가 스스로를 프로 N잡러라고 부른다. 방송인 외에도 저녁이면 합기도 사범으로 일하고 ,피아노 작곡과 연주도 하며 다양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저는 취미로 시작한 것도 흥미를 갖게 되면 가급적 프로가 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합기도도 배우면서 지금은 부족하나마 사범을 할 정도로 발전했고, 음악도 취미로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빠져들어 저의 직업으로 평가받아도 될 정도로 활동하고 있어요. 앞으로 어디에 빠질지 모르지만, 또 새로운 것을 만나면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어릴 때 독일에서 오르간을 친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르간이 없어서 집에서 피아노를 치다가 약 5년 전부터 아예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로 나서게 됐단다. 피아노 연습을 하며 생각나는 대로 곡을 쓰다가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자고 생각해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자신이 작곡한 곡을 직접 연주한 음반을 내기도 했다. 요즘은 베이스·드럼·색소폰과 합주하거나, 베이스·드럼 만으로 공연하기도 하고, 작년 연말 세종문화회관에서는 현악4중주와 피아노, 베이스, 드럼, 색소폰 8명이 공연하기도 했다. 최근 근황이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활동이어서 공연을 위한 연습이나 재즈 피아노 연습에 몰두할 때가 많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즐겁다 보니 한국에 온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다니엘 린데만. 오늘 참가한 행사처럼 역사와 문화 등 모두에게 유익한 행사가 더 많이 경기도 곳곳에서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쳤다.
“수원 행궁처럼 경기도에는 아주 중요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 곳이 많은데, 이것이 바로 한국의 정체성과 관련 있다고 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관·문화관을 지니려면 문화재를 많이 찾아보고 이런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역사를 잊지 않아야 올바른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