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를 잇고 기우제를 지내던 영남길 석성산길
외적의 침입이나 급히 연락해야 할 소식을 전하던 조선 시대 통신수단 봉화.
영남길 제4길 석성산길은 수원화성의 봉화를 잇던 길로
석성산과 관련한 재미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글. 이인철 사진. 전재호
통화사에서 입구 갈림길까지는 고궁이나 산성의 담장길처럼 조성돼 있어 사색하며 걷기 좋은 구간이다. 자욱한 산안개가 운치를 더한다.
기우제를 지내던 용인의 진산, 석성산
용인경전철 에버라인 어정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용인의 대표적 시민공원이 나온다. 호숫가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주변에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이 즐비해 가족, 연인과 함께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기 좋은 동백호수공원이다. 영남길 제4길 석성산길은 이곳에서 출발한다. 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석성산(石城山)을 오르는 구간이다. 석성산은 용인시 동백지구를 감싸고 있는 주산(主山)이자 용인문화복지행정타운까지 이어지는 용인의 진산(鎭山)이다. 동백호수공원 중앙광장에 있는 한국토지공사 건물 야외 계단을 따라 올라 성산다리 육교를 건너면 한숲공원이 나온다. 숲길을 따라 유아숲체험원, 용인시박물관, 동백도서관을 지나면 보개산신위(寶盖山神位) 비석과 마주한다. 석성산은 조선 후기까지 보개산(寶蓋山), 성산(城山)으로 불렸다. 문헌에 따르면 보개산에서 가뭄이 들었을 때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며 기우제를 지냈는데, 그 장소를 복원한 제단이 바로 보개산신위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데, 장마 탓인지 산안개가 자욱해 신령스러움마저 느껴졌다.
영남길
조선 시대 6개 대로 중 하나로, 수도 한양에서 부산
동래를 잇는 영남대로를 복원한 길입니다. 성남, 용인,
안성, 이천을 이으며 총 10구간으로 조성했습니다.
Info
코스 정보
동백호수공원 ⇨ 석성산 등산로 ⇨ 용인문화복지행정타운
소요 시간
3시간
거리
6.5km
난이도
칠장산에서 김포 문수산까지 한남정맥을 잇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걷다 보면 갈림길 이정표가 나온다. 길은 1코스와 2코스로 나뉘는데, 정상까지 거리는 600m로 같다. 영남길 1코스를 따라 걷는다. 갈림길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정상까지는 힘든 구간으로, 보폭을 줄여 걷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할미산으로 가는 길과 석성산 정상으로 향하는 갈림길 앞에 옛 기록을 토대로 작성한 영남길 이야기판이 나온다. 한남정맥을 잇는 성산교 이야기다. 한남정맥은 한반도 13정맥 중 하나로, 안산시 칠장산에서 시작해 김포 문수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의 옛 이름이다, 그중 석성산에서 할미산성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1971년 영동고속도가 개설되며 단절됐는데, 한남정맥 산줄기를 이어 걷고자 하는 많은 등산인의 염원이 반영돼 2018년 12월 3일 성산교가 준공되면서 다시 연결되었다는 내용이다.
이야기판을 지나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석성산 정상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용인시 전경을 바라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올라올 때의 힘든 기억이 싹 사라진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석성산 봉수 터가 있다. 조선 시대 때 사용된 석성산 정상에 축조된 봉수 터로, 조선 후기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에 따르면 화성본돈이 축조되면서 수원화성의 봉수가 용인 석상산 봉수로 연결되었음을 알 수 있어 조선 시대 봉수 체제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문헌에 따르면 보개산에서 가뭄이 들었을 때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며
기우제를 지냈는데, 그 장소를 복원한 제단이 바로 보개산신위다.
동백호수공원 중앙광장에 있는 한국토지공사 건물 야외 계단을
따라 올라 성산다리 육교를 건너면 한숲공원이 나온다.
중간중간 용인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멱조현을 메주고개라 부른 이유
정상에서 통화사 입구까지는 급경사 내리막길로,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 걸어야 한다. 통화사에서 입구 갈림길까지는 고궁이나 산성의 담장길처럼 조성해 사색하며 걷기 좋은 구간이다. 용인시청까지는 완만한 숲길이 이어지고, 지명과 관련된 이야기판도 자주 등장한다. 메주고개 쉼터에서는 ‘멱조현’과 관련한 내용이 적혀 있다.
지금의 용인시 삼가리(삼가동) 근방에 아주 가난한 부부가 살았다고 한다. 이들은 비록 가난했지만 열심히 일했고, 자그마한 밭 몇 평도 갖게 됐다. 부부는 의논한 끝에 콩을 먼저 심었는데, 그해 콩 농사가 잘돼 아내는 메주를 만들었다. 그런데 쇠파리 한 마리가 메주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본 아내는 기분이 상했다. 쇠파리를 잡기 위해 나무 주걱을 내리쳤으나 쇠파리는 잽싸게 다른 메주로 옮겨 앉았다. 정성스럽게 만든 메주가 엉망이 되자 화가 난 아내는 쇠파리를 잡을 생각에 메주가 엉망이 되는 것은 아랑곳없이 나무 주걱을 계속 휘둘렀다. 쇠파리는 메주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날아갔으나 아내는 포기하지 않고 맨발로 지금의 멱조현을 넘었다. 그래서 멱조현을 ‘메주고개’라고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다. 쇠파리를 쫓아가는 아내의 화난 표정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온다. 메주고개를 지나 내려가는 길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로, 싱그러운 솔향기를 마시며 10여 분 걸으면 종점 용인시청이 나온다. 석성산길은 높이는 낮은 편이지만 난도는 꽤 높다. 그러나 중간중간 영남길 이야기판의 용인과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을 읽다 보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허영호
산악인이자 탐험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다.
드림앤어드벤처 대표로 등반, 트레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그는 경비행기 세계 일주도 준비 중이다.
Tip

사진 촬영 명소

석성산 정상
기우제를 지내던 제단이 있던 용인의 진산으로, 정상에 오르면 용인과 성남 일대가 한눈에 펼쳐진다.
통화사 담길
정상에서 40여 분 내려오면 통화사가 나온다. 담벼락 옆으로 길이 이어지는데, 옛 고궁을 걷는 느낌이다.
Info

시작점 찾아가기
지하철 에버라인 어정역 ⇨ 동백호수공원(도보 10~15분 소요)
경기옛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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