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이탈리아 라자냐 맛 판교 파파라구
경기도는 넓고 그만큼 맛집도 많다.
토속적인 지역의 맛과 세련된 도회의 맛이 혼재한다.
그게 경기도의 매력이다. 그중 활력과 새로움,
창의의 기운으로 가득 찬 판교는 IT 기업이
속속 들어서면서 첨단 산업의 상징이 되었다.
이곳에 정통 이탈리아 맛을 선보이는 집이 있다.
글. 박찬일 사진. 전재호
우직하게 ‘원칙대로’ 만드는 요리
“아빠의 손맛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집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했는데, 결국 이렇게 팬을 잡고 있습니다.(웃음)”
파파라구를 이끄는 윤홍로 오너 셰프의 말이다. 백현동 카페 거리라고도 부르는 이 지역은 유럽의 한 구역을 옮겨놓은 느낌이다. 시원하게 뚫린 길을 중심으로 맛집과 카페가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얼마 전에는 공영 주차장까지 마련되어 고민이던 주차난도 좀 덜었다.
참, ‘라구’가 무슨 뜻인지 궁금할 것이다. 라구는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쓰는 음식 용어다. 이탈리아어는 ‘ragu’, 프랑스어는 ‘ragou^t’다. 주로 고기의 여러 부위와 채소 등을 다져 넣고 오랫동안 끓인 음식을 말한다. 소스라고도 할 수 있고, 수프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마침 파파라구의 주방에서도 라구 소스로 파스타를 만들고 있었다.
“아빠의 손맛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집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했는데, 결국 이렇게 팬을
잡고 있습니다.(웃음)”
“요즘 라구라는 말이 알려지고 있던데, 뭐랄까 손맛이 있는 푹 끓인 소스 느낌이라고 하면 될 듯해요. 저희는 토마토소스로 빨갛게 만드는 것보다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리는 라구를 끓입니다.” 라구는 우리가 잘 아는 볼로네제 소스, 즉 이탈리아 볼로냐 지방의 고기 소스를 뜻한다고 봐도 된다. 한데 한국에서는 토마토소스를 많이 넣어 끓이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원래 볼로냐의 라구는 토마토를 거의 쓰지 않아 갈색을 띤다. 이 집 라구가 딱 그렇다. 고기 맛이 진하게 우러나온, 고기가 거의 8할인 진한 소스다.
“걸쭉하고 넉넉한 소스를 기대한 분들은 좀 당황하세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 집 라구는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하시죠.”
한국에 이탈리아 음식이 전해진 것은 꽤 오래전이지만, 지금은 ‘오리진’에 대한 고민도 생겨났다. 빨갛지 않은 미트 소스(볼로네제 라구), 알 덴테로 삶아 심이 살아 있는 파스타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야 파스타 면을 솥에 넣어 삶는다. 꼬들꼬들한 면이 제대로다. 미리 삶아두면 일도 빠르고, 손님들도 면이 부드러워 대개 좋아하지만 그는 ‘미련하게’ 원칙대로 한다.
“2017년에 문을 열었어요. 개업 초기에는 장사도 안 되고, 저희 음식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힘들었어요. 우직하게 밀고 나갔더니 동네 손님들에게 인정받게 되었지요.”
“피자에 대해 잘 몰라서
책이랑 인터넷으로 배웠어요.
반죽한 걸 다 망쳐서 그냥 버리고.(웃음)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죠.
그런데 해보니까 되더군요.”
독학으로 이탈리아 본연의 맛을 내다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하기 어렵고, 늘 줄을 서야 한다. 아무래도 가격 부담이 있고, 동양 음식이 아닌 메뉴로 줄 세우기는 쉽지 않은 게 요식업의 현실인 걸 감안하면 대단한 집이다. 그것은 그의 뚝심에서 나온다.
가게에 들어서기 전 주방이 보이는데, 커다란 피자용 가마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히 라자냐가 인기 메뉴인데, 윤 대표는 이탈리아식에 가깝게 만들어 하루 15개만 판매한다. 거의 독학으로 배웠는데, 나폴리 피자와 흡사하다. 거뭇거뭇, 피자의 빵 부분인 도(dough)가 불에 익어서 향이 좋고 식감을 돋운다. 물론 이런 피자도 한때는 ‘탔다’고 해서 손님들이 꺼렸다. 윤 대표는 유학을 하지도, 한국의 이탈리아 식당이나 학원에서 정식으로 요리를 배우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오리진(origin)’을 잘 살려낸다.
“원래는 식품 회사(오뚜기) 광고팀에서 일했어요. 광고란 결국 매력을 뽐내는 것이거든요. 광고 일을 한 것이 식당 운영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상업광고는 임팩트가 좌우한다. 딱 하나를 가지고 짧은 순간에 고객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가 만든 음식이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대신 “이게 진짜야!” 하고 개성을 듬뿍 담고 있는 것도 그의 이력에서 나온 것 같다. 폭신하고도 쫄깃한 도, 가마에서 그을려 구수한 냄새가 나는 피자 맛이 입안에서 오래 감돈다. 도 수준이 높다. 그런데 독학으로 배웠다?
“피자에 대해 잘 몰라서 책이랑 인터넷으로 배웠어요. 반죽한 걸 다 망쳐서 그냥 버리고.(웃음)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죠. 그런데 해보니까 되더군요.” ‘해보니까 된다.’ 자꾸 그의 말이 귀에 감긴다. 좋은 스승이 없으면 시행착오를 많이 해 돌아가게 된다. 그래도 되긴 한다. 나이 먹어서 요리를 시작한 그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누가 나이 든 아저씨를 초보 요리사로 써주겠어요. 결국 독학할 수밖에 없었어요. 막다른 길이었지만 그냥 직진해야 했죠, 뭐.” 경기도에는 이런 집이 많다. 오래된 노포, 대물림되는 손맛, 전문 요리사가 연 프로의 집. 그리고 좌충우돌하면서 스스로 길을 만들어간 집까지. 날은 더웠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박찬일
누군가는 ‘글 쓰는 셰프’라고 하지만 본인은 ‘주방장’이라는 말을 가장 아낀다.
오래된 식당을 찾아다니며 주인장들의 생생한 증언과 장사 철학을 글로
써서 사회·문화적으로 노포의 가치를 알리는 데 일조했다.
저서로는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이 있고 <수요미식회> 등 주요 방송에 출연했다.
파파라구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0번길 22-3
문의 031-709-5624
0507-1380-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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