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 씨의 꿈은 베스트 드라이버
뇌출혈로 쓰러진 후 14년째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 박현정 씨의 버킷 리스트는 운전면허 취득이다.
기회소득으로 시동을 걸고 있는 현정 씨의 운전면허 도전기를 들어본다.
글. 이정은 사진. 전재호
“0호차 실격입니다.”
의정부운전면허시험장 내 기능시험장 T코스에서 탈락 전산음이 울린다. 허탈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박현정 씨의 여덟 번째 도전도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제 인생 버킷 리스트 중 첫 번째가 자동차를 타고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었는데, 왼쪽 마비의 중증장애인이라 포기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보조 기구를 이용하면 운전을 할 수 있고, 장애인운전지원센터에서 무상으로 운전도 가르쳐준다고 해서 도전했어요.”
장애인운전지원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한부모가정·장애인의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전문 시설로, 면허 취득 상담 및 장애 유형에 적합한 차량 개조 안내와 함께 운전 능력 측정, 학과·기능·도로주행 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용인과 의정부에 운전면허시험장에 있는데, 의정부만 해도 올 상반기에 84명이 합격할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열심히 배웠지만 시험에 번번이 떨어져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는 현정 씨.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어렵다는 T코스까지 갔으니 자신감 ‘뿜뿜’이다. 현정 씨가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데는 기회소득의 영향이 컸다. 중증장애인에 기초생활수급자인 현정 씨는 형편상 응시료가 부담스러웠는데, 마침 기회소득을 받게 되어 걱정 없이 도전하고 있다.
기회소득으로 세상에 나갈 용기가 생겨
이처럼 씩씩하고 밝은 현정 씨지만 사실 큰 아픔을 안고 있다. 지난 2010년, 36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진후 14년 동안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정 씨의 하루는 아침 6시 스마트워치와 함께 시작된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워치를 차고 재활 치료와 운동을 하는데, 반드시 8,000보 이상 걸으려 노력한다. 현정 씨의 걷기 동반자는 7년째 병실을 같이 사용하고 있는 설정배 씨다.
“언니는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력이 저하됐어요. 언니는 제 왼팔이, 저는 언니의 두뇌가 되어주며 서로 의지하고 있죠. 꾀가 날 때도 있지만 스마트워치의 계기판을 보면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어요. 이게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드는 요물이라니까요.(웃음)”
동두천 로하스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현정 씨는 병원 안에서도 유명 ㄴ어주기도 하고 때론 보호자 역할도 한다. 팬데믹 시국에는 환자와 가족 사이 메신저 역할도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나타나 ‘로하스 박반장’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긍정 에너지를 마구마구 뿜어내는 현정 씨지만 혼자 살 자신이 없어 지금까지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데, 기회소득으로 세상에 나갈 용기가 생기면서 홀로서기를 생각 중이다. 그 첫 단계가 운전면허 취득. 올해 안에 꼭 따서 정배 언니와 드라이브도 하고 캠핑도 가고 싶단다.
2단계 계획은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 공부하기. 병원 생활 도중 다른 환자를 도우면서 보다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또 기회가 된다면 연극도 해보고 싶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멋진 보디 프로필도 찍고 싶다.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하니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참 많다는 현정 씨는 기회소득으로 14년 동안 움츠렸던 날개를 펴기 위해 ‘부릉부릉’ 시동을 걸고 있다.
with 경기

장애인 기회소득이란?

2023년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한 정책으로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매주 2회, 1시간 이상 가치 활동 참여 인증 시 월 5만 원을 지급해왔다. 하반기 중 지급금을 월 10만 원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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